🤡인생은 콘텐츠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는 지금쯤 샌프란시스코 공항 터미널이었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지금 대구의 한 종합병원 병동 침대에 앉아서 이 편지를 씁니다. 

인생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더니… 계획은 사라지고 수술 일정만 남았습니다. 

지난 월요일, 검진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가 몇 년 동안 봐 온 자궁근종이 갑자기 커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능한 빨리 제거를 권한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남편과 통화한 뒤, 다음 날 저녁 비행기 표를 취소했습니다. 연결받은 종합병원에서 다행히 바로 수술을 잡았어요. 

그렇게 저는 다 끝난 줄 알았던 한국 일정의 후반전을 시작했습니다.

환자복 입고 입원한 상태지만 아직은 멀쩡하고요. 수술은 내일 오전에 잡혀 있으니 금식하는 동안 속 다 비우는 제제를 한 통 먹고 편지도 써봅니다. 

구독자, 매주 급발진하는 전개에 저도 정신이 없어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했다며 아련하게 지난 편지를 보냈는데, 이제 또 뭐가 남았나 겁나기까지 합니다.

사실 지난 9월 말에 메일링 시작해놓고 쓸 얘기 없으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요 몇 주 동안 일부러 기획하기도 벅찬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걸 보며 다시 한 번 ‘인생은 콘텐츠다‘ 외쳐봅니다. 

큰 걱정은 마세요.

우리는 다음 주에 다시 얘기해요, 구독자.

2023년 12월 6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