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p입니다.
일주일 늦었던 만큼 일주일 당겨 보내드리는 편지-입니다만 예상 발행일자를 (한국 시각 기준으로는)맞추기 어려울 것 같네요?? 하지만 지구 어딘가는 아직 10월 14일일 테니,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기 모드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최근 소식들
* 10월 12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피치스 쇼 런이 있었죠. 공식 행사명/서킷명/etc는 아니지만 .... 저도 다녀오기는 했어요. 넘어진 바이크 영향으로 관객 중 몇 분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고(다치신 분들, 주변에 계셨던 분들, 라이더 모두 앞으로의 안전과 쾌유를 기원합니다) 마냥 반가워하기는 어려운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세꼭지별 사람들 그래도 좋은 거 보여 주려고 고생은 했겠다 + 보타스 고마워요 딱 그 정도. W13조차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라고요 거 참 탈것경주미치광이의 마음이란 뭔지. 고쳐 쓸 생각 말고 "다음에는" 그 업체가 이런 행사 다시 주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구체적 비판은 생략하겠습니다.
* 2026시즌 남은 경기들에서 쓸 타이어 컴파운드 발표. 미국(오스틴)주말은 C1-C3-C4로 한 칸 건너뛴 구성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면 맞습니다 올해 스파프랑코샹 주말이 이랬죠. C3 미디움으로 44랩 중 30랩 이상 소화한 드라이버도 몇 있었던 걸로 기억해서 그 주말의 비처럼 어떤 변수가 있지 않는 한은 오스틴 주말도 대체로 1스톱이 되지 싶습니다. 그전에 스프린트 주말인 것도 문제. 피렐리의 오스틴 주말 프리뷰는 이쪽에서(pirelli.com).

* 맥라렌과 인디카 챔피언 알렉스 팔루 사이 소송이 영국에서 최근 시작되었습니다. "모터스포츠 사상 가장 중요한 계약 분쟁"이라는 평도 있는데, 핵심은 계약 위반 발생 여부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지불해야 할 재정적 손해(=누가 어느 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지)문제인 모양이에요. MotorSport Magazine에서 이 사안을 꽤 깊게 파고 있는 것 같고, 다른 F1 다루는 미디어비스무리들 상당수는 딱히 안 끼어드는 분위기입니다. 이것 자체도 좀 흥미로운 상황같긴 해요.
제가 인디카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제가 이제 심리 시작된 수준 소송에 섣불리 말 얹는 건 인디카 보시는 분들께(특히 저 드라이버 좋아하시는/좋아하셨던 분들께) 실례 될 것 같아서 일단 '이런 일이 있다' 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맥라렌 쪽에선 CEO 작 브라운이 증인 출석도 한 모양이라, 이걸 F1 쪽까지 엮어 땔감으로 쓰는 작자들 있는 모양이라(모두 물 건너 얘기긴 합니다 한국어권은 제가 안 찾아봐서 모름). 언급되는 맥라렌 F1쪽 드라이버들 애호가들이 심란해하는 거나, 작 사장 욕하는 것 모두 이해는 가지만 사이사이 오해나 확정되지 않은 얘기들 섞어 가짜뉴스 직전의 뭔가처럼 퍼지는 건 지적조차도 좀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더 퍼뜨리는 일이 될까봐. 이제 소송 시작된 수준이니까 금방은 안 끝날 텐데, 일단은 좀더 지켜보다가 F1 쪽까지 본격적으로 튄다면 그때는 저도 더 살펴보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구독자님들로부터 받은 질문들
1) 드라이버들이 F1까지 올라오는 과정
완전 애기때부터 차를 타는 것 같던데…! 고카트, f3, f2 이런식으로 체계적으로 올라오는게 정석루트인지? 일정 점수를 채워야 한다는 글도 본 것 같고 성장과정이 궁금합니다.
ㄹ님
F1 차 타고 그랑프리 주말에 참가하려면 '수퍼라이센스'라 불리는 전용 면허(?)가 필요합니다. 이 면허 때문에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과정"이나 "정석 루트"가 생긴 셈이에요. 카트(시니어급부터는 국내/국제 챔피언십 참가하는 모양입니다) - F4 - F3 - F2 이게 핵심 사다리죠. 그냥도 모터스포츠는 돈이 많이 들지만 F3부터는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 벌이로는 스폰서십 없이 뒷받침 거의 불가능한 레벨로 지출규모가 커지나보더라고요. F1 팀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는 건 F3즈음부터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렇게 착착 성적 쌓아서 수퍼라이센스 발급에 필요한 요건들 (만 18세 이상, 건강검진, 최근 3년간 최소 점수 얼마 이상, 레이싱 규칙과 안전 등에 대한 이론 시험)을 채우면 신청을 해 볼 수 있고... 이 점수제가 도입된 건 "F1 그리드에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드라이버들만 진입하도록 하기 위해" 2016년 이후 강화된 결과입니다. 그전에는 "FIA가 특별히 인정하는 경우"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FIA 재량으로 발급이 가능했다고 해요. 강화 시점이 왜 2016일지는 찬찬히 살펴보시면 감 오실 듯도. :)
2) F1 소재 영화나 다큐멘터리 추천
비슷한 질문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어서 한 번에:
- 영화: 2013년작 [러시]. 1976시즌 헌트랑 라우다의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경쟁 얘기가 메인인데 무난하게 괜찮습니다. 뻥같아보이는게 사실 기반이고 영화에 맞추기 위해 현실을 어느정도 깎아냈다는 점이 나중에 알고서 다시 보면 좀 뿜기기도 합니다. 제일 무난한 추천같아요?
- 다큐멘터리: 넷플릭스에 아직 있나 모르겠는데 [윌리엄스] 괜찮습니다. 윌리엄스 팀 얘기고 프랭크 윌리엄스 경의 삶도 함께 다룹니다. 정말 미친 이야기고... [슈마허]도 괜찮죠. [세나]만큼 심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보여주고싶은 것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단 인상은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다큐멘터리들이란 다 만든 사람 시각 반영되게 마련이니.
3) 한 드라이버나 팀이 오랫동안 1위를 지킨다는 것
마찬가지로:
F1에서 작게든 크게든 규정변경이 이어지는 건 이걸 막기 위한 것도 있을 거예요. 특정한 누군가나 어떤 집이 쭉 해먹는거 보기싫으니까 그 집 차 성능 썰어버리려고 이렇게 했습니다- 를 대놓고 밝히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1위 지키는 건 꽤 어렵습니다. 2014-2021 8시즌 연속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이룬 메르세데스가 굉장한 점도 그거죠. 단순히 V6 터보하이브리드 들어오면서 메르세데스 엔진이 좋아서- 만 가지고는 설명 안 될 부분들이 꽤 되어요. 저 때는 돈 있으면 개발비용 얼마든지 쓰려면 쓸 수도 있었기 때문에(물론 1999-2004 페라리처럼 실제 트랙에서 테스팅해가며 차 고쳐 올 수 있는 그런 시절은 아니었습니다만은).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은 단순히 1위 노려볼 수 있을 만큼 빠르기만 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빠르면서 그 빠름을 시즌 내내 유지해야 하고, 빠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같은 차를 탄 팀메이트보다도 앞서야 한다는 게 어려워보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드라이버라도 차의 성능-한계점을 뛰어넘기란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차"만들기에 참가해서 최대한 본인에 유리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도 있겠네요(팀 옮겨서도 챔피언 해내는 드라이버가 드문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그냥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2021시즌부터 예산제한규정("버짓 캡" 또는 "코스트 캡")이 도입되면서 시즌 중 업데이트 경쟁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중반 이후 이를 포기하게끔 되는 결과로 이어진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2022시즌 "그라운드 이펙트" 재도입으로 대표되는 현행 기술규정(세부 변경은 조금씩 있었지만 큰 틀은 2022때부터 거의 그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사이클 안에서 2024 초중반부터 뒤집어 올라가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이루어낸 맥라렌이 재미있고요. 그 어떤 것도 내내 그대로는 아니라는 것. 안 될 것같아 보여도 하다 보면 되긴 되더라는 그런 것들.
4) 챔피언에 대한 반응
p님 노트 중에 “디펜딩 챔피언은 거의 언제나, 그게 누가 됐든, 좋은 반응 받기 어렵다”(참고로 이 문장의 당사자는 막스입니다) 라는 글이 너무 신기했어요. 정말로 드챔을 하는 당시 당사자들은 환호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는 분위기인가요? 막스만 그런 건지 아님 다른 드라이버들도 다 마찬가지였는지 궁금했습니다.
ㅁ님
일단 제가 봐 온 선에서는 그랬습니다. 슈마허 페라리 시절 마무리 후 일종의 춘추전국시대(2006~2010, 매 시즌 드챔이 바뀌던 미쳐버린그시절;) 살짝 지난 이후부터 이야기니까 그 전에는 어땠는진 모르겠어요. 새로운 챔피언은 반갑지만, 그 챔피언이 "디펜딩"입장이 되는 순간 이제 그 드라이버(와 어쩌면 소속팀? 팀 옮길 경우엔 또 다른 이야기)는 공공의 적이고 꺾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제 멀티챔이다? 연이어 계속하고 있다? 악명은 높아만 가기 십상이며 ... 베텔도 RBR에서 4연속 드챔하던 시절에는 마냥 좋은 소리만 듣진 않았답니다. 해밀튼 메르세데스 시절은 인종 문제가 한 꺼풀 더 겹치면서 좀더 복잡했고요.
베르스타펜의 경우 미디어비스무리들이 그남의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에 환호할 것을 조장하는 쪽에 가까웠던 바람에 역풍(?)이 인 것도 없잖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베텔 때나 해밀튼 때는 그들도 비난을 얹으면 얹었지 마냥 찬양만 하진 않았었기 때문에,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한테는 분위기 별로죠. 2021시즌 문제도 있고. 2025시즌 끝자락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또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5) 올해의 챔피언십 경쟁에 대해
맥라렌 컨챔 축하드려요. 드챔은 누가 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ㅂ님
노리스도 피아스트리도 둘 다 저희 팀에서 데뷔한 "우리 집 루키"이므로, 둘 중 더 빠르고 더 깔끔하게 시즌 잘 마무리한 쪽이 드챔 트로피에 이름 새겨넣기를 기대합니다. 팀째로 멍청행동하다가 다른 집에 넘겨주는 최악의 사태만 아니면 누구라도 괜찮습니다. 아무튼 올해 드챔이 맥라렌에서 나와야만. 저한테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질문 보내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직 답하지 않은 것들도 몇 가지 있는데, 그것들도 천천히 정리해서 답해보겠습니다. :)
그리고 다가올 이것저것
* 애플TV가 미국 지역 F1 중계권 계약(=스트리밍 생중계)을 했고 오스틴 주말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AppleInsider, motorsport.com). 애플은 독점을 원하고 F1차원에서는 북미 시장을 고려해 F1TV(Pro 티어 이상에 제공되는 생중계)를 열어두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 현 시점 어느 쪽이 얼마만큼을 양보(?)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큰 거래가 되긴 할 거예요. 한국에서 우회해서 엪1TV프로 쓰는 제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 FIA 회장 선거 문제: 사실상 현 남회장남의 단독 출마, 재신임 투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시스템 차원에서 경쟁 후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막아놨나보던데 이게 선거 전에 개정이 될지는 의문이고요. 가뜩이나 불투명한 조직 더 엉망으로 굴러가는 거 아니냐... 는 얘기도 살살 나오고는 있습니다. BBC F1, the Race 기사 참고해보셔요.
* 아직도 확정 안 난 2026 메르세데스 시트 문제: 일반적으로는 시트 협상에서 팀이 드라이버 대비 우위를 쥐고 가지만 - 당연합니다 차를 누가 만드는데요 - 이렇게까지 길어지게 되면서 드라이버 쪽(특히 러셀)도 딱히 불리하다 볼 건 없어졌습니다? 세부 조율이 안 되어도 이렇게까지 안 되는 데에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게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개인적 시각에선 메르세데스 F1 팀 프린시펄 겸 CEO인 토토 볼프가 지금껏 드라이버들 상대로 해 온 거 잘 지켜본 러셀이 그대로 되갚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같이도 보여서 꽤 재미있습니다. 엄청나게 엄청난 뭔가가 일어나지 않는 한 2025 라인업 유지될 것 같지만, 세상 일 모르는 거니까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지는 10월 28일에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오스틴 - 멕시코 주말 정리 플러스 알파가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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