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p입니다.
한 주 늦게 보내드리는 오랜만의 노트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8월말 9월초부터 그랑프리 주말들 쭉 따라가며 보셨던 분들께는 어떻게 이렇게 바닥 밑에 바닥, 그 밑에 또다시 지하공간 식의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하셨을 텐데 - 그래도 어떻게 용케 올 시즌의 챔피언십 한 고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맥라렌의 2시즌 연속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 이거 1990-91 이후 처음인가 그렇다지요 아마. 이 팀을 그럭저럭 꽤 오랫동안 지켜보며 응원해 왔던 입장에서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만, 그 축하 행사 풍경이 썩 매끄럽지는 않았어서 아쉬움도 남습니다. 어째서 좋은 날 좋은 일들만 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

최근 소식들
"최근 소식"으로 정리하기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를 정리하기는 힘들겠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싶은 것들 위주로 뽑아 정리합니다.
* 맥라렌이 10월 2일 알렉스 던과 드라이버 디벨롭먼트 프로그램 계약을 종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팀 트위터). 흔히들 '영 드라이버 프로그램' 내지는 '주니어 프로그램'으로 부르는 그것 얘긴데요. F2 그래도 아직 몇 경기 남아있지 않나 싶은데 이 시점의 즉각적인 계약 종료는 살짝 의외입니다. 맥라렌이 현 드라이버 라인업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 자리 날 일이 없을 거란 인상을 주는 동시에 그래서 이 드라이버는 어디로 가냐- 가 되는데, 유력한 행선지로 레드불이 거론되는 모양입니다. 왜냐면 그 헬무트 마르코가 "매우 레드불 드라이버같다"고 말한 바람에(BBC F1).
* 패독의 최고멍멍이, 오랫동안 사랑받던 잉글리시 불독 로스코가 세상을 떠났습니다(해밀튼 인스타그램). F1 공식 웹사이트에 일종의 부고 글이 올라올 만큼 유명한 개였지요. 해밀튼 쪽은 로스코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바쿠 주말 끝나고 마리나 베이 주말 사이 예정되어 있었던 무젤로 2026 타이어 테스팅도 거르고 로스코 찾아가 마지막까지 곁 지켰다는 모양입니다(F1.com). 로스코는 2012년생, 2013시즌부터 트랙사이드의 단골손님이었고, 나이들어 사실상 은퇴해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즐거운 견생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올해 실버스톤에는 오랜만에 직접 참가도 했었지요. 평안하기를.
* 2026시즌 F1 예산제한규정(=비용 상한)이 다소 완화되는 모양입니다(racingnews365.com). 새로운 규정을 반영해 2025년 1억 3500만달러에서 최대 2억 1500만달러로 조정된다나본데, 드라이버 급여와 팀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3인의 급여는 제외하는 등의 예외 조치는 계속 적용된다는 모양이네요.
* 전 RBR 팀 프린시펄이자 팀 CEO였던 크리스천 호너가 9월 22일자로 공식적으로 레드불을 떠났습니다(reuters.com). 영국 언론들은 8,000만 파운드(약 1억 달러) 합의금을 받았다 보도했는데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 오늘자 환율로 약 1,517억원쯤 되는 규모입니다. 모기업 입장에서 그 거금을 쥐어주고서라도 내보내야 했을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요.
그남의 F1 패독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 벌써부터 탈것경주 매체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느 쪽도 그남이 돌아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 문제겠습니다. 잔드보르트 주말에 나왔던 소문 중에는 호너-버니 에클스턴-플라비오 브리아토레 연합이 알핀을 인수하려 한다는 것도 있었는데 메르세데스의 토토 볼프가 이를 두고 "마피아 재결합"이라 비꼰 것도 볼 만 합니다(theguardian.com).
* 저 거액의 합의금 소식 이후에 다른 "합의" 소식이 나온 것도 또다른 포인트입니다. 크리스천 호너가 전 RBR 직원을 상대로 한 직장 내 성희롱/추행/괴롭힘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했기 때문, 관련된 모든 법적 절차는 사실상 종결된 걸로 보인다는 소식인데요. 이걸 전한 네덜란드 De Telegraaf에서는 호너 측 요청으로 영국 법원이 보도제한명령(RRO)을 발부해서 2024년 4월부터 영국 언론은 사건 전체에 대한 보도를 금지당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습니다(이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네요). 어쩐지 조용하더라?
기사에서는 '합의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백만 유로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으로 뉘앙스 묘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은근슬쩍 호너 복귀 가능성 흘리는 것도 마찬가지. 법적으로 유죄 판결 난 거 아니다 그러니까 무죄다(??) 식으로 끌고갈 쪽도 나올 가능성 있으니 일단 참고만. 이런 류의 사건들이 맨 그렇잖아요.
사건 발단부터 쭉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호너 쪽 정말 더럽게 군다 + 피해자분 고생 많으셨겠다 뿐이어서, 합의금 받고 끝내고 싶으셨대도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소송 비용도 비용인데다 관련된 자료, 기록들 다 공개되면 일반 직원 입장에서 얼마나 피곤하시겠어요. 합의금 아주 많이 받으셨길 바라고, 새 직장에서는 편히 잘 일하시길.
* 쓰레기 치우는 것만큼 중요한 건 그걸 다시 주워다 쓰지 않는 것일 텐데, 탈것경주동네에선 그게 왜 그렇게까지 어려운지... 쉽지 않습니다 정말.
밀린 GP들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이야기하다보면 길어질; 것들이 너무 많아서.
2025시즌 R15/24 네덜란드 GP - 본격 하반기 시작
늘 여름을 따라다니는 것같은 F1에서 "여름 이후"라면 달력 중간 8월쯤 들어가는 의무 휴식기간 이후를 가리킵니다. 24라운드를 3월부터 12월까지 사이에 꾹꾹 구겨넣자니 이 "여름 휴가"내지는 "방학"도 예전만큼 제대로 방학같은 느낌이 덜 들기는 하는데요 ... 여름 끝 첫 경기 자리를 꽤 오랫동안 지켜왔던 스파프랑코샹이 앞쪽으로 당겨진 것도 그런 "느낌"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잔드보르트는 지난 시즌 오락가락한 날씨 문제로 굉장한 혼란상을 보여줬지만, 애초에 여기도 레이스 자체가 재밌기는 쉽지 않은 곳같지요(현재의 F1 기술규정에 맞춘 차로는요). 곧 캘린더에서 빠질 가능성 높으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 혹시 계시다면 - 그 전에 들러보셔야겠습니다.

금요일부터 맥라렌이 내내 빨랐지요. 그런데 이제 토요일 오후에 피아스트리가 0.002초차로 폴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좋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퀄리파잉 세션 시작 시 너무 느리게 운전했다는 지적이 베르스타펜에 있었지만 스튜어드들은 추가조치를 내리지 않았고요. 레이스 때는 도중 소나기 예보가 있었고 - 비 영향이 있긴 있었습니다 - 세 번의 SC 끝에 피아스트리가 우승,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기록합니다(=폴 투 윈 + 패스티스트 랩 + 모든 레이스 랩 리드). 그리고 이작 아자흐의 첫 포디움 기록이기도 하네요.
노리스가 차 문제로 DNF 기록하면서 피아스트리와의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격차는 34포인트로 벌어집니다. 적어도 2위는 기록할 수 있었을 텐데 그 2위를 WDC 현 3위인 베르스타펜에 넘겨준 건 덤. 페라리 주말은 확실히 아니었죠, 둘 다 DNF 그것도 거의 같은 구간에서였으니까요. 퀄리파잉 결과도 좋지 못했고. 이 틈을 살려 메르세데스가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2위를 되찾나 했더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 이래저래 복잡한 주말이었어요. 몇 가지 찜찜한 것들도 있었고(앞선 노트에서도 말씀드렸던 페널티 문제들 같은 것).
R16/24 이탈리아 GP - 빠름을 숭상하는 자들
니키 라우다의 첫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획득 50주년을 기념하며 페라리가 이것저것 준비를 했는데 - 스페셜 리버리부터 오버롤까지 - 차는 그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FP1에서 해밀튼이 p1 기록을 보여주었지만 FP2 시점까지는 맥라렌-RBR-페라리-메르세데스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격차도 그나마 크지 않았던 편이었고. 토요일 퀄리파잉 세션은 대단히 촘촘했습니다. p1-p6까지가 0.5초 안이었나 그랬으니까요. 맥라렌이 폴 포지션을 놓치면서 제 입장에서는 약간 불안이 늘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요일. 해밀튼은 그 잔드보르트 페널티 때문에 5그리드를 더한 p10에서 출발합니다. 자우버의 휠켄베르크는 유압계통 문제로 포메이션 랩 마치고 피트인, 스타트를 포기합니다. 첫 랩부터 베르스타펜이 리드하면서 맥라렌 입장에서는 더더욱 쉽게 안 풀릴 분위기였는데요. 더 큰 문제는 노리스의 핏스톱이 꼬인 이후 - 느린 핏스톱 문제 - 피아스트리에 p2를 양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겠습니다. 이 알 수 없는 팀 오더는 무엇이 "공평한"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두 드라이버를 공평히 대한다, 서로 자유롭게 경쟁하게끔 한다 하면서 느린 핏스톱과 같은 레이스 도중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까지도 팀에서 "챙겨"주는 게 되면 - 그렇다면 남은 경기들에선 어떻게 할 셈인가요. 잔드보르트의 DNF로 인한 포인트 손해 메꾸기라고 해도 이게 무슨 1-2를 두고 벌인 것도 아니고 2-3에서 포지션 스왑이었던 만큼 보는 입장에선 더욱 답답했습니다. 저는 현장에 있었던 바람에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경악하기 바빴고 팀라디오 지시 문제는 모르고 있었다가, 나중에 알고 팀의 결정에 더 실망했던 쪽.
R17/24 아제르바이잔 GP - 쉽게 되는 게 없는 것만 같고
바쿠는 오랜만의 "C6 주말"이었죠. 소프트로 C6 타이어가 들어오는 주말 ... 올해 이몰라 때부터 이 C6 문제가 종종 얘깃거리가 되고 있죠 그만큼 피렐리가 뭘 만들어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두 랩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것같은 소프트 C6, 레이스 절반 이상을 소화 가능한 미디움 C5? 도대체가.
아무튼, 많은 일이 있었던 주말이었고 제 입장에서는 어떤 것도 만족스럽지는 않은 주말이었으며... 그래도 메르세데스랑 윌리엄스가 포디움 한 자리씩 가져간 건 반갑긴 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어떤 것도 만족스럽지는 않은 주말이었으며" : 왜겠습니까. 강경 맥라렌서포터인 제가 팀의 대업성취와 우리집의 누군가가 드라이버스챔피언십을 가져갈 가능성 둘 다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두 그랑프리 연속으로 이런 바람에요. 게다가 p1이 그 외양간으로 넘어갔다고요. 제 입장에서는 끔찍!

퀄리파잉 세션 도중에 총 여섯 번의 레드 플랙이 뜬, 정말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토요일이었던 데 비해 일요일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첫 랩에 내 팀 드라이버 중 하나가 퇴근해서 문제지. 컨디션 안 좋았다던 러셀이 p2를, 윌리엄스의 사인스가 p3 기록하면서 포디움을 채웠네요.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경쟁 갈 길이 바쁜 노리스 입장에선 아쉬웠을 결과. 그리고 "1988시즌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경기 남긴 채로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할 것 같던 맥라렌의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도 최소 한 주 미뤄집니다.
R18/24 싱가포르 GP -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
체커드 플랙 이후 메모해둔 타래를 살펴보니 첫머리부터가 "일단 맥라렌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등신같이 운영을 했어야겠니.... 남은 경기들 제발 잘하시고"였군요. 그만큼 이 주말 저 기뻤다가도 짜증났다가도 뭐 그런 복잡한 기분이었던 모양입니다. 참 이래저래 뭔 일이 많고 동시에 아무일도없는데 은은하게 짜증은 나는 그런 GP 주말이었습니다. 마리나 베이가 좀 그렇더라고요 저한테는.

조금 더 재미있는 버전의 "결과".
먼저 메르세데스. 좋은 얘기 해야되는데 불미스러운게 너무 많이 끼어서 축하가 늦었네요! 이 집 여기서 사실 딱히 강한 편은 아니고, 올 시즌 세꼭지별은 특히나 더운 데선 여엉 성능 안 나오는데 이번에 맞춰 준비한 새 프론트윙이 제대로인지 어땠는지 러셀 폴 투 윈, 안토넬리 p5. 러셀 더할나위없이 운영 깔끔했습니다 안토넬리는 순위 한 칸 내려갔지만 앞뒤로 무서운 드라이버들 있는 상황에도 침착하게 잘 마무리했어요. 특히 후반 해밀튼쫓아오는상황(....)에서의 대처가 돋보였습니다 이건 트랙사이드에서 가장 그 드라이버를 잘 알 레이스엔지니어인 피터 "보노" 보닝턴 선생이 지금 키미 쪽에 붙어있어서도 한몫했을 것 같지만. 어쨌든 드라이버들의 깔끔함, 1스톱 더블스택 처리, 간만에 <되는 집>모드의 세꼭지별. 그래서 좀더 포인트 벌어서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2위를 점점 굳혀갑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더니 8연속 컨챔한 브래클리 아직은 살림 괜찮은가보죠. 사실 유로피안 캘린더 쪽에서 이상하리만큼 안 풀려서 그렇지, 진작에 p2 갔어도 놀랍진 않은 드라이버와 차 조합입니다.

RBR: 베르스타펜 p2, 츠노다 p12. p10부터는 백마커였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베르스타펜이 p2에서 중고 소프트-하드, 츠노다는 p13에서 마찬가지의 중고 소프트-하드 전략 수행한 게 커보입니다 문제는 츠노다를 먼저 들여보냈던 것. 여기까지는 전략적으로 이해는 가능한 판단이라 보는데, 어째서 이 주말 앞두고 업데이트한 프론트윙은 베르스타펜 쪽에만 갔는지 의문인(=츠노다는 구버전 사용). 큰외양간쯤 되는 팀이 부품 제조-공급 역량이 없어서 한 대 분량만 만든다는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 주말에 메르세데스와 함께 뭔가 업데이트 준비해 온 단 두 곳 중 하나가 RBR인걸 감안하면 더더욱. 어쨌든 츠노다의 RBR행 이후 성적을 볼 때 그 업데이트한쪽에만주고 구버전으로달리게함 이걸 빼놓고 얘기하면 좀 애매하다 그 얘기 ... 그래서 계속 "두 번째 시트" 문제가 있다고들 하는 건데. 한쪽에 맞춰 개발하면 편하기야 할 겁니다 실제로 성과도 내고 있고. 하지만 "맞는 방향"인지는 이제 물음표도 남는다는 거죠. 물론 제가 외양간을 싫어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엪1에서 드라이버스 챔피언십과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을 동시에 그러나 별개로 따지는 이유를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게 하는 집이긴 합니다? 안 좋은 방향이라 문제.
맥라렌: 노리스 p3, 피아스트리 p4. ........할 말 많은데. 일단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 기념? 6축하9? 행사 얘기는 이 노트 시작부분에서도 짚었으니까 넘어가겠습니다(사실 이것도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 랩 노리스-피아스트리 부딪힘 문제부터. 그거 진짜 첫 랩이니까 "첫 랩 사고"로 대충 넘어가줬지 노리스 과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니라고 우기면 음 견해 차이시군요, 할 수 있겠지만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확정 여부가 걸린 레이스에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게 맞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스타트와장창 가능성이 높은 마리나 베이 같은 데서는. 여기서 첫 랩 첫 코너부터 "과감하게" 달려들어서, 턴3 벽 쪽으로 팀메이트를 밀어 얻을 게 무엇일까요?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경쟁 중이니까 + 쫓는 입장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건 알겠는데 정말로 "팀이 우선이라면" 그러면 안 됐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해볼 수 있는데 이후 피트월의 노리스-피아스트리 상황 "수습"시도가 더 별로였어요. 거기서 네가이해해라 끕의 대처를 피아스트리 상대로 시전하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님들 아직 시즌 안 끝났거든요????? 이건 이해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닌 데다가, 지금까지 "공평한" 경쟁 보장 식으로 어필을 했으면 진짜로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잔드보르트 2025 주말부터 쭉 이어지고 있잖아요. 자유로운 경쟁이 말은 쉽지만 어려운게 그래서고.
(레이스 직후 새벽의 열기 남은 메모: 어떻게 해도 억울할? 화 날? 입장의 사람들은 나온단말이야. 그렇다고 외양간식으로 차 한 대 굴리기를 하거나 마굿간식의 마이크로매니징 할 게 아니라면 최소한 기본에 충실하게 가야됩니다 한쪽 개러지에 무게 실을 거라면 그걸 확실하게 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경쟁 팀들이 치고올라오는데 과연 쉬울까요 아직 6경기인가 남았단 말임. 챔피언십이란, 특히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은 초반 리드가 중요하다지만 원래 끝까지 그 리드 유지하기가 더 어려운 법입니다 지금 피아스트리가 바쿠 DNF에도 이게 되고 있는게 대단한거고. 후반은 늘 멘탈 게임에 가까우며, 2021 이후 사실상 4시즌째 드챔경쟁에서 비껴나 있지만 여전히 해밀튼이 무서운 존재인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소위 "뒷심"문제에서 이 드라이버는 언제나 굉장했다. 지난해 노리스가 드챔에 근접했지만 안 됐던 게 이 문제도 겹쳐있었다 보는 쪽이라 올해 맥라렌... 글쎄요 모르겠음. 대규모 규정변경 앞두고 "고를 수 있는"입장이 되어있다고 생각하는것인지? 하지만 엪1 흐름이란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ㅋㅋㅋ 적어도 올 시즌엔 FIA가 개입해서 ㅈㄹ난장을 더 심각하게 만들진 않겠군 둘다백남이라서? 같은 생각도 하게되는 이 새벽. 그래도 부디 끝까지 경쟁은 깔끔하기를.)
페라리: 르클레르 p6, 해밀튼 p8(*p7 마무리, 5초 페널티 적용되어 p8). 결과만 놓고 보면 퀄리파잉 세션 결과-스타팅그리드의 자리바꿈 수준이죠 그런데 이거 까보면 팀 오퍼레이션 문제 - 대체 이 주말의 핵심인 토요일을 왜 그 사달을 냈는가 - 부터 차 문제, 르클레르 쪽에 간 해도 너무한 수준의 리프트 앤 코스트 요청, 해밀튼 쪽의 엇비슷한 상황 그리고 막판 3랩 남기고 브레이크 빠그라지기까지 겹겹이 짚을 게 많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안/못 건질 건 또 없긴 한데 ... 그게 페라리에 전혀 기대 안 했던 부분이란 게 웃기고 슬픈 포인트. 웃김의 이유: 기대 안 했기 때문에, 슬픈 포인트: 웬일로 잘 먹혔는데 차가 안 도와줘서. 네 해밀튼의 2스톱 얘기입니다. . 거의무조건 1스톱이 전제되는 마리나 베이에서 새 미디움으로 스타트, 하드로 버티다가 막판을 중고 소프트로 - 여기서 드라이버가 해밀튼이었던 바람에(?) 그 핏스톱으로 소모된 22+초를 약 14랩만에 다 줄여서 p5 안토넬리 상대 거의 0.3초까지 따라잡았는데. 딱 거기서 브레이크가 불타버릴줄은? 정말 불탐. 세상에. 어쨌든 덕택에 대략 L47-60/62 그 부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햄 스타팅그리드가 조금만 더 앞쪽 + 홀수 그리드(=마리나베이에선 그쪽이 쪼오끔이나마 스타트에 유리한 경향 있음)였다면 달랐을까 했을 정도. 페이스 분석에 거대한 왜곡 가져올 것만 같은 저놈의 중고소프트 -_-; 막판에 브레이크 나가는 바람에 트랙리밋을 몇 차례 넘겨서 5초 페널티가 나왔기 때문임. 그런데 스튜어드들은 그 브레이크 고장을 정상참작 사유로 보지 않았지요, 그래서 페널티가 나감. 주말 사이, 그것도 토요일일요일 이틀 연속 스튜어드들 대면해야 했을 햄 경도 참 이래저래 괭장한 주말을 보낸 듯. 직전에 로스코 보내고 간 주말이기도 했고. 그래도 그 막판 십여 랩, 그리고 마지막 랩 마무리 몹시 인상적이었답니다.
아스톤 마틴: 알론소 p7, 스트롤 p13. 알론소 이번 주말의 팀라디오 지분 아주 제대로였습니다 vs 아자흐도 그렇고(....). 둘 다 소프트-미디움이었는데 스트롤 쪽은 소프트 오래버티기 한 게 아쉬웠을 결과(그런데 소프트 38랩 실화냐). 차는 느렸지만 SC 떴다면 또 다른 결과 나왔을 수도 있었겠음.
하스: 베어만 p9(!), 오콘 p18. 베어만은 스타트한 자리 지키기 성공, 오콘은 한 칸 내려가긴 했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다 봅니다. 백마커 안 되고 포인트피니시도 하기 해낸 올리 ... 하스 보면 할 수 있을 때 하나라도 하는; 그건 잘 하고 있어요. 오콘 쪽이 이번 주말 아쉬웠어서 그렇지. 차 문젠지.
윌리엄스: 사인스 p10, 알본 p14. 퀄리파잉 더블DSQ 악재 딛고 (리어윙 DRS플랩 열리는 정도가 규정 넘김. 휘는 문제로 걸렸던 바쿠 때의 하스랑은 다른 상황) 사인스는 거의 맨 뒤, 알본은 피트레인 스타트 해서 거둔 성과니 존버는 승리합니다? 광기의 타이어 활용... SC 떴다면 또 몰랐음 +1.
작은외양간: 아자흐 p11, 로슨 p15. 될 것 같았는데 어쩐지 녹아버린 작은외양간입니다 아자흐는 중고 소프트-하드, 로슨 쪽은 미디움으로 48랩 버티다 소프트로 전략도 쪼개봤지만 여엉 ... 토요일까진 꽤 괜찮아보였어서 롱 런 데이터부족이 부른 결과일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FP2 때 레드 플랙 문제로 제대로 데이터 못 뽑았을 건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긴 해서.
알핀: 콜라핀토 p16, 가슬리 p19. 스타트한 그 자리 그대로. 가슬리는 미디움-하드-소프트라는 타이어다써보기 2스톱(....해밀튼이랑 가슬리, 휠켄베르크만 이 레이스에서 2스톱했습니다)을 했고 이래저래 고생 많은 주말이었습니다 왜때문에.
자우버: 보토레토 p17, 휠켄베르크 p20. 살짝살짝 삐끗삐끗이 쌓이고쌓여서 그렇게 된 거 같은데요 보토레토 초반의 프론트윙 엔드플레이트날아감이나 휠켄베르크 중반의 휠 록 겁나세게걸림(진짜 SC라도 부르는줄; 옐로에서 그쳐서 다행이지)등등이 안 좋게 영향 있었던 듯도 합니다.
그래도 놀랍게도 모두가 완주에 성공한 마리나 베이 2025였습니다. 트랙 레코드를 깨면서 폴 포지션을 가져간 메르세데스의 러셀이나, 레이스 때 광기어린 소프트 활용으로 레이스 랩 레코드를 깬 페라리의 해밀튼이나, 찾아보면 몇몇 재밌는 부분들이 있었네요. 그래도 개인적인 최고 흥미진진 포인트는 역시 그 마지막 랩이었습니다. :)
최근의 TMI
* 마리나 베이 2025 주말도 마쳤고 10월 7일 화요일이 된 이 시점까지도 메르세데스는 2026시즌 드라이버 계약을 확정해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안 꺽다리남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 이 정도로 계약 확정 문제가 지지부진하다면 드라이버 쪽으로 주도권 넘어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자리들로 끼워맞추기 놀이를 하다보면 정말 미친 이직도 혹시나만약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 - 같은 생각도 들어요, 이를테면 러셀의 RBR행이라든지. 그리고 다음 시즌 RBR "두 번째 자리" 후보자로 물망에 올라 있는 이작 아자흐가 메르세데스로 간다든지? 무슨 미친소리냐 싶으시겠지만 그 <2월 1일>(*2024시즌 신차공개시즌도 다가오기 전에 해밀튼의 페라리 이적 발표가 났던 그날 얘깁니다)도 있었으니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어려워졌지 않습니까. :) 그래도 웬만하면 러셀+안토넬리로 가는 게 브래클리 사람들 입장에서는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편이 반가울 것 같고.
* 마리나 베이 2025 마지막 랩을 둘러싼, 체커드 플랙 직후 알론소의 신경질 해밀튼의 약은 받아치기(해밀튼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올렸던 영상에는 그냥 "18년간"이란 얘기만 있었는데, autosport 트위터 계정에서 맥락으로 추정되는 걸 얹어서 올려놨군요). 노익장(?!)들의 징글징글한 모먼트 구경 뭔가 흥미를 자극하는 데가 있습니다... "요즘 드라이버들"한테서는 보기 어려워진 모습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 둘은 정-말 특별한 악연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듯.
그리고 다가올 이것저것
* 10월 18-19-20일 미국 그랑프리가 열립니다. 텍사스 오스틴의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 이름 참... 정말 "펄-럭"한 분위기의 GP인데 트랙 레이아웃은 또 괜찮아요. 시차가 너무 너무인데다💀 스프린트 주말이기까지 하지만💀💀💀 저는 이번에도 다 챙겨 볼 것 같다는 함정.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지는 10월 14일에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2주 간격이 아니라 한 주 간격이 된 건 한 주 늦어진 만큼을 메꾸려는 저의 노력이라 보아주십시오. 😅
아참, 구독자님들 질문은 언제든 받고 있습니다. 아직 답 안 드린 것들도 조만간(...) 정리해 보내드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고; 편히 메일 보내주셔요.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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