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p입니다.
그 사이 9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고 F1 올 시즌도 이제 슬슬 끝자락... 까지는 아니군요 아직 8경기 정도가 남았으니까요. 어쨌든 제법 챔피언십 경쟁 윤곽도 잡혀 가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건사고들 사이 저는 한 차례 더 그랑프리 보러 나갔다 왔으며(...다녀왔으니 이제 열심히 다시 벌어야 합니다), 좋은 분들 덕택에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약간은 아쉽거나 씁쓸한 부분들도 있긴 했지만 "좋은" 면이 더 컸다-는 인상이 여전히 더 깊게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인가봅니다. 제가 어지간한 탈것경주 미치광이인 것도 한몫하겠고요.

잔드보르트(네덜란드 그랑프리)하고 몬차(이탈리아 그랑프리)가 연이어 열리는 바람에 그랑프리별 정리/잡담은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과야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내용 면에서도 이야기할 부분들이 좀 있긴 있었지요? 아참 구독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질문들 중 아직 답 안/못 드린 것들도 좀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도 가능한한 빠르게 정리해서 다음 노트에는 담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시작부터 변명이 많은 이번 노트로군요... 깊은 반성...
최근 소식들
* 잔드보르트 2025 레이스 전-도중-이후 페널티 문제들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판정 논란이야 어디에든 있고 F1에서 스튜어드들의 의심스러운 결정이나 앞뒤가 안 맞는 판단들이 문제 된 것도 한두번 아니라지만, 이번엔 좀 남달랐죠. 크게 두 가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하나는 레이스 시작 전 준비 절차에 해당하는 정찰 랩 도중의 옐로 플랙 문제를 '레이스 이후 조사하기로 결정'해 페라리의 루이스 해밀튼에 다음 그랑프리 5그리드 페널티와 드라이버 벌점 2점이 매겨진 것, 다른 하나는 윌리엄스의 까를로스 사인스에 매겨진 레이스 도중 RB의 리암 로슨과의 사고로 나온 10초 타임 페널티와 벌점 2점이었습니다. 이 중 후자는 윌리엄스에서 정식으로 항의 절차를 거쳐서 스튜어드들의 정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만, 이미 수행된 타임 페널티는 어쩔 수 없으니 레이스 결과는 그대로 두고 벌점 2점만 지우는 것으로 결정되었어요. 관련된 FIA 문서는 여기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원문 pdf; 잔드보르트 때 페널티 결정문 - 이에 대한 재검토 결정문). 윌리엄스 팀의 입장은 이쪽에서(willamsf1.com), the Race의 결정문 의미-분석은 이쪽에서(therace.com).
* 잔드보르트에 이어 몬차 2025에서도 의문스러운 판정이 나왔지요. L41/53 윌리엄스의 사인스 vs 하스의 올리 베어만 상황 얘깁니다. 저기서 베어만에 페널티와 벌점이 나갔다는 게 결정문을 읽어 봐도 이해가 잘 안 되던데(원문 pdf), 사람들 생각 다 비슷비슷한지 이쯤 되면 '경주 중 있을 수 있는 일racing incident'아니냐는 의견이 꽤 보였어요. 덕택에 해묵은 "레이싱 규칙" 문제가 한 번 다시 올라왔습니다. therace.com의 이 글에서 "전문가"들이 언급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들도 흥미롭기는 한데, 저의 편향이나 사감도 분명 영향 있을 거라서 그 부분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하겠습니다. :)
* 2026시즌 시트/드라이버 라인업 아직도 확정 안 된 곳이 몇 있습니다. 의외로 메르세데스가 몬차 주말 끝나고 바쿠 앞둔 이 시점까지도 그 상태인데요. 드라이버 계약 문제는 언제나 온갖 소문과 카더라들 투성이이므로 확정되더라도 적당히 흘려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약간 과장을 보태어 말하자면 결국엔 내년 개막전 그리드 가 봐야 알 일이기 때문에...; 팀 소식 계정/정보 계정들이 그럴듯한 출처 달아 퍼나르는 것 같아도 별 것 없을 때도 많고요. 팀에서 확정 발표를 내도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그거 아니라고 정정하는 사태도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2022시즌 여름의 알핀과 피아스트리.......... 전설의 트윗은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정말 감동적이에요 어떻게 저런 일을 제가 실시간으로 봤을까;).
* 인디카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 드라이버 콜튼 헤르타가 내년 F1 그리드에 합류하는 캐딜락의 테스트/리저브 드라이버로 확정된 데 이어 2026시즌 F2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F1.com). 싱글시터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인디카 최연소 우승 경력 + 2024시즌 준우승 기록 보유자(이건 인디카 안 보는 저도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종종 얘기 나와서 주워들어 알게 된 이야기입니다...)가 F2같은 사실상 '아랫시리즈'로 가는 건 드문 일같지요, F2 우승하고 인디카로 가는 일은 있어도 그 반대방향은 드물다는 점에서도요. 아마도 수퍼라이센스 포인트 문제일 듯한데, 헤르타가 미국인 드라이버고 캐딜락이 미국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F2 성과가 좋다면 정규 드라이버로 승격(?)할 가능성이 꽤 있겠어요. 그러려면 발테리 보타스 + 세르히오 페레스라는 역전의 용사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을 만한 드라이버라는 걸 보여줘야 하겠지만요. F2에서 잘 안 풀릴 가능성도 0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헤르타 입장에서는 커리어를 건 꽤 큰 도박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현 FIA 수퍼라이센스 시스템이 지나치게 유럽중심적이어서 인디카와 같은 비-유럽권 최상위 레벨에서 활약하는 드라이버들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게끔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다시한번 나오게 될지도... 여러가지로 이야깃거리가 될 행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보입니다.
* 바레인 +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맥라렌 레이싱을 사실상 완전히 인수했습니다(9월 2일자 BBC F1, 9월 3일자 reuters.com 참고). 정확한 인수 계약은 비공개지만 팀 가치를 50억 달러 이상으로 본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이래저래 석유왕들 손에 넘어간 팀 ... 운영 자체는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지만 지배구조 면에서는 다소 단순해지는(?) 면은 있겠습니다. 착잡한 면으로는, 글로벌-메이저 스포츠를 바탕으로 한 중동 국가들의 스포츠워싱 문제에서 불려나올 이름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러기엔 이 탈것경주 자체가 지독한 탄소배출etc문제투성이 놀이여서 참.
* 포르투갈, 튀르키예, 독일이 F1 캘린더 복귀를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motorsport.com). 앞 두 곳은 이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던 것 같은데, 알가르브 서킷과 이스탄불 파크고요. 역병 시국에도 중계권 계약 문제로 무관중으로라도 레이스를 치르기는 치러야 했던 F1/FOM쪽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게 서로 미련이 남는 건지 뭔지 ... 독일 쪽에서 이야기 나오는 곳은 호켄하임링입니다. 현 캘린더에 자리잡은 서킷들이 대부분 2030년 이후까지 장기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캘린더 재진입을 노린다면 2026시즌으로 (일단은)계약이 끝나는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자리가 목표겠지 싶네요.
* F1 2026시즌 스프린트 개최지 확정(F1.com): 내년에는 샹하이, 마이애미, 실버스톤, 몬트리올(질 빌뇌브), 잔드보르트, 싱가포르(마리나 베이) 이렇게 여섯 번입니다. 저는 스프린트 포맷 자체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이다보니 - 그냥주말이낫다 특히 FP1, FP2는 90분씩인 게 좋다는 쪽 - 이걸 굳이 계속 끌고 가면서 또 확대하려 하는 움직임이 매우 못마땅한데요. 실제로 프로모터들/F1쪽에는 돈이 되기는 하는 모양이죠? 계속 밀고나가는 걸 보면.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계속 불평할 예정입니다 ... 혹시 이 포맷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면 왜 좋아하시는지, 어떤 부분이 매력적인지 제게도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 2026시즌 대규모 규정변경을 두고 대체로 파워유닛/엔진 쪽과 차체/에어로 쪽 얘길 많이 하지만 완전한 지속가능연료 전환 문제도 있어요. 이에 따른 연료 비용 상승 문제가 다시 얘깃거리가 되었습니다. the Race 기사에서는 현재 F1 팀들이 쓰고 있는 연료 가격은 현재 리터당 22~33달러라는데, 초기 예측은 이것이 170~225달러까지 오를 걸로 예상되었지만 어떤 팀 보스는 300달러 이상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누구라고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연료 비용 상승 문제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내년에는 예산제한/"비용 상한선"에서 연료비를 빼 준다고는 하는데, 현재는 연간 연료비용이 300~400만달러 선이지만 이게 1천만~1천2000만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건 팀에 꽤 큰 부담이겠죠, 3배 가까이가 뛰는 건데. 당분간 또다른 돈ㅈㄹ의 세계가 저쪽에서 펼쳐질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이것저것
* 9월 19-20-21일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가 열립니다. 또 시가지 서킷이냐- 싶으면서도 불의 땅, 바람의 도시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곳답게 바쿠는 그래도 가능성이 좀 있기는 하지요? 다행히 이번 주말도 "그냥 주말"이고요. 한 가지 걱정 아닌 걱정이라면 타이어 지정입니다. 소프트로 올 시즌 들어 종종 문제가 되었던 그 C6이 돌아옵니다. 좀더 단단해도 되지 않나... 싶지만 그랬다간 모조리 1스톱 시도해버릴 테니 어쩔 수 없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요. 피렐리의 주말 프리뷰는 이쪽에서(pirelli.com).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지는 9월 30일에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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