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국문 연재 이전 안내

The Traces — 사유의 배치

[S1-2] AI, 도구인가 거울인가 — "통계적 언어, 그런데 우리는 왜 위로 받는가"

데이터의 인접성과 마음의 투사

2026.02.07 | 조회 8 |
1
|
권신경아. 필력서가의 프로필 이미지

권신경아. 필력서가

권신경아(權申庚娥)의 연재·강의·연구 노트가 쌓이는 기록의 서가입니다.

독자를 위한 안내

이 글은 웹과 PDF에서 서로 다른 호흡으로 읽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흐름을 따라 빠르게 읽고 싶다면 이 페이지에서, 문장 사이의 여백과 리듬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면 구글 뷰어를 통해 [PDF 에디션으로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사유의 전환

 

우리는

AI가 이해했는지를 묻는 대신,

인간이 언제 이해 받았다고 느끼는지를 묻는다.

 


 

사유의 좌표

 

— 이해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사이

튜링테스트 | 중국어방 | 확률적 앵무새

— 계산된 말이 감정처럼 도착하는 이유

통계적 언어

— 비어 있는 대상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인간의 습속

투사

 


 

사유의 출발

 

프롤로그: 위로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우리는 알고 있다.

AI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의도를 갖지 않고,

경험하지 않으며

슬픔도 기쁨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AI의 말에 위로를 받는다.

 

“그럴 수 있어요.”

“당신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해요.”

 

이 문장들이

특별히 깊어서도,

새로운 통찰을 주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매끄러워서

어떻게 기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말 앞에서 잠시 멈춘다.

어떤 경우에는

마음이 풀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의미를 담지 않은 채 작동하는 언어가

어떻게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걸까.

 

 

AI는 ‘이해’하는가, ‘계산’하는가

 

이 질문을 풀기 위해 먼저 한 가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는 맥락을 이해하지 않는다. 상황을 느끼지도 않는다. 의미를 자기 것으로 해석하지도 않는다.

 

AI가 하는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 속에서 어떤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확률이 높은지를 계산하는 것.

 

이 문장은 위로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 이 질문 뒤에는 어떤 어조가 자주 따라왔는가. 이 상황에서는 어떤 표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

 

즉, AI의 언어는 의미의 깊이나 이해의 결과가 아니라, 데이터 사이의 인접성, 통계적 패턴 위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언어를 의미 있는 말로 받아들인다.

 

왜일까.

 

 

데이터의 인접성, 감정의 착각

 

AI 문장은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 적어도 위로의 언어로 읽히는 순간에는 그렇다. 너무 공격적이지도 않고, 너무 어긋나지도 않으며, 적당히 공감적이고, 적당히 중립적이다. 그리고 이 적당함이 우리를 안심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감정을 담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 말에 감정을 얹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말, 이미 들어본 표현, 이미 익숙한 위로의 형식을 AI의 문장 위에 포개어 놓는다. 그 순간, 통계적 언어는 심리적 언어처럼 작동한다.

 

AI는 감정을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받아버린다.

 

 

투사의 구조: 마음은 어디에 있었을까

 

사실 이런 반응은 새롭지 않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사물이나 현상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왔다. 날씨의 변화, 사소한 순간, 우연히 마주친 문장 하나.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서 ‘무엇을 읽어냈는가’ 였다.

 

AI와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AI의 언어는 비어 있다. 그러나 그 빈자리에 우리는 자신의 감정, 기억, 기대를 자연스럽게 밀어 넣는다. 이때 위로는 그 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발생한다.

 

여기서 하나의 균열이 생긴다. AI의 언어는 확률의 결과다.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가 선택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말에 확신으로 반응한다. ‘지금, 나에게, 정확히 도착한 말’ 로 받아들인다.

 

“이 말은 나를 이해한 것 같다.”
“지금 이 타이밍에 이 말을 하다니.”
“나를 딱 집어 말한 것 같다.”

 

확률은 단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였을 뿐인데, 인간은 그것을 ‘의미 있는 단 하나의 응답’으로 받아들인다.

 

확률은 확신으로 전환되고, 계산은 사건처럼 경험된다.

 

이 충돌 지점에서 AI의 언어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 심리적 사건이 된다.

 

 

그렇다면, 의미 없는 말은 정말 의미가 없는가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AI의 말은 정말로 의미 없는 말일까. 아니면 의미가 다른 방식으로 생성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AI 안에 있지 않다. 문장 자체에도 있지 않다. 왜냐하면, 언어는 의미를 담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미는 인간이 반응하는 순간, 그 말과 만나는 자리에서 비로소 생겨난다.

 

 

클로징: 다음 사유를 향해

 

이제 우리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AI의 언어가 비어 있음에도 우리가 감정을 느낀다면, 그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리고 이런 투사 구조가 점점 더 일상화될 때, 인간의 언어와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 재조직될 것인가.

 

다음 사유에서는 이 투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감각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거울 앞에 선 것은 AI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유의 잔상

 

우리가 원하는 것은

타자의 진심인가,

아니면

우리의 결핍을 비춰주는

매끄러운 거울인가.

 

Is it the Other’s sincerity we long for,

or a smooth mirror

reflecting our own voids?

 


 

사유를 마치며: 책의 호흡으로 다시 보기 (PDF 뷰어로 읽기)

 


 

🌐 English — A Parallel Record

이 사유의 영문 기록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You can read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here:  View in English (Substack) →

 


 

오늘의 사유가 당신의 일상에 작은 파동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국문 연재 - 매주 일요일 저녁 업데이트
  • [강의안내 (KR)] 본 연재의 주제로 온오프 통합 강의가 진행중입니다. [바로가기]
  • [서브스택 (EN)] 영어판과 글로벌 아카이브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과 문의 | Contact] feelluckeditions@gmail.com 독자님의 한 마디가 다음 사유의 동력이 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권신경아. 필력서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권신경아. 필력서가의 프로필 이미지

    권신경아. 필력서가

    0
    about 4 hours 전

    Editor’s Note 이 글은 AI의 언어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우리가 그 말에서 왜 ‘이해받았다’고 느끼는지를 따라갑니다. 만약 읽는 도중 어떤 문장이 유난히 나의 말처럼 들렸다면, 그 감각을 가볍게 기억해 두셔도 좋겠습니다. 그 익숙함이 이후의 글들에서 다른 각도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ㄴ 답글
© 2026 권신경아. 필력서가

권신경아(權申庚娥)의 연재·강의·연구 노트가 쌓이는 기록의 서가입니다.

뉴스레터 문의feelluckeditions@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