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3. 일렁이는 야경의 왕궁 【부다페스트】

당신과 떠나는 상상의 여행기 ⟪자정 무렵 여행하기⟫

2023.06.16 | 조회 135 |
0
|

최픽션 인쇄소

최픽션이 인쇄하는 【픽션.문화.예술】 이야기

잠들기 10분 전, 침대맡에서 떠나는 게으른 여행 이야기. <자정무렵 여행하기>의 최픽션 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금 높은 곳으로 가야해요. 그러니 짐은 가볍게, 신발은 튼튼한 걸로 골라보죠. 그리고 따뜻한 차가 담긴 텀블러와 얇은 담요도 한 장 가방에 담아 놓도록 해요.아직 목적지를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오늘 가야 할 곳은 부다페스트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그곳. 부다왕궁입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저기 보이는 갈색의 귀여운 기차가 보이시나요? 기차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도무지 평지는 달리지 못할 것처럼 보이죠.이 기차의 이름은 푸니쿨라에요. 산악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편의를 주고자 만들어진 기차죠. 그래서 한 번에 많은 이들이 탈 수는 없고, 경사 높은 산길을 오르기 위해 비스듬한 각도로 만들어졌어요. 어떻게보면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요, 그것보단 훨씬 귀엽고 연신 사진을 찍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기차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아마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신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일단 여행에 집중해보죠.


귀여운 외형과 달리 푸니쿨라를 타는 가격은 꽤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부다 왕궁을 오르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푸니쿨라를 타는것이 부다 왕궁에 오르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자, 관광객으로서 즐길 수 있는 여흥의 하나니까 오늘은 이걸 타고 올라가보도록 하죠.

푸니쿨라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릴 거예요. 그도 그럴것이 부다 왕궁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꽤 급하거든요. 생각해보면 성이나 궁이 있는 곳. 그곳은 대부분 높은 곳에 있어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죠. 성에 살만한 왕과 귀족들이라면 자신들이 지배하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을 원했을 테고, 혹시 모를 이방인들의 공격에 버티려면 최대한 높고, 험준한 곳이 좋았을 거예요. 덕분에 우리처럼 여행을 온 이방인들에게 꽤나 체력을 요하죠. 그러니 언제라도 성이나 왕궁에 관광을 갈 일이 있다면 편안한 신발부터 먼저 찾아두는 것을 잊지 않아야 겠죠.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부다왕궁에 도착했습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이곳은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가 합쳐지면서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오른 이 왕궁은 이름처럼 부다 지구에 자리를 잡고 있어요. 동유럽의 낮 풍경을 닮은 이 왕궁은 거대하고 단단한 느낌을 전합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잿빛 가득한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죠. 어쩌면 이런 분위기는 부다페스트와 헝가리,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의 역사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양차 세계대전, 그리고 기나긴 공산주의의 모자를 쓰고 있던 덕에 유럽의 강한 볕이 되려 그늘로 드리워졌던 것이죠. 부다 왕궁도 그런 역사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2차 대전 중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이 왕궁은 전쟁 후, 재건을 이어갔지만 아직 완벽히 재건을 이루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 있어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왕궁 내부에는 미술관과 박물관도 만들어져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것보단 다른 방향으로 당신을 안내하고 싶은데요, 왕궁의 끝자락으로 같이 움직여보죠. 마침 해도 저만치 졌으니 지금이 가장 좋은 때겠네요.

부다 왕궁의 출입구 쪽에서 페스트 지구쪽으로 걸어보겠습니다. 그러면 높은 회색빛 성곽 너머로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펼쳐집니다. 정면에 보이는 다리는 부다와 페스트 지구를 연결해주는 우아한 세체니 다리에요. 디자인은 물론이고 빛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운 다리죠.


이제 왼쪽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그러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예쁜 국회의사당 건물이 은은한 조명과 함께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국회의사당 뒤쪽으로는 페스트 지역의 야트막한 건물이 고풍스런 지붕과 함께 펼쳐져 있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죠.

맞아요.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야경이 바로 그 옛날, 한때는 강성했고 또 한때는 쇠락했던. 하지만 그 어느때라도 긍지를 위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헝가리의 영웅들이 바라보던 바로 그 야경이에요. 헝가리의 거친 역사 때문인지 부다페스트를 돌아 다니다 보면 말을 탄 영웅의 동상을 유독 자주 만나게 되죠. 심지어 영웅 광장이라는 곳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 영웅들은 왕궁에서 내려다보이는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아름답다’는 생각은 분명 했을 것 같은데요. 바람과 강물, 그리고 달빛의 깜빡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 빛의 풍경을 잠시 즐겨보도록 하죠.

지금 바라보고 있는 부다페스트 야경이 마음에 드셨더라도 너무 오래 머무르진 않도록 할게요. 왜냐하면 부다페스트에는 부다왕궁을 제외하고도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다 왕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어부의 요새가, 오른쪽에는 질라르트 겔레르트 언덕이 있어요. 두 곳 모두 부다왕궁에서 보는 각도와 달라 또 다른 야경을 선보이는 곳이니까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두 곳도 한 번 가보도록 하죠. 지금은 일단,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내려가 봅시다.


푸니쿨라를 탔으니, 내려가는 동안 아까 다 하지 못했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이 영화에는 제목에 부다페스트가 들어가긴 하지만,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져요. 주브로브카라는 공화국을 배경으로 말이죠.

하지만 제목에 괜히 부다페스트가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주브로브카 공화국의 이미지는 대부분 헝가리와 체코, 폴란드의 과거를 차용했고, 그런 동유럽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던 독일의 이미지도 들어가 있죠. 물론 ‘그랜드 프라하 호텔’ 혹은 ‘그랜드 바르샤바 호텔’로 제목을 지었어도 됐을테지만 감독은 부다페스트를 제목으로 낙점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걸까요? 아니면 제비뽑기 같은 것으로 정한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푸니쿨라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내려서 조금 더 걸으며 나눠보도록 해요. 다음 가이드에서 말이죠.

잠들기 10분 전, 침대맡에서 떠나는 게으른 여행 이야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변치않는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다보는 곳, 부다 왕궁으로 떠나는 게으른 가이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게요. 우리는 다음 자정여행 때, 다시 만나도록 하죠.

그때까지.

잘 지내요, 우리.

【최픽션 인쇄소】 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야기 인쇄'가 멈추지 않도록 ✔️구독을 잊지 말아주세요 🙏

【최픽션 인쇄소】 를 만나는 또 다른 방법!!

📝 〖브런치〗 〖밀리로그〗 〖블로그〗

🎧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준비중)

▶️ 〖유튜브〗 (준비중)

원하는 채널에서 최픽션이 인쇄하는 이야기를 만나주세요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최픽션 인쇄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최픽션 인쇄소

최픽션이 인쇄하는 【픽션.문화.예술】 이야기

뉴스레터 문의 : ficciondm@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