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Block
핀테크와 크립토가 점차 경계 없이 융합되고 있는 지금, 몇 년 전만 해도 전통적으로 크립토 산업에 가장 친화적이었던 핀테크 기업을 하나 꼽는다면 단연 Block, Inc.(구 Square)였을 것이다. Block은 Square, Cash App, Afterpay, TIDAL, Bitkey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최근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상당히 아쉬운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Block이 대체 어떤 회사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소 ‘애매한 기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비스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넓어진 나머지, 투자자 입장에서 Block의 핵심 사업과 성장 스토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진행된 Afterpay 인수, 그리고 2023년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매도 보고서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Block에게는 단순한 제품 업데이트를 넘어, 구조적 방향성과 장기 성장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025년 11월 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Investor Day 2025는 바로 이러한 필요에 대응한 이벤트였다. 이번 발표는 Block 자체의 사업 방향성뿐 아니라, 핀테크 산업 전반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오늘 글에서는 해당 발표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Block 사업 간단 요약
Investor Day의 인사이트들을 요약하기 전에 간단히 그 전까지 Block의 주요 사업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Cash App: 소비자 금융 슈퍼앱
초기에는 P2P 송금 앱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직불카드, 예금, 급여 입금, 주식 및 비트코인 투자, BNPL, 단기 대출(Borrow) 등으로 기능이 빠르게 확장되었다. 특히 미국 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활성도를 확보하며, 단순 송금 앱을 넘어 일상 금융의 중심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았다. Cash App은 사용자 수와 거래 빈도 모두에서 Block 전체 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 축이다.
Square: 소상공인용 운영 플랫폼
Square는 Block의 B2B 사업의 중심으로,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를 위한 결제 및 운영 인프라를 제공한다. POS 하드웨어, 결제 처리, 재고 관리, 직원 관리, 급여, 마케팅, 그리고 Square Loans에 이르기까지 사업 운영 전반을 포괄하는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단순 결제 솔루션을 넘어,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에 가깝다는 점이 Square의 특징이다.
Afterpay: BNPL 네트워크
Afterpay는 Block이 2022년 인수한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머스에서 소비자에게 분할 결제 옵션을 제공한다. Afterpay는 단독 브랜드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인수 이후 한동안 Cash App이나 Square와의 시너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Bitkey + Proto: 비트코인 사업부
Block은 다른 핀테크 기업들과 달리,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닌 장기적인 인프라 레이어로 바라보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 관점은 Bitkey와 Proto로 대표되는 비트코인 사업부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Bitkey는 사용자가 직접 키를 관리하는 셀프 커스터디 비트코인 월렛으로, 거래소 의존 없이 비트코인을 보관·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반면 Proto는 자체 설계한 ASIC 칩과 채굴 장비,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 사업이다.
핵심#1 유일한 풀스택 핀테크 회사

Investor Day 2025에서 갑자기 등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잭 도시가 이번 발표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강조한 Block의 차별점은 Block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부 직접 설계할 수 있는 풀스택 기업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들이 하드웨어를 가볍게 가져가거나 외주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Block은 Square 시절부터 POS 단말기, 카드 리더기 등을 포함해 누적 3,000만 대 이상의 하드웨어 기기를 직접 설계하고 출하해 왔다. 이 과정에서 Block은 단순히 기기를 만들어 파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파운드리와 제조 파트너들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고, 이는 다른 핀테크 기업들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적인 moat로 작용한다.
이러한 하드웨어에 대한 스탠스는 Proto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Proto는 Block이 축적해 온 하드웨어 DNA를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로 그대로 옮겨온 결과물에 가깝다. 기존 비트코인 채굴기가 일정 기간 사용 후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일회성 장비에 가까웠다면, Proto는 채굴기를 모듈형 구조로 설계해, 연산 성능의 핵심인 해시보드만 교체하면 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는 마치 면도기 본체는 유지한 채 면도날만 교체하는, 이른바 razor–razorblade 모델과 유사한 접근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Proto의 설계와 비즈니스 모델이 Block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하드웨어 제조 네트워크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SIC 설계부터 기구 설계, 제조 파트너 관리, 그리고 장기적인 업그레이드 사이클까지 모두 통제할 수 있는 회사는 극히 제한적이며, 이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성장해 온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역량이다. 더 나아가 Proto는 설계와 조립이 전부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특정 지역에 제조 역량이 집중된 기존 비트코인 채굴기 시장 구조와 비교했을 때 공급망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에서 상당한 전략적 이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Proto는 단순히 Block의 새로운 수익원이라기보다는, 비트코인과 하드웨어에 대한 Block의 오랜 집착이 만들어낸 매우 독특한 산물에 가깝다. 핀테크 기업이 비트코인 채굴기를 만든다는 사실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그 채굴기를 장기 인프라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사이클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Block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2 서비스간 네트워크 효과에 초집중

Investor Day 2025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는, Block이 더 이상 각 사업을 개별적으로 잘 키우는 회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업들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회사로 명확하게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Square와 Cash App 사이의 관계 설정이다. 과거에는 Square는 판매자, Cash App은 소비자라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었고, 두 제품은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점 외에는 실질적인 연결이 거의 없었다. Investor Day에서 Block은 이 구조를 의도적으로 깨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Neighborhoods다. Neighborhoods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비교적 분명하다. 소상공인은 고객 유입을 위해 점점 더 광고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고, 소비자는 로컬 상점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접점이 줄어들고 있다.
Block이 제시한 해법이 Neighborhoods이며, 그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 Cash App 사용자는 앱 안에서 주변 Square 가맹점을 발견하고,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 판매자는 별도의 광고 집행이나 마케팅 운영 없이도 Cash App이라는 대규모 소비자 네트워크에 노출된다.
이 구조의 핵심은 Neighborhoods가 단순한 상점 탐색 기능이 아니라, 행동 기반 네트워크 레이어라는 점이다. 소비자의 방문 빈도, 결제 이력, 지출 패턴이 자동으로 반영되어 추천과 리워드가 생성되고, 판매자는 별도의 설정 없이도 반복 방문과 충성도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Square의 결제 데이터와 Cash App의 소비자 데이터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결합되기 때문에 가능한 설계다.
이 외에도 Square Payroll을 사용하는 매장의 직원들이 급여를 Cash App으로 받도록 유도하는 구조나, Afterpay를 독립적인 BNPL 브랜드가 아닌 Cash App으로 흡수하려는 방향성 역시 모두 서로 다른 사업들 사이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핵심#3 AI 에이전트 & 블록체인의 역할

다음으로 주목해볼 부분은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비트코인)의 핀테크 재료로써의 역할이다. Block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AI 에이전트가 금융의 프론트엔드를 대체하고, 블록체인이 그 뒤에서 작동하는 백엔드가 되는 구조이다.
먼저, Block이 제안하는 새 시대의 프론트엔드는 Moneybot과 Managerbot이다. 두 제품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금융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 Moneybot: Moneybot은 Cash App 사용자 입장에서의 개인 CFO에 해당한다. 사용자의 수입 흐름, 지출 패턴, 잔액, 투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예산 배분, 저축 규모, 투자 비중, 단기 자금 활용까지 자동으로 조정한다.
- Managerbot: Managerbot은 Square 판매자를 위한 자동화된 COO에 가깝다. 매출 흐름, 재고 수준, 직원 근무 패턴, 공급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급여 스케줄, 인력 배치, 재고 발주, 마케팅 실행 같은 운영 의사결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두 에이전트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직접 버튼을 누르고 설정을 조정하는 기존 금융·비즈니스 앱의 인터페이스를 점점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묻기 전에, 에이전트가 이미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하거나 실행한다.

이와 동시에 Block은 결제와 정산의 백엔드 역시 재정의하고 있다. Investor Day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Cash App 사용자는 이제 달러 기준으로 돈을 보내지만,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산이 가능해진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여전히 USD를 기준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송금과 수취 역시 달러로 인식된다. 변화는 사용자가 체감하는 화면이 아니라, 그 뒤에서 돈이 이동하고 정산되는 방식에 있다.
Block의 엔드게임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금융을 운영하고, 그 뒤에서는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최소화된 오픈 정산 네트워크가 돌아가는 구조다. BaaS가 은행 API를 추상화했다면, Block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은행 자체를 추상화하려 한다.
핵심#4 언더라이팅과 대출은 Block의 핵심 비즈니스

Investor Day 2025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은, Block에게 대출이 더 이상 부가적인 금융 기능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이자 가장 중요한 수익 엔진이라는 점이다. Block은 현재 Square Loans, Cash App Borrow, Afterpay BNPL을 통해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대출을 기원하고 있으며, Investor Day에서 제시된 주요 지표 역시 대부분 이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Block이 강조한 핵심은 규모보다 자본 효율성이다. 대출 마진은 약 2% 수준이지만, 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 투자자본수익률)는 20% 후반대에 달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초단기·고회전 대출이다. Cash App Borrow의 평균 대출 기간은 약 21일로, 자본이 연간 15회 이상 회전한다. 단일 대출의 수익성은 제한적이지만, 회전 속도가 이를 상쇄한다. 여기에 창고 대출이나 예금 기반 자금을 활용할 경우,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수익률)는 100% 이상까지도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러한 수익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더라이팅 데이터의 질이다. Cash App Borrow는 전통적인 신용 점수보다 P2P 송금 흐름, 급여 입금 패턴, 카드 사용 내역, 계좌 잔액, 앱 내 행동 데이터에 기반해 위험을 평가한다. Investor Day에 따르면 Borrow 이용자의 약 70%는 FICO 점수(미국 개인 신용 점수) 기준으로 subprime에 해당하지만, 손실률은 장기간 3%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이는 위험을 회피한 결과라기보다는, 위험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고 통제한 결과에 가깝다.
Square Loans 역시 구조적으로 유사한 강점을 가진다. Square는 판매자의 매출과 결제 흐름을 직접 통제하고 있어, 대출 상환이 매출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대출은 별도의 금융 상품이 아니라, 판매자의 운영 흐름 안에 내재된 기능에 가깝다.
결국 Block의 언더라이팅과 대출은 앞선 네트워크 전략과 AI 자동화 위에서 작동한다. Square와 Cash App이 연결될수록 데이터는 풍부해지고, Moneybot과 Managerbot이 사용자 행동을 자동화할수록 예측 가능성은 높아진다. Block에게 대출은 이 모든 전략이 수렴되는 가장 강력한 수익 레이어다.
마치며
결국 Investor Day 2025에서 Block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꽤 단순하다. Block은 이제 결제 앱이나 금융 기능을 여러 개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모든 사업을 얹으려는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만드는 풀스택 구조, Square와 Cash App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으려는 시도, AI 에이전트로 프론트엔드를 바꾸고 비트코인 네트워크로 백엔드를 확장하려는 방향, 그리고 그 위에서 실제로 돈을 벌어들이는 언더라이팅과 대출까지. 이번 Investor Day를 통해 Block의 여러 사업들이 드디어 처음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묶였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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