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관한 짧은 낙서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몰랐으니까 그랬겠지

2023.03.17 | 조회 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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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 관한 짧은 이야기

아주 사적이고 디테일한 에세이

“실용음악 보컬레슨을 했었어요. 돈 욕심에(웃음) 한 번에 60명씩 할 때도 있었어요. 돈을 무지하게 벌었죠. 그 나이에 말도 안 될 만큼 벌었는데… 갑자기 그때가 그립네요.(좌중 폭소) 그때 느낀 점이 있어요. 음악을 꿈꾸면서 오는 아이들이잖아요. 무대 위의 자신을 꿈꾸며 오는 무구한 열정들인데, 저는 이미 그걸 상상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었어요. 딜레마인 거죠. 그런 아이들을 매일 만나니까. 지금은 그런 느낌이 사라졌지만요.”


뭔가 쓸 거리가 있나 예전 글들을 찾아보다가 메모해놓은 루시아(심규선)의 2014년 인터뷰를 오랜만에 읽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때’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예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모든 것에는 때가 있더라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느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거라느니 하는 건 다 허상이라고. 우리는 연대기적 역사에 따라 살아가야 하니까. 시제가 없는 외계인이 아니니까.

이건 세포가 죽어가는 물리적인 작용보다는 에고의 문제에 가깝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온 삶의 흔적을 표상처럼 달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저절로 많아진다. 우리는 미래가 무한하다고 착각하곤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과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몰랐기에 가능한 게 있다. 비대해진 에고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 수 있는 때가 있다. 가볍고 단순하기에 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이 될지 주위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못하기에 떠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일상의 불가항력 속에서 자신이 휘발되어간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메마른 황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자신을 안다는 것은 서글프고 잔인하다. 다만 그 전제를 끝내 외면하며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죽기 전까지 믿는다면 그건 복일까, 저주일까. 인간은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아야 이기는 걸까, 아니면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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