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십 대가 '학교를 구하는 소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8개월 동안 소설을 쓰기로 한 진짜 이유

2026.05.14

안녕하세요, 생각의 숲 김혜원입니다.

 

지난 주말, 생각의 숲 2기 OT가 있었어요. 새로 선발된 9명의 청소년 작가가 처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8개월 동안 '학교'라는 배경으로 각자 소설 한 편씩을 쓸 소중한 글쓰기 동료들의 첫 만남이었어요.

OT에서 전하고 싶은 첫번째 메시지는 이겁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글쓰기가 아닙니다."

출간 프로젝트인데 글쓰기가 핵심이 아니라면 그럼 뭘 하러 모인 거냐고요?

 


우리는 글만 쓰지 않아요. 생각을 심어요.

생각의 숲은 출판사 느린서재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른들끼리 이럴 게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를 가장 직접적으로 통과하는 십 대의 생각을 좀 들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기투합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글보다 생각이었던 거예요.

작년 11월 출간된 1기 책 〈십 대가 지구를 구하는 방법〉에서 저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생각은 눈송이고, 글은 눈사람이다."

 

생각은 예쁘게 흩날리지만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곧 녹아 사라져요. 글은 달라요. 손이 시리도록 뭉치고 굴려 형태를 만들고 모양을 다듬어요. 그래서 세상에 똑같은 눈사람은 없죠. 눈사람은 눈송이와 달리 누군가의 눈에 띄고 세상에 닿아서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되기도 해요. 겨울왕국에서 울라프가 태어나 신나는 모험을 하는 것처럼요.

 

첨부 이미지

 

1기 작가들은 환경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멋지게 펼쳐냈습니다. 1년 가까운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저는 특히 소설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했어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이야기'의 힘에 반해서, 2기는 전체 구성을 소설로 잡게 되었고요.

 

픽션이란 형식을 정했지만 우리 프로젝트에서 글쓰기의 원칙과 순서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야기 안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것은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문장보다 십 대들이 학교에 대해 가진 진짜 생각을, 깊은 곳에서 나온 목소리를 우리는 기다리고 있어요.

 


'학교를 구한다'는 말의 무게

앞으로 생각의 숲 프로젝트는 〈십 대가 ○○를 구하는 방법〉 시리즈를 매년 한 권씩 출간할 예정이에요. 기후위기에 이은 2기 주제는 〈십 대가 학교를 구하는 방법〉입니다.

'구한다'는 단어가 거창해 보일 수 있어요. 저는 이걸 이렇게 풀어서 써봅니다.

 

학교를 구한다 = 학교 안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되살린다

 

문학은 원래 현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조명을 비추는 일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학교에서 사라져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런 것들이 떠올랐어요.

 

  • 진짜 대화
  •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눈
  •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전감
  • 내가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답

우리가 다니는 학교의 골격은 사실 200년 전 프로이센에서 만들어졌어요.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이 필요로 한 노동자, 국가가 필요로 하는 시민을 동시에 길러내기 위한 설계였습니다. 시간표·학년제·표준 시험 — 당연해 보이는 그 장치들이 그때 자리를 잡았어요.

 

그리고 200년이 흘렀습니다. AI가 작업을 대신하고, 학력이 삶을 보장한다는 약속도 흔들리는데, 학교의 골격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위에 적은 네 가지가 사라지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그 시대의 시스템은 "표준에 빨리 도달하는 사람"을 길러내도록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지금 시대가 묻는 건 정반대의 질문이에요. "너는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 두 가지는 같은 공간에서 자랄 수 없어요. 학교에서 혼란을 느끼는 이유일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학교를 두 겹으로 볼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학교, 그리고 시스템으로 분석하는 학교.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 그것에 조명을 비추거나 바꾸는 가장 정직한 방법 중 하나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자기 언어로 그것을 쓰는 일이에요.

 

과연 2기 작가들은 어떤 풍경을 떠올릴까요. 같은 학교 시스템 안에서 9명은 9개의 다른 풍경을 살고 있을 거예요. 그 비슷하고도 다른 이야기를 길어 올려 한 권의 책에 담기 위해, 우리는 여기 모였습니다. 올 겨울, 어떤 눈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됩니다.


왜 8개월이나 필요한가요?

OT가 끝난 다음 날, 9명의 작가에게 첫 번째 가이드 한 편과 함께 세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하나. 학교에서 가장 답답했던 순간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둘. 그때 학교에서 무엇이 사라졌다고 느꼈나요?

셋. 그게 다시 살아나려면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이 8개월간 길러낼 생각의 씨앗이에요.

저는 앞으로 다섯 편의 자료를 작가들에게 보낼 거예요. 학습용이 아닙니다. 질문을 위한 자료입니다. 소설로 무엇을, 왜, 어떻게 구하고 싶은지 — 그 답을 찾아가는 8개월이 될 거예요.

 

긴 시간을 두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기. 질문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르는 어떤 답이 있을 거예요. 이후의 8개월은 첫 번째 답을 의심하고, 두 번째 답을 찾고, 그 답이 다시 흔들리고 부서진 후 비로소 온전한 나만의 답을 남기는 시간입니다.

 

12월이 되면 작가들의 손에 자기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이 들려있을 거예요. 우리의 함께 이루어야 하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짜로 찾고 싶은 답은 그 너머에 있어요.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 앞에 한 번이라도 정직하게 서본 십 대는 반드시 무언가를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될 거라고 약속할 수 있어요.

 

 

 


이 뉴스레터는 매주 목요일 아침, 생각의 씨앗이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방법을 전달합니다.

 

청소년이 자기 생각을 어떻게 키워가는지, 한국과 해외의 교육 현장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출간을 위한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다음 호(5/21)에는 1기 작가들의 인터뷰를 가져올게요. "1년 동안 책 한 권을 쓰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3호(5/28)에는 〈학교를 다시 보는 책 10권〉을 보내드려요. 2기 작가들과도 함께 읽는 리스트입니다.


오늘 심을 한 가지 생각

내가 경험한 학교를 떠올리며 질문을 해보세요. "내가 학교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구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일까?"

답은 메일로 보내주셔도, 마음에만 담아두셔도 좋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뵐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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