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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는 사람들" — 신동 서사가 끝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것

한 번 쓴 사람과 계속 쓰는 사람 사이

2026.07.16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생각의 숲 김혜원입니다.

 

지난주에 질문 하나를 남겨두고 헤어졌지요. "한 번 쓴 사람과 계속 쓰는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 한국의 백은별 작가는 열여섯에 낸 첫 책 『시한부』가 2년째 스테디셀러인 동안, 다음 책을 썼습니다. 지금 한참 읽히는 신작 『윤슬의 바다』는 교보문고 청소년 부문에서 1위로 치솟았었죠.  첫 책이 정점이 아니라 시작이었던 겁니다.

 

십 대 작가의 첫 책과 계속 쓰기. 오늘은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십 대에 데뷔해 어른이 된 작가 세 작가의 경로를 따라가며 찾아보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오늘도 재능 이야기는 아닙니다.

 

 

질문이 나이를 이긴다 — 와타야 리사

 

2001년, 교토의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 첫 소설 『인스톨』로 문예상을 받으며 등단합니다. 그리고 열아홉이던 2004년,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상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워요. 일본 문학계가 발칵 뒤집혔고, 책은 100만 부 넘게 팔렸습니다.

 

 

  주폴란드 일본대사관 강연에서의 와타야 리사, 2013 (사진: 일본 외무성·주폴란드 일본대사관, CC BY 4.0)  
  주폴란드 일본대사관 강연에서의 와타야 리사, 2013 (사진: 일본 외무성·주폴란드 일본대사관, CC BY 4.0)  

여기까지가 흔히 아는 '신동 서사'입니다. 그런데 와타야 리사의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예요. 최연소 기록이라는 타이틀이 지나간 뒤에도 그는 백화점 판매원으로, 호텔에서 일하면서 계속 썼습니다. 2007년 『꿈을 주다』로 돌아왔고, 2012년에는 오에 겐자부로상을 받았어요. 데뷔 후 25년째,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작품 목록이 아니라 그 목록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입니다. 교실 밖의 아이(『인스톨』), 교실 안의 소외(『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그리고 어른이 된 뒤의 작품들까지. 교실의 미묘한 권력과 소외라는, 십 대 때 발견한 질문이 작가와 함께 자라며 이어집니다. 최연소 기록은 언젠가 깨집니다. 하지만 자기 질문은 깨지지 않아요. 질문이 나이를 이긴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작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 가진 질문을 더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 멋진 문장보다 소중하다고요. 문장은 편집으로 다듬으면 됩니다. 그 질문이 다른 십 대들에게 닿을 만큼 솔직하다면 — 단지 인정받고 칭찬받기 위한 글이 아니라면 — 그 질문은 10년 뒤에도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 S.E. 힌튼

S.E. 힌튼을 소개합니다. 그는 열여섯에 쓰기 시작한 『아웃사이더』(1967)로 미국의 청소년문학이 장르의 기점을 만든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힌튼을 모셔온 이유는 그 성공 때문이 아니에요. 그 직후의 4년 때문입니다.

 

  2024년 토니상 시상식의 S.E. 힌튼 — 이날 『아웃사이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았다. 열여섯에 쓰기 시작한 이야기가 57년째 살아 있는 순간 (사진: The Tony Awards 중계 화면, CC BY 3.0)  
  2024년 토니상 시상식의 S.E. 힌튼 — 이날 『아웃사이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았다. 열여섯에 쓰기 시작한 이야기가 57년째 살아 있는 순간 (사진: The Tony Awards 중계 화면, CC BY 3.0)  

 

데뷔작이 폭발적으로 성공한 뒤, 힌튼은 수년간 쓰지 못했습니다. 유명한 절필기예요. 성공 자체가 다음 글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열일곱의 힌튼이 온몸으로 경험한 겁니다. 그를 다시 책상 앞으로 데려온 것은 재능의 회복이 아니었어요. '하루 두 쪽'이라는 규칙을 함께 설계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 연인이자 훗날 남편이 된 데이비드 인호프였습니다. 하루에 딱 두 쪽. 그 작은 약속이 쌓여 1971년 복귀작 『그때 그리고 지금』이 나왔고, 힌튼은 '10대 작가'가 아니라 '10대를 쓰는 작가'로 자리를 옮겨 『럼블 피시』, 『텍스』를 이어갔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기복이 생깁니다. 물음은 계속 생기는데, 그걸 밖으로 꺼내 글로 표현하는 데에는 매번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힌튼의 4년이 말해주는 건 하나예요. 작가는 혼자서는 쓸 수 없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쓰는 사람에게 있어 '함께 쓰는 사람들'은, 가장 귀한 존재입니다.

 

 

구조가 있었는데도 — 프랑수아즈 사강

"그건 곁에 좋은 사람이 있었던 운 아닌가요?"라고 물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세 번째 작가가 필요합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18세에 『슬픔이여 안녕』(1954)으로 데뷔해 그해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았습니다. 대문호 모리아크가 신문 지면에서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고 부를 만큼 뜨거운 데뷔였어요.

 

  『슬픔이여 안녕』이 나온 해의 프랑수아즈 사강, 1954 (사진: Studio Harcourt, 퍼블릭 도메인)  
  『슬픔이여 안녕』이 나온 해의 프랑수아즈 사강, 1954 (사진: Studio Harcourt, 퍼블릭 도메인)  

 

흔히 사강의 이후 경로를 두고 "구조의 부재"라고 설명합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사강에게는 당대 최고의 편집자 르네 쥘리아르가 있었고, 작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사강 패거리')도 있었어요. 와타야·힌튼과의 차이는 구조의 유무가 아니라 구조의 방향입니다.

 

사강의 구조는 첫 책을 '재판매'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출판사는 그를 '18세 스캔들 천재'라는 상품으로 보고 관리했고, 언론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데뷔작과 비교하는 프레임을 반복했어요. 결과를 보면 명확합니다. 사강은 이후 50년간 30권 이상을 썼고 절필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신작도 "열여덟의 그 책"이라는 기준점에서 벗어나 읽히지 못했어요. 작가는 갱신됐지만, 수용의 프레임은 갱신되지 않았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와타야와 힌튼의 구조가 다음 책을 쓰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십 대에 데뷔한 작가들이 첫 책의 성공을 닫고, "지금의 질문은 무엇인가"를 물어주는 환경 조건인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힌튼이 겪은 절필의 4년은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을 알려주었죠. 바로 "다른 누군가".

 

신동 서사로 끝나지 않는 힘, 세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십 대에 데뷔한 세 작가의 경로가 갈린 지점은 나이도, 재능도 아니었습니다.

하나, 질문의 소유권. 자기만의 질문은 세 사람 모두 갖고 있었습니다. 사강도 평생 한 가지 질문을 팠어요. '권태와 사랑의 덧없음'이요. 갈라진 것은 그다음입니다. 곁의 사람들이 그 질문이 자라도록 도왔는가, 아니면 열여덟의 첫 책만 자꾸 되물었는가.

 

둘, 첫 책의 위치. 첫 책을 정점으로 못 박는 주체는 대개 작가 본인이 아니라 시장과 언론입니다. 좋은 구조는 첫 책을 연습 문제의 자리로 되돌려 놓아요. 백은별 작가의 『윤슬의 바다』가 보여주는 게 정확히 이거예요. 첫 책이 기준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될 때, 다음 책이 나옵니다.

 

셋, 구조의 방향. 작가를 오래 쓰게 하는 것은 구조의 존재가 아니라 구조의 방향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유지하려면, 구조는 한 사람 이상일 때 안전합니다.

 

저는 십 대 작가들이 어떤 질문을 받는지 지켜봐 왔어요.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되었나요?" — 모든 작가가 받는 질문이지만, 십 대 작가에게 이 질문은 무게가 다릅니다. 좋든 싫든 그는 십 대의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게 되거든요. 독자라면 묻지 않을 질문을 평가자들에게 받게 됩니다. 이건 어린 작가에게 독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자기 이야기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그 확신을 지켜줄 동료가 필요합니다. 평균과 비슷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얘기해도 된다는 응원을 받기 위해서요.

 

생각의 숲이 만들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데뷔가 아니라, 다음 글을 쓰게 하는 방향의 - 한 사람 이상으로 이루어진 - 안전한 울타리.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하니까요. 책을 낸 어린 작가에게 출간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발화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이야기 — 대비하는 사람과 살게 될 사람

그럼 지금 십 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질문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제일 분명한 건 '기후'입니다. 여름을 겪을 때마다 깊이 묻게 되는 질문이죠. 어른은 기후위기를 '대비'하지만, 십 대는 그 안에서 '살게' 될 사람들이거든요. 9호에서 만난 툰베리의 문장이 왜 세계를 움직였는지 기억하시지요. 다음 호는 기후소설과 청소년문학 이야기입니다 — 재난 영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급식 메뉴가 바뀌는 층위의 아주 현실적인 기후 이야기요.

 

 

 

오늘 심을 한 가지 생각

  우리 아이가 언젠가 '힌튼의 4년'을 만난다면, 그때 '하루 두 쪽'을 함께 설계해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답은 메일로 보내주셔도, 마음에만 담아두셔도 좋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아침에 다시 뵐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의 숲에서,

김혜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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