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생각의 숲 김혜원입니다.
AI 시대에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모두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떠올리시죠.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코드도 짜는 시대에 우리 아이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AI 시대 원주민이 된 아이들에게, AI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고민은 이미 때가 지난 것 같아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이제는 방향을 볼 때입니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라는 모호한 말보다 오늘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 볼게요. 세계의 가장 앞서 가는 기관들이 입시와 취업 시장에서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보기 시작했는가 - 여기에서 가장 명확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요.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 5곳이 70년 만에 SAT를 다시 의무화했어요.
포스텍은 2026학년도부터 면접을 1인당 200분으로 늘렸어요.
맥킨지는 최종 면접에서 자사의 AI 도구를 함께 쓰게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 변화는 거의 동시에 일어났고 공통점이 있어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보겠다는 방향성입니다. 이 한 줄 안에 우리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단서가 있어요.
하나씩 짚어볼게요.

🇺🇸 미국은 더 이상 에세이를 믿지 않아요
지난 70년간 미국 대학은 학생의 에세이·시험 점수·포트폴리오가 "너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약속을 전제로 학생을 뽑아왔어요. 특히 에세이는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습니다.
그 오랜 약속은 챗GPT 등장 이후 빠르게 무너졌어요. 이제는 평균 이상의 에세이를 누구나 5분 만에 만들 수 있게 됐고 결과물의 완성도는 더 이상 학생의 실력을 증명할 수 없어요. 학생이 직접 쓴 글, 사교육이 다듬어준 글, AI가 만들어낸 글, 이 셋을 결과물만 봐서는 구분할 수 없게 된 거예요.
진짜 학생의 실력을 결과물에서 읽어내는 일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버드·예일·MIT·다트머스·브라운은 SAT 시험을 다시 의무화했어요. 면접에 즉석 글쓰기와 압박 상황의 구두 응답을 끼워 넣었어요. AP 캡스톤에서는 학생이 AI와 함께 작성한 코드·논문을 시험에서 직접 설명하지 못하면 0점 처리됩니다.
미국 입학사정관들은 한 발 더 나아가요. 에세이의 초기 초안·메모·수정 기록을 보관하라고 권고하기 시작했습니다. AI를 썼다면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는지, 본인이 어떻게 고쳤는지까지 결과물이 아닌 과정의 기록이 새로운 입시 자료가 되었습니다.
🇰🇷 포스텍은 200분 동안 한 학생을 평가합니다
같은 흐름이 한국에도 도착했어요.
카이스트와 함께 한국 이공계 양대 특성화 대학으로 꼽히는 포스텍은, 2026학년도부터 면접을 전면 개편했어요. 면접 시간은 1인당 200분, 면접 반영 비율은 기존 33%에서 50%로 상향입니다.
개인 면접 + 개인 과제 + 그룹 활동,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요. 단순한 시간 확대가 아니라 평가의 무게중심 자체를 시험 점수에서 면접으로 옮긴 결정이에요. 수시 370명을 뽑는 자리에 3,553명이 지원해 평균 10:1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블라인드 평가입니다. 출신 고교, 부모의 직업, 복장, 액세서리까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신호를 차단합니다.
포스텍이 명시한 의도는 단호해요.
성적순이 아닌 대체불가한 인재를 선발하겠다
성적이라는 결과물 한 줄로는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200분 동안 직접 사고하고 직접 토론하고 직접 결정하는 모습
즉 '과정'을 봐야 한다는 시대 선언입니다.
맥킨지가 본 건 결과물이 아니에요
또 다른 흥미로운 변화의 신호는 세계 3대 전략 컨설팅사로 꼽히는 맥킨지에서 왔어요.
맥킨지는 2025년 말부터 최종 면접에 자사의 AI 도구 '릴리(Lilli)'를 활용한 평가를 시범 운영하고 있어요. 지원자에게 컨설팅 문제를 주고, AI를 함께 사용해 풀게 합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질문을 다듬고, 구조화된 제언으로 종합하는 그 전 과정을 면접관이 지켜봅니다.
여기서 화제가 된 건 AI 사용 자체가 아니에요. 핵심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AI와 협업하는가." 를 평가하는 것이죠. 면접관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지원자가 그 도구와 어떻게 협업하는지를 봅니다.
흥미로운 디테일이 두 가지 더 있어요. 첫째, 이 과제는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시험이 아니에요. '비평가형(non-evaluative)' 과제로 설계됐습니다.
정답이 아니라 사고의 투명성 자체가 평가 대상이 된 거예요.
둘째, 맥킨지는 AI 협업을 채용 과정에 공식화한 최초의 주요 컨설팅 회사예요. 이 채용 방식의 변화는 BCG의 'Deckster', 베인의 'Sage' 같은 도구를 가진 경쟁사들이 곧 뒤따를 거라 예상됩니다.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가 신입을 뽑을 때 보겠다는 게 AI 도구로 무엇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AI 도구와 어떻게 협업했느냐라는 것이에요.
이것이 시대의 새로운 척도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 우리가 던질 질문이 바뀝니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가 아니라
과정의 기록을 모아두었는가?
200분 동안 보여줄 만큼 나의 이야기가 충분히 있는가?
AI 동료와 협업하고 리드할 수 있는가?
그래서 생각의 숲 2기는 '글'이 아닌 '생각'을 모읍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작가들에게 두 가지 폼을 보냈어요. '생각 서랍'과 '아이디어 노트'에요.
생각 서랍은 매 강이 끝날 때마다 같은 질문에 다시 답하는 폼이에요. 동일한 핵심 질문에 대해 생각한 OT 때의 답이 1강 후, 3강 후, 시놉시스 때, 1차 원고 때, 합평 후, 퇴고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시점별로 누적됩니다.
아이디어 노트는 생각날 때마다 언제든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두 폼이 8개월 동안 누적되면
소설 한 편 옆에 그 소설이 만들어진 과정의 기록이 통째로 남게 됩니다. 어떤 질문에서 시작했고, 어떻게 바뀌었고, 어떤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 한 장면이 됐는지 과정을 남길 수 있어요.
이건 작가의 자산입니다. 우리가 12월에 함께 만든 책 한 권을 손에 들었을 때 그 옆에 자신의 사고가 자라온 8개월의 기록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만들었나"를 본인이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요.
이건 미국 입학사정관이 보고 싶어 하는 그것, 포스텍이 200분 동안 확인하고 싶어 하는 그것, 맥킨지가 Lilli로 들여다보는 그것과 같은 종류의 자산이에요.
기록해두지 않은 것은 없는 것입니다.
저는 기록이 중요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미국 입학사정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AI 사용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있느냐 없느냐 — 이 차이가 5년 뒤 격차를 만든다
학습이나 프로젝트에서 AI를 쓸 때, 그 과정을 기록하는 습관을 꼭 만들어야 합니다. 구글닥스든 노션이든 시간 순서대로 쌓여가는 디지털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게 사교육으로 살 수 없는 격차가 됩니다.
OECD는 〈디지털 교육 전망 2026〉에서 "AI 평가는 정형화된 답에는 강하지만 창의적 사고·비판적 사고·복합적 문제 해결은 충분히 잡지 못한다"고 분석했어요. 그래서 교육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경험이어야 한다고 명시했죠.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2025〉도 같은 방향이에요. 분석적 사고가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 1위로 꼽혔고 (10개 기업 중 7개가 필수로 답함), 학습 민첩성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짚었습니다. 2030년까지 핵심 역량의 39%가 바뀐다고도 했죠.
생각의 숲이 2기에서 새로 시작한 두 가지 폼은, 그 격차를 미리 만들어두는 일이에요.
작가들이 8개월간 본인의 사고 과정을 직접 손으로 기록하면서 결과물 하나가 아니라 그 과정 전체가 본인의 것이 되도록 설계할 거예요. 생각의 숲은 작가들과 함께 계속 진화할 겁니다.
오늘 심을 한 가지 생각
오늘 자녀가 어떤 작업을 하든 - 그 과정을 기록할 환경이, 만들어져 있나요?
답은 메일로 보내주셔도, 마음에만 담아두셔도 좋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아침에 다시 뵐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의 숲에서,
김혜원 드림.
다음 호(6/11)에는 학교에 대한 소설을 쓰는 작가님들을 위한 딥 리서치를 보내드립니다.
참고 출처
🇺🇸 미국 — SAT 재의무화·AP 캡스톤·과정 기록 권고
- The Atlantic — Harvard, Yale, MIT Bring Back the SAT
- The New York Times — Ivy League Colleges Reverse Test-Optional Policies
- Inside Higher Ed — AP Capstone and AI Use
🇰🇷 한국 — 포스텍 2026학년도 200분 면접·블라인드 평가
- POSTECH 공식 발표 — 수시 최종경쟁률 9.60:1
- 영남경제 — 포스텍 1인당 200분 면접 예고에도 지원 열기
- 교육을 비추다 — 2026 POSTECH 입시 면접 비중 50% 확대
- KPI News — 포스텍 2026학년도 수시 최종경쟁률
글로벌 기업 — 맥킨지 Lilli 면접·BCG Deckster·베인 Sage
- Management Consulted — McKinsey's New AI-Powered Interview Format
- Hacking the Case Interview — McKinsey Lilli Assessment
- Career Development — McKinsey AI Tool in Final Round
국제 기관 — OECD·WEF
- OECD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6
- 교육플러스 — OECD 디지털 교육 망 2026 ③ AI 평가 자동화
- World Economic Forum — Future of Jobs Report 2025
- WEF — Skills Outlook 2025 (분석적 사고·학습 민첩성)
더 보고 싶다면 — 추천 영상
- Sal Khan (Khan Academy 창립자) — TED 〈How AI Could Save (Not Destroy) Education〉 AI 시대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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