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안예지 원장입니다.
오늘은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연휴라고 해서 마냥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을 거예요. (저도 참 고된 시간을 보냈답니다 ㅠㅠ) 그래서 어떤 글을 전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 나름대로의 위로를 전하기로 했어요.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설 연휴에는 자주 얼굴을 못 보던 가족이나 친지들과 만나는 경우가 여전히 많죠. 그러다 보면 어른들의 걱정 아닌 걱정을 듣게 되는데요.

이런 끝없는 걱정(?) 말이지요.
이건 제가 실제로 저희 한의원에 오신 한 어머니께 들은 얘기인데요.
아이가 너무 자주 아프고 입원도 밥 먹듯이 했었거든요.
명절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였는데 그날도 콧물을 흘리고 다녔더니 "애가 왜 이렇게 자주 아프냐, 엄마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진짜 수십 번을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른들께서 걱정하시는 말씀이었겠지만, 엄마 입장에선 "내가 뭘 잘못해주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다고 하셨어요.
다른 집 아이는 안 그런데,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왜 우리 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감기에 걸려올까.
오늘은 이 질문에 최대한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답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냥 제 생각이나 위로가 아니라, 정말 사실이 그러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경우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그 정도면, 사실 '정상'입니다
아이의 잦은 감기 때문에 내원하시는 경우의 거의 90% 이상은 단체생활을 시작한 시점부터 감기에 자주 걸렸다고 말씀하십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와 Stanford 소아과 연구에 따르면,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연 6~10회 감기에 걸리는 것은 완전히 정상 범위입니다. 어린이집에 다닌다면 연 14회까지도 가능하고요. (물론 이 정도면 대책을 찾긴 해야겠지요 ㅠㅠ) 겨울에 감기가 겹치면 한 달 내내 콧물·기침을 달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여러 번의 감기가 이어지며 만드는 착시에 가깝습니다.
핀란드에서 1,827명의 아이를 추적한 연구를 보면, 어린이집을 시작한 뒤 첫 2개월간 감기 증상일이 월 3.8일에서 10.6일로 치솟았습니다. 한 달의 3분의 1을 아픈 셈이죠. 찰떡이도 작년 3월에 단체생활을 시작한 뒤로 5월 초까지 거의 그랬던 것 같아요. 3일 다녀오면 콧물 나서 2일 쉬고, 또 2일 가면 열이 나서 3일 쉬고—이렇게 가는 둥 마는 둥 하면서 3~4월이 지나갔거든요.

감염이 몰아서 오는 이 시기를 의학에서는 "면역 학습기"라고 부릅니다. 이때의 감기는 다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절대적인 횟수의 증가 때문입니다. 대신 아이의 면역 체계가 세상의 바이러스를 하나하나 만나며 기억하는 과정을 겪고 있어요. 힘들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감염 빈도는 자연히 줄어듭니다. 이 과정이 보통 9개월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감기가 너무 잦다면 다른 요인이 없는지 고민해 봐야합니다.)
엄마 눈에는 "항상 아픈 아이"처럼 보이지만, 의학적으로는 "면역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건강한 아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신호가 있다면 그래도 한 번은 확인해 보세요
"자주 아픈 것"의 대부분은 정상이지만, 아래의 신호가 보인다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면역이 약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도가 심하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신호가 없고 감기와 가벼운 장염이 자주 오는 정도라면 아이의 면역은 대부분 정상입니다.
최소한의 선은 이런 것들입니다.
아래는 여러 진료 지침이나 논문에서 확실하게 "이 정도는 하자"고 얘기하는 내용이에요.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이미 다들 잘 하고 계신, 혹은 잘 하고 싶으신 것들일 거예요. 아이 손을 잘 씻기고 푹 재우고 싶은 거, 안 그런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집마다, 아이마다 상황이 다르니 개인차가 존재할 뿐이지요.
만약 아이가 호흡기가 약한데 꾸준히 흡연에 노출되도록 한다면 어쩌면 부모님 탓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이 정도는 하고 계시다면 기본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뭔가 문제가 내 탓이다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하나씩 살펴볼게요.
🚭 실내 흡연 — 가장 확실한 "고쳐야 할 것"
만약 가정 내에 흡연자가 있다면, 이것은 의학적으로 가장 강하게 개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권위 있는 모든 기관과 연구에서 지적하는 요소거든요.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이는 폐렴·기관지염 같은 하기도감염, 중이염, 그리고 천식 악화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집니다. 한 연구에서는 가정 내 흡연 노출 아동이 비노출 아동보다 입원 기간이 길고 중환자실에 갈 확률도 더 높았습니다.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반드시 금연하세요.
🧼 손 씻기 — 작지만 확실한 차이
"손 씻기 하나로 뭐가 달라지겠어" 싶으실 수 있지만, 여러 메타분석에서 손 위생을 강화하면 호흡기감염이 평균 16~24% 정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옵니다. Lancet에 실린 2023년 대규모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비누로 손 씻기 교육만으로 급성 호흡기감염 위험이 약 17% 줄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알아요. 아이를 데리고 손 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요. 그래도 이 정도 타이밍에는 꼭 손 씻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외출 후, 식사 전, 화장실 다녀와서, 코 풀고 난 뒤—이렇게요. 이 네 가지만 습관화해도 감기를 10~20%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잠 — 면역력의 바탕
아이 수면과 감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건강한 수면 패턴(충분한 시간, 규칙적 취침, 불면 없음)을 유지한 그룹은 감염 입원 위험이 비례하게 감소했습니다. 2~5세 아동 연구에서도 수면 부족이 선천 면역 지표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지요.
"몇 시간 더 재우면 감기 몇 번 줄어든다"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은 "면역을 위한 생활 습관" 중 가장 실행할 만하면서 효과가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비타민제 — 이것만 먹으면 다 된다?
"비타민 D 먹이면 감기 안 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타민제만으로 감기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2023년 메타분석에서 건강한 소아를 대상으로 한 비타민 D 보충은 급성 호흡기감염을 유의하게 줄이지 못했습니다.
물론, 심한 비타민 D 결핍이 있다면 교정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면역 부스터"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야외 활동이면 충분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우리가 반드시 해주어야 할 면역 관리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 집과 차 안에서의 흡연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가
- 외출 후, 식사 전, 코 풀기 후 등 손 씻기가 습관이 되어 있는가
- 아이가 연령에 맞는 수면 시간을 규칙적으로 확보하고 있는가
- 비타민이나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사와 야외 활동이 이루어지는가
이 네 가지를 이미 잘 하고 계신다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다 하고 계신 겁니다.
이것들을 다 신경 쓰고 있다면, 적어도 내가 뭘 못해서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내용이 좀 길고 복잡했지요?
어려웠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콧물을 닦다가 코 밑 피부가 헐어 약을 발라주고, 밤새 열보초를 서면서 체온을 측정하고, '콜록' 기침 소리 하나에 잠이 깨는 그 시간—엄마의 모든 시간이 아이를 지켜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긴 연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저도 제일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조금 여유를 부려보고 싶네요. 모두들 그 시간이 가능하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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