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우리 애 이 정도면 ADHD는 아니겠죠?

특히 아들 어머님들의 단골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2025.12.03 | 조회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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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 주치의 예지레터

첫 엄마에게 든든한, 한의사 엄마 예지쌤의 육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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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료실에 아이들이 앉는 의자는 바퀴는 없지만 회전형으로 되어 있어요. 이 의자에 앉으면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뱅글뱅글 도는 것을 참 좋아해요. 저는 그럼 아이가 한 바퀴 돌아오면 맥을 보고, 또 돌아오면 복진을 합니다.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진료에 협조가 엄청 잘 되는 거거든요.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이 상황이 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진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시니, 항상 아이들에게 그만 하라고 잔소리를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민망한 듯 한 마디 덧붙이시죠.

"애가 너무 산만해서 큰일이에요 원장님. 혹시 ADHD는 아니겠죠?"

 

특히 곧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 6~7살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께서 이런 걱정을 가장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쟤가 이래가지고 학교에 가서 뭘 어떻게 할지 걱정된다고요. 그럼 저는 항상 이렇게 말씀드려요.

 

"어머니, 그 나이대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 부모님 중에 저한테 이 얘기 안 하시는 분이 없어요. 다들 우리 애가 혹시 ADHD는 아닐지 한 번은 물어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ADHD인 아이는 이 정도로 진료를 못 받아요. 벌써 저기 침대 위에서 뛰고 있거나 나가고 없어요."

 

약간의 과장을 담은 이 얘기를 들으신 분들은 얼굴이 밝아지며 말씀하세요.

"그쵸? 아유 저도 혹시 ADHD 검사 받아봐야 하나 고민도 했었어요."

 

오늘은 ADHD와 관련해서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설명드려볼게요. 많은 부모님, 특히 아들 키우시는 분들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지길 바라요.

 

상황 1. 숙제를 해야 하는데 30분째 시작을 안 하고 있을 때

숙제를 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얘기를 했어요. 아이가 알겠다고 하고 책상에 앉았지만 이런 식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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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들었다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가 다리를 흔들다가 옆으로 돌아보고, 이제 겨우 책을 펴나 싶었는데 갑자기 그 옆에 있던 종이를 가위로 한 번 잘라봐요. 그러다 다시 책상 밑을 보더니 지우개를 주워서는 뒷부분을 떼어내요. 갑자기 창문으로 가서 비가 오는지 확인하고는, 또 돌아와서 "엄마, 근데 어제 거기서 말이야." 하면서 딴 얘기를 시작해요.

 

여기서 확인하실 것은 이런 것들이에요.

ADHD가 의심되는 아이는 시작 버튼이 잘 눌리지 않는 것 같아 보여요.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속 신호와 행동 사이의 연결이 만들어지기 어려워요. 그래서 시작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꾸 시선과 손이 다른 곳을 찾는 거예요. 이런 양상이 거의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고, 부모가 주의를 주면 듣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아요.

 

반면 그냥 좀 산만한 아이는, 숙제하기가 귀찮고 싫어서 장난을 치고 몸을 비비적거리면서 버티긴 하지만 몇 번 얘기하면 시작은 해요. 그렇게 한 번 앉고 나면 어느 정도는 집중을 유지할 수 있고요. 즉, 산만하지만 목적성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매일 심하게 지연되지는 않는 거죠.

 

상황 2.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릴 때

ADHD가 의심되는 모습은 이런 것들이 있어요. 아이가 식당 의자에 앉아서 5초도 못 버티고 자꾸 일어나려고 해요. 그러다 갑자기 테이블 아래를 기어가거나 주방 쪽으로 들어가려고 하고요. 놀란 부모님께서 앉으라고 하면 말을 듣기는 하지만, 몸이 거의 바로 다시 반응해서 또 움직여요. 이런 상황이 다른 식당,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요.

 

아이들은 당연히, 음식이 늦게 나오고 오래 기다려야 하면 지루해할 수 있어요. 그래도 장난감이나 할 거리를 주면 어느 정도는 앉아 있을 수 있어요. 즉, 앉고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지만 설득하거나 흥미를 끌면 행동이 조절돼요. 이 정도는 그냥 산만한 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두 가지 경우에서 ADHD가 의심되는 아이들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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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보세요.

  1. 어떤 행동을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고, 시작하더라도 계속 다른 행동으로 옮겨갈 때
  2. 몸과 행동의 속도가 스스로 조절되지 않아 장소와 상황에 맞지 않게 움직일 때
  3. 다른 사람의 제지가 행동 변화로 연결되지 않고 충동적 행동이 자주 반복될 때
  4. 집과 학교 등, 2곳 이상의 장소에서 비슷한 어려움이 보일 때
  5. 해당 모습이 6개월 이상 꾸준하게 지속될 때

 

특히 여기서 많이들 안심(?)하시는 부분이 2곳 이상의 장소에서 해당 어려움이 보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보통 집에서는 너무 산만하고 걱정스럽지만 단체 생활에서는 그럭저럭 어려움 없이 (선생님의 "너무 산만해서 문제가 된다"는 피드백 없이) 지내고 있다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이런 경우는 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ADHD의 정의에서는 벗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충동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주의 조절만 안 되는 조용한 ADHD인 아이들도 많아요. 특히 이런 경향은 여자아이에게 많은 편인데요. 충동성은 없지만 어떤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하기가 어렵고, 부모님이 일일이 챙겨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면 마찬가지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 글은 사실 부모님들께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쓴 글이에요. 특히 아직 어린 연령일수록 사회적인 규범이 학습되지 않아서 좀 더 산만해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워낙 ADHD 유병률이 가파르게 높아지다 보니 다들 한 번씩은 걱정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불안해하는 것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요. 오늘 내용을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시고 해당 사항이 없다면 걱정을 내려놓으시고요! 좀 해당하는 것 같다 하시면 간단한 검사도 가능하니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모든 부모님들, 응원합니다!

 

 

🩺예지쌤의 한마디

오늘의 편지가 혹시나,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나 그 부모님께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지는 않았나 몇 번이고 살피다가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덧붙여요. ADHD 증상 관리를 위해 내원하는 아이들도 많거든요. 치료를 받고 생활 관리를 잘 하면 충분히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것, 다 아시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까지 해오셨던 것처럼 도와주세요. 제가 두 배로 더!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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