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저희 진료 원장님과 점심시간에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요즘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만 코 막힌다는 아이들이 정말 많죠?"
"맞아요. 콧물도 별로 없는데 자려고 눕기만 하면 코가 막혀서 힘들어한다고 해요."
요즘 이런 아이들이 정말 많거든요.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만 코가 막혀서 힘들어하고 짜증내고 자다가 깨는 아이들이요. 혹시나 싶어서 코를 빼주어도 나오는 콧물이 별로 없어서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때 제가 요즘 날씨가 건조해서 그럴 수 있다고 말씀드리면, 정말 백이면 백,
"가습기를 진짜 잘 틀어주고 습도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도 그래요 ㅠㅠ"라고 하시며 부모님께서 더 많이 답답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 왜 그런지, 해결은 되는 건지 엄마도 아이도 답답한 "마른 코막힘"에 대해 찬찬히 알려드릴게요!
왜 밤에만 막히는 걸까요?
결론적으로 밤에 코막힘이 심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 아이나 우리 집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본래 생리적으로 그렇게 되기 쉬워요.

낮에 활동하면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중력의 영향으로 피가 아래쪽으로 잘 내려가죠. 하지만 밤에 자려고 누우면 피가 머리 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이때 콧속의 혈관들도 혈액이 몰리면서 빵빵하게 부어오릅니다. 그 결과 코 점막이 두터워지고, 가뜩이나 좁은 아이들의 코 안을 더 좁고 답답하게 만듭니다.
더불어 밤에 잘 때는 우리 몸이 편안하게 이완되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신체 변화가 생기는데요. 그중 하나가 혈관들이 느슨하게 풀리면서 확장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장된 혈관은 콧구멍 안의 점막도 부풀게 해서 마찬가지로 숨 쉬기 어렵게 만듭니다.
즉, 콧물이 가득 차지 않더라도 코 점막의 위치나 혈관의 변화만으로도 코막힘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가습기를 틀어주는데 왜 안 나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생리적인 변화는 여름과 겨울에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유독 건조한 계절에 코막힘이 심해지죠. 낮 동안 건조한 공기에 노출된 코 점막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촉촉하게 하기 위해 점막을 붓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낮에 이미 약간 부어 있던 코 점막이 밤이 되면서 더 심하게 부어 불편함을 일으키는 것이죠.
그럼 밤에 습도를 높여주면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여기에 약간의 맹점이 있습니다. 방 안의 습도를 높이면 사실 체감 온도가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24도라고 해도 습도가 40% 정도면 쾌적하지만 습도가 70% 이상이면 굉장히 후텁지근합니다. 장마철의 그 답답하고 숨 쉬기 어려운 느낌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처럼 아이의 코막힘을 해결하기 위해 습도를 높이면 필연적으로 더 덥고 답답해집니다. 게다가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돼서 겨울철에는 쉽게 실내 온도를 내리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시죠. 이렇게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은 상황이 되면 습식 사우나에 들어갔을 때처럼 숨 쉴 때 답답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비유하자면 코 점막이 바싹 말라서 답답한 것이 아니라, 물에 불은 것처럼 퉁퉁 불어서 숨길이 좁아지고 답답한 것이죠.
따라서 습도를 높인다면, 그에 맞춰 온도는 약간 낮춰주셔야 아이가 느끼는 체감 온도가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오늘 밤, 이렇게 해주세요
그래도 이 추운 날씨에 너무 서늘하게 하기는 어렵잖아요. 저도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늘 진료실에서는 서늘하게 재우세요를 외치지만 저도 집에선 보일러를 틀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거든요. ^^
첫 번째, 보일러 설정 온도는 조금 내리고 수면 조끼를 입혀주세요.
서늘한 공기에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22~23도 정도로 엄마가 느끼기에 살짝 썰렁한 정도가 좋습니다. 대신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되신다면 배를 덮을 수 있도록 수면 조끼를 입혀주세요. 체온 조절에 훨씬 유리합니다.
두 번째, 코에 보호막을 씌워주세요.
저기 멀리 있는 가습기보다 코 입구를 막는 것이 사실 더 중요합니다. 자기 전에 콧구멍 입구에 조금 꾸덕한 타입의 크림이나 밤 제형 보습제를 살짝 발라주세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주는 느낌으로요. 혹시 가능하다면 자는 동안 마스크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마스크 안쪽은 촉촉하게 유지되어서 목과 코 점막을 보호해 줍니다. 이때 KF94처럼 두꺼운 것을 쓸 필요는 전혀 없고, 방한용 마스크나 조금 헐렁한 얇은 마스크를 사용해도 됩니다. 오히려 이런 것을 써야 아이가 덜 답답하고 호흡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 베개를 평소보다 약간만 높여주세요.
찰떡이는 아직 베개를 사용하지 않지만, 현재 사용하는 중이라면 베개 밑에 수건을 하나 더 깔아서 조금 높여주세요. 아까 누우면 피가 쏠려서 코가 붓는다고 말씀드렸죠? 높이를 조금 높여주면 이런 현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밤새 코가 막혀 뒤척이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금방이라도 깰까 봐, 깨서 답답하고 불편하다며 울고 힘들어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밤을 한 번이라도 겪었다면 아이의 코 막히는 소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증상은 한의원 치료만으로는 바로 좋아지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개인차도 크고, 특히 자는 환경이나 평소 생활 관리가 중요한 문제거든요. 아이들이 답답해하는 게 저도 너무 힘들어서 쓴 오늘의 콘텐츠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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