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에 안 자는데 키 안 크면 어쩌죠?

밤 10시에 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어요.

2025.11.26 | 조회 178 |
0
|
초보 엄마 주치의 예지레터의 프로필 이미지

초보 엄마 주치의 예지레터

첫 엄마에게 든든한, 한의사 엄마 예지쌤의 육아 이야기

첨부 이미지

진료 중에 한 어머니께서 저에게 눈을 찡긋 하십니다. 이젠 저도 소아 진료 10년이 넘으니 척하면 척이죠.

"우리 OO이, 선생님이 준 약 잘 먹고 올 수 있지? 이거 먹으면 씩씩해지고 형아 되는 거야."

 

이런 류의 청탁(?)을 진료하면서 많이 받는데요.
그중에 가장 요청이 많은 멘트는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장님, 키 크려면 밤 10시에 자야 되는 거 맞죠? 아이한테 꼭 핸드폰 그만하고 10시에 자야 된다고 얘기 좀 해주세요. 엄마 말은 안 들어도 원장님 말은 또 듣잖아요."

 

왜 키는 꼭 밤 10시에 자야 커서 우리 아이들과 어머니들 사이를 멀어지게 할까요. 일찍 자라는 잔소리만 안 해도 아이와 싸울 일이 훨씬 줄어들 텐데 말이죠. 오늘은 아이들의 키 성장과 수면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행히(?) 희망적인 얘기부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밤 10시에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우리 몸에 시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밤 10시가 되면 뿅 하고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 말이에요. 우선 수면 중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큰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데, 잠만 잘 자도 아주 높은 농도의 성장호르몬 분비를 누릴 수 있으니 수면이 키 성장에 정말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수면 중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점은 밤 10시가 아니라 수면 시작 후 1시간에서 초반 1/3 정도를 차지하는 깊은 수면 중입니다. 즉, 몇 시에 잠을 자든 상관없이 초반부에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것이죠. 따라서 이 깊은 수면 단계가 얼마나 길게 잘 이어지는가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질 좋은 수면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좋게 하는 것이지요.

 

첨부 이미지

 

그렇다면 왜 꼭 밤 10시에 자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까요? 이것은 아마도 예전부터 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그 시간쯤에 자고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는 패턴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 시간에 잠을 자니 10시쯤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왔겠지요. 늦게 자면 그만큼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시점이 늦어질 뿐, 그 시간을 놓치면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이 등교나 등원을 하기 위해 아침 7~8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밤 9시~10시에는 잠을 자야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시간에 잘 준비를 하고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합니다. 밤 9시쯤 누워서 10시쯤 깊은 수면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베스트! 사정상 안 된다고 해도 수면 시간과 질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의외로 많이 놓치는 것이 일관된 수면 패턴입니다.

꼭 밤 10시에 자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어떤 날은 9시에 자고 어떤 날은 새벽 2시에 자고 해도 괜찮을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수면의 질과 함께 성장호르몬 분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일관된 수면 패턴입니다. 우리 몸에는 나름대로의 생체 시계가 있습니다. 비슷한 하루 일과를 반복하다 보면, 항상 딱 그 시간에 배가 고프거나 알람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눈이 번쩍 떠지는 경험 하신 적 있으시죠?

 

첨부 이미지

이런 식으로 우리 몸은 패턴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패턴대로 움직였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효율적으로 잘 작동할 수 있어요. 따라서 아이의 몸이 편안하게 성장호르몬을 뿜뿜 내뿜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매일 같은 시간대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주말에는 좀 더 자면 좋을 것 같아서 늦게까지 재우고 (그럼 대체로 또 늦게 자게 되지요 ㅠㅠ) 월요일이 되면 일찍 깨워서 피곤해하는 것보다는, 주말에도 평상시와 크게 차이 나지 않게 일정한 기상 시간을 맞춰주시고 잠도 비슷하게 자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수면을 위해 하나만 챙긴다면 "빛 차단"입니다.

수면의 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잠을 자는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습도, 온도, 침구류, 잠옷, 소음의 정도 등 정말 많은 요소가 있지요. 극도로 춥거나 더운 환경만 아니라면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전, 그리고 자는 중에 빛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입니다.

 

자기 전에 블루라이트 혹은 밝은 빛을 피하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밝은 빛은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하고, 얕은 잠을 유발합니다. 특히 밝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게 되면 빛도 빛이지만 게임을 하거나 숏폼을 보는 것이 뇌에 자극을 주고 수면의 질을 나쁘게 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권장은 자기 전 2시간 동안 블루라이트 차단이지만, 사실상 초등 이상 아이들에게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은 핸드폰을 보지 않도록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불을 꺼도 이런 상태인 경우가 많죠.
불을 꺼도 이런 상태인 경우가 많죠.

그리고 자는 중에도 빛 차단이 중요한데요. 아이가 자는 방 창가에서 빛이 들어온다면 암막커튼을 해주시는 것이 좋고요. 요즘에는 방 안에 있는 여러 기기들의 버튼이나 표시등에 LED 등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약한 조도(5~10lux)의 빛도 수면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TV에 일반적으로 전원 대기 등이 있죠. 조그마한 빨간색 불이요. 그게 5~20lux예요. 공기청정기에 보통 들어오는 파란 불이 10~30lux고요. 이건 청색등이라 수면에 좀 더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해요.

 

따라서 수면 중에도 최대한 빛을 차단할 수 있도록 이런 작은 불빛들을 최대한 가려주시는 것이 좋아요. 다이소나 인터넷에 보면 까만색 빛 차단 스티커를 팔고 있으니 이런 것 하나 사서 밤에 침실에 불 꺼놓고 하나씩 찾아서 붙여주시면 됩니다. 이거 붙이다 보면 ‘그동안 생각보다 진짜 밝은 곳에서 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예요. 저도 스티커 열심히 붙이면서 차단을 했는데도 생각보다 너무 밝아서 뭐가 문제인가 하고 보니 안방 화장실 열린 문 사이로 나오는 화장실 비데 버튼의 불빛이 원인이었어요. 전에는 그 빛이 이렇게 밝을 거라고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공기청정기, 가습기, TV LED 등을 가리니까 그 불빛이 정말 밝더라고요.

 

이 lux 단위의 조도를 측정하는 앱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저도 측정해 보지는 않았어요 ㅎㅎ
대신 불 꺼진 방에 들어갔을 때 5초~10초 정도 눈을 적응시킨 후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윤곽만 흐릿하게 보이는 정도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침실에 불을 껐지만 뭔가 다 보인다면 밝은 것이니 조금 더 어둡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시는 것이 좋아요.

 

  🍯 오늘의 키 성장 포인트!

   밤 10시에 자는 것보다, 일정한 시간에 어둡게 재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아이들의 키 성장을 최대한 도울 수 있는 수면에 대한 얘기를 정리해 봤어요. 생각해 보면 유독 키 성장에 대해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는 카더라가 많은 것 같아요. 아마도 이 문제가 그만큼 간절한 것이기 때문이겠죠. 앞으로도 이런 소문에 대해 근거 있고 정확한 내용 말씀드려 볼게요. 감사합니다!

 

주 1회, 든든한 육아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구독하시면 내 아이에게 해당하는 주제를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어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초보 엄마 주치의 예지레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초보 엄마 주치의 예지레터

첫 엄마에게 든든한, 한의사 엄마 예지쌤의 육아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