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하고 온전한 우리의 제사

김근주읽기 뉴스레터 10호(전편)_이나경&최종훈

2023.11.24 | 조회 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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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2023년 4월 18일 2시, 광화문 찻집에서 저는 봄이다프로젝트의 이나경 주간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얼마 후 파주 지혜의숲에서 이주간님과 최종훈 대표님과 다시 만났습니다. ♡ 만남의 시작은 김근주읽기 텀블벅 때문이었지만, 다정하고 세심하고 미소가 예쁜 두 분을 통해 '사귐'의 소중함을 다시 배웠습니다. _발행인 주)


Q : 두 분에 관해, '봄이다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 봄이다프로젝트 대표 최종훈과 편집주간 이나경은 남편과 아내 사이입니다. 한몸이니 1인 출판사가 맞겠네요. 저희는 1989년 어느 기독교 출판사의 입사 동기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해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이후 둘다 기독교 출판 언저리에서 지냈습니다.

 

봄이다프로젝트의 이나경&최종훈 부부,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의 식당에서 (이나경 제공) 
봄이다프로젝트의 이나경&최종훈 부부,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의 식당에서 (이나경 제공) 

최종훈 대표의 경력에서 7할은 번역입니다. 기독서적의 역자로 꽤 유명하고 잘 팔린 책들도 많습니다. 2003년, 저희는 어느 출판사를 나오며, '이제 출판은 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2019년, 단단했던 우리의 마음이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읽기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성경'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을 고민하면서 출판사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성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Q : 출판사명이 새롭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 30여 년 기독교계에서 일하면서, 거룩한 소명감으로 중무장했지만 그것에 치여 사람도 마음도 잃어버리는 모습을 종종 지켜봤어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고요.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용기있게 나아가지만, 집착하지는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라도 마음 편하게 접을 수 있다'는 가벼운 부담감을 스스로에게 주문 했어요.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그래서 넣은 것이고요. '봄이다'는 출판사를 구상하던 무렵에 눈앞에 봄이 막 시작되었고, 그때 "봄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어요. 그 말이 너무 좋아서 '봄이다프로젝트'라고 출판사 이름을 정했어요.

 

Q : 새롭게 성경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A : 평소 금박의 두꺼운 성경을 읽는 것이 왠지 불편했어요. 핸드폰으로 성경을 보는 것도 탐탁치 않았고요. 단행본 형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고 묵상할 수 있는 성경이 있으면 좋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했었어요. 까페에서, 지하철에서 손쉽게 성경을 꺼내 볼 수 있게요. 저 같은 크리스천도 이런데, 일반인들이 성경에 쉽게 다가가는 것은 더 어려울거 같았죠. 누구든 교양도서 같은 성경에서 시작해 하나님을 만나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교양인을 위한 성경>이란 부제도 비기독교인들도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김근주 해제, <시편_마음의 끝에서 부르는 새 노래> 봄이다프로젝트, 2019 
김근주 해제, <시편_마음의 끝에서 부르는 새 노래> 봄이다프로젝트, 2019 

 

Q : 성경을 출간하려면 몇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고요?

A : 성경을 내려면 반드시 대한성서공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성경 본문만으로는 승인이 되지 않아요. 한 페이지에 성경 본문 외 20%를 다른 내용으로 채워야만 출간이 가능합니다.

손에 잘 잡히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성경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한 페이지의 20%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이 많았죠. 성경 본문과 잘 맞지 않으면내용이 어색하거나 비효율적일 수 있으니까요. 궁리 끝에 찾은 것이 "성경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물을 법한 내용을 넣자" 였습니다. 처음 성경을 읽는 일반인이나 초신자들이 궁금해 할 질문과 답을 넣기로 했어요.

<열왕기> 본문 중에서_중요하고 인상적인 물음에 친절하고 상세한 답이 달린다 (봄이다 제공) 
<열왕기> 본문 중에서_중요하고 인상적인 물음에 친절하고 상세한 답이 달린다 (봄이다 제공) 

 

"성경 읽기의 중심과 자세를 짚어주는 메시지"

 

Q : 해제를 쓰실 분을 찾았겠군요? 

A : 김근주 목사님(구약)과 권연경 교수님(신약)께 해제를 의뢰한 것은 저희의 기획의도에 맞게 정확히 써주실 수 있는 분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두 분의 해제는 문제에 대해 '이게 바로 정답이야'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조심스럽지만 풍부한 지식과 논리를 근거로 답변을 이끌어 냅니다. 무엇보다 성경 읽기의 중심과 자세를 짚어주는 포괄적인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경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하나님을 찾는 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잘 아시겠지만, 어떤 책이든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정답을 가진 책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답이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어떤 해제든 신학적 기반이 다른 분들에게 공격당하거나, 외면 받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Q : 김근주 교수님을 저자로 모시기까지 주변의 반대도 있었다고요?

A : 김근주 교수님은 구원과 복음에 대해 성경이 말하는 것을 믿고 고백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희가 해제자로 모시지도 않았을 거고요. 김 목사님은 현재 한국기독교와 교회가 무시하고 잘못해왔던 것들에 대해 누구보다 날선 비판을 하시죠. 이를 작위적으로 악용한 기독교 매체에선 자극적인 기사와 제목으로, 편견을 갖고 목사님을 보도록 하는거 같아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목사님을 부정하려는 분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어요.

내가 보는 하나님과 성경 해석만이 옳고, 나와 다른 이의 입장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믿음이고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일까요. 날마다, 아니 모든 순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고 말씀을 읽을 때 신앙의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모든 삶은 결국 하나님 앞에서 드러나겠지요. 서둘러 지금 여기서 나의 잣대와 기준으로 그 판단과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하나님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믿음의 길을 찾아가는 수밖에요. 그때 의지하는 것이 성경 말씀이라 생각해요.

 

"새로운 콜라보, 참 재밌었어요"

 

Q : 김근주읽기와 텀블벅을 진행하셨어요. 어떠셨나요?

A :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텀블벅이라는 걸 참여는 해봤으나, 제가 직접 주체가 된다는 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이전의 참여 경험으로 이 일이 구매보다는 후원의 의미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텀블벅 제안이 왔을 때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죠. '김근주읽기'가 어떤 취지를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모임인지는 대략 알고 있기도 했고요. 누군가의 페북 포스팅을 통해서였을 겁니다. 기사 몇 건 읽고 김근주 교수를 단정짓는 이들과 달리, 책으로 그분을 읽어보자는 마음들이 기특하고 대단해보였습니다.

김근주 교수님이 낸 책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행되는 상황도 지켜보고 있었죠. 먼저 그 팀에서 저희랑 텀블벅을 해보자며 연락을 주었으니 더없이 반가울 밖에요. 선물로 '히브리어 단어 노트'를 제안해주신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였고요.

 

<열왕기:남북왕조실록, 선택과 도태의 역사>,<생각을 깨우는 KEY 히브리어 70>, 봄이다프로젝트
<열왕기:남북왕조실록, 선택과 도태의 역사>,<생각을 깨우는 KEY 히브리어 70>, 봄이다프로젝트

 

"후원을 지켜보며 많은 분들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Q : 텀블벅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A : 해보지 않은 일이라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일을 위해 김근주읽기가 많이 수고해 주셨어요. 저희 성격상 "나 이런 좋은 일 하니까 좀 도와줘" 이런 말을 참 못합니다. 가족과 아주 가까운 몇몇에게도 흘리듯 이야기했을 뿐이죠. 텀블벅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액션은 봄이다 계정을 통한 페북 광고였습니다. 그간 페북 책 광고가 홍보 효과는 있지만, 실질 구매로까지 잘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확인할 길도 없으니까요.

후원 결과에서 많은 분들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마음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출하는 내역을 보면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잘 보입니다. 김근주읽기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마음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흐뭇했습니다. 김근주읽기에 대한 애정기상도는 아주 맑음으로 보입니다. 봄이다프로젝트를 이번 텀블벅 파트너로 초대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 김근주읽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김근주읽기의 참여자들이 책을 참 '열심히' '꼼꼼히' 읽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독자들만 있으면 출판할 맛 나겠다'는 생각이 맨 처음 들었습니다. 하나의 책을 읽고 묵상하면서 자신의 삶, 그리고 오늘의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할 길을 점검해보고 나아갈 바를 찾아보는 일만큼 의미 있는 독서가 또 있을까요. 그것이 책의 힘이자 존재 의미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읽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1년 이상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사건이지요. 이 건강한 독서모임이 부디 오래도록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흠결 없는 온전한 제사를 드리고자" 

 

Q : 대담한 기획의 <교양인을 위한 성경 시리즈>에서 봄이다프로젝트의 철학과 소신이 느껴집니다.

A : 저는 지금 하는 일이 전부이면서도 아무것도 아닌것이라는 생각을 지킬 때 온전해질 수 있다는 알량한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전부’라고 생각하며 초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집착으로 변해가는 경험을 만들고 싶지 않고, 그래서 무언가 우리 안에 변질되었다면 언제든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이면 하나님 앞에서 좀더 순결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사실 저희는 봄이다가 펴내는 <교양인을 위한 성경 시리즈>를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라고 생각하며 일합니다. 30년 이상 기독교 출판계에서 지낸 이상,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진 한 가지는 하나님께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고, 그런 생각의 결론이 바로 봄이다의 성경 출간입니다.

한 권 한 권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이므로, 과정에서 아무 흠결이 없으면 좋겠고, 가장 정결하고 온전하게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해제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과 일할 때 한 치의 소음도 나지 않기 바라며 마음과 정성을 쏟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다소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죠. 그때마다 이 작업의 본질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 을 잊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Q : 김근주읽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저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먼저 주의하고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이해하고 파악할 때 그것이 가진 시각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근주 교수님의 책들이 이 어두운 세상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찾아가는 데 밝은 불빛 역할을 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매우 훌륭한 양서들이지만, 그 또한 저자의 시각과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삶의 이유는 하나님을 향해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길잡이의 안내에 따라 걸으면서 안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이 길의 의미와 목표점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 우리 모두가 하나님을 향하는 길 위에 있다는 것"

 

최종훈, 이나경 부부_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 산책(이나경 제공) 
최종훈, 이나경 부부_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 산책(이나경 제공) 

 

:) 다음편은 '일년에 한 달씩 긴 여행 이야기'와 '최종훈 번역가의 인생책' 입니다.

다음호도 기대해주세요. 

~ to be continued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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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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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경

    1
    about 1 year 전

    🌸이나경님🌸 감사합니다! 나경님의 마음이 "따스한 봄이다" 입니다.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 주셔서 얼마나 좋은지요. 손에 쏘옥 들어오는 책을 보며 '참 좋다' 생각했습니다. 권영경교수님, 김근주목사님, 두 분을 어디서든 편안하게 만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흠결 없는 온전한 제사를 드리신다는 마음으로 만드셨다니 감동입니다. 책을 볼 때마다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뭔가 궁금증이 생길때, 히브리 빨강노트에 적어도 보고 책도 수시로 펼쳐서 기쁜맘으로 읽어보고 있습니다. 손바닥 시편책도 넘 좋구요💕 두 분 사진보니 반갑고 행복이 전해 옵니다. 긴 여행을 하신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뵙게 되면 여행이야기 꼭 해주세요^^ 후편에 어떤 이야기를 써 가실지 궁금한 마음 가득입니다. '봄이다'를 응원하고 이나경님과 최종훈님을 응원합니다! 감사해요!!🙏🩷🩷

    ㄴ 답글 (1)
  • 전사

    2
    about 1 year 전

    '모든 삶은 결국 하나님 앞에서 드러나겠지요.'라는 고백이 깊은 울림을 주네요. 뭔가 시작해야겠다고 맘먹고 있으면서도 결행하지 못하고 있던 참에 귀한 글을 읽고 도전이 됩니다. 하나님을 향해 가는 길 위에 있는지도 돌이켜 보고요.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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