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신학을 공부해서-청년 서평2

뉴스레터 별지14_김근주의<특강 예레미야>를 읽다_강다니엘

2024.04.12 | 조회 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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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김근주 목사님의 <특강 예레미야>Ivp 함께 읽기를 시작하며 두 편의 서평을 나누어 소개합니다. 김근주읽기에 참여하는 청년 이해민 님(1편)과 강다니엘 님의 글(2편)입니다. 삶과 신앙에 대한 고민, 길을 모색하고 비젼을 찾는 글을 통해 <특강 예레미야>를 더 풍성하게 읽어가는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발행인 주

 

"그날 채플에서 선배들은 무지개 옷을 입었습니다"

"또 다른 그날 채플에서 저는 무지개 배경을 띄웠습니다"

강다니엘 님, 장로교신학대학원 재학 (사진 강다니엘 제공)
강다니엘 님, 장로교신학대학원 재학 (사진 강다니엘 제공)

 

그날에 그들과 

김근주 목사님의 책들을 통해 배운 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뜻은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것입니다.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것은 "고아, 과부, 나그네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성 소수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입니다. 성 소수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불편함 없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려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때에 저는 장신대 신학과 3학년으로 복학했습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하던 2018, 학교 선배 중 몇 분은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하며 무지개 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채플에 참석해서 무지개색 옷을 입었던 선배들은 학교의 명예 훼손’, ‘교수 지도 위반’, ‘수업(예배) 방해를 이유로 정학, 근신, 사회봉사 등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후 재판을 통해 학교의 부당한 징계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에게 찍힌 낙인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통당한 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사랑의 행동(적법한 활동)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젊은 신학생들에게 끔찍한 족쇄가 되었습니다.

제가 복학했던 2020년, 그들 중 한 분은 줌(Zoom)으로 진행되는 채플에 무지개 배경을 띄운 채 참석했습니다. 저는 그분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무지개 배경을 띄우고 채플에 참석했습니다. 학교는 무지개 배경을 띄우지 말 것을 경고했고, 저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익명 게시판에는 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과 조롱이 섞인 댓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두 번의 사건을 계기로 학교와 교계가 더는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주목할 것은 예레미야같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를 무시하고 그의 사역을 무산시키기 위해 또 다른 영적 권위들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예레미야가 하는 말은 한 사회의 안정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그러니 그 사회는 똘똘 뭉쳐 예레미야와 같은 이들을 주변화시키고 배제하려고 한다. 예레미야가 존재하는 한, 다른 제사장이나 예언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예레미야를 제거하는 일은 신학적 문제라기보다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_김근주,<특강 예레미야> 4장에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예레미야’, 프레스코 ,바티칸 시스티나 성장 천장화, 390*380cm, 1511 
미켈란젤로Michelangelo, ‘예레미야’, 프레스코 ,바티칸 시스티나 성장 천장화, 390*380cm, 1511 

 

우리의 탄식을 넘어

성 소수자가 배제되는 사회에서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은 그 사회를 뒤흔드는 일일 것입니다. 이 시대의 제사장, 예언자들이라 생각하는 자들에겐 선배들과 저와 친구들은 너무나도 거슬리는 존재일 것입니다. 그래서 교단의 교권 세력들은 선배들과 저와 친구들을 지워버리려고 발악하는 것 같습니다. 

지워지지 않기 위해 맞서는 일도, 거대한 혐오를 마주한 채 사랑을 말하는 것도 너무나 지치고 힘든 일입니다.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분노와 애통함을 끝없이 느끼고, 탄식을 무수히 많이 내뱉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왜 내가 이 길로 들어섰나’하는 후회도 들고, ‘왜 하필 신학을 공부해서…’하는 하나님께 대한 원망도 듭니다. 그리고 이제 이 길을 더는 걷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이 예수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상황이었을 테고, 이제껏 한국 교회 주류 교단의 교권 세력이 줄기차게 연명해 온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_김근주, <특강 예레미야> 4장에서

 

예레미야서에는 예레미야가 느낀 절망, 분노와 애통함, 그가 뱉은 탄식의 말들, 그의 후회와 하나님께 대한 원망, 피하고자 하는 마음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는 조롱과 박해를 견디며, 낙담과 절망을 딛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시는 말씀을 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이 불타는 것 같고 골수가 사무쳐서 견딜 수 없다며 계속 말씀을 전합니다.

"불타는 마음, 골수에 사무쳐 전하지 않을 수 없는 말씀"

 

예레미야의 분노와 절망, 탄식과 애통, 후회와 원망의 마음은 제게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그가 옳은 길위에 있기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모습도 부끄러운 모습도 희망이 되는 것이겠지요.

예레미야를 보며 분노와 절망, 탄식과 애통 가운데 있더라도 여전히 이 길 위에 남아 있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분노하고 절망했지만 계속 말씀을 전했던 예레미야의 모습이 제게 위로가 되었듯, 이 길 위에서 분투하는 제 모습을 통해 누군가 위로를 얻고, 다시 길을 걸어갈 힘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습니다.  

 

예레미야를 강의할 때마다 예레미야를 정말 닮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예언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처참하고 고통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레미야서를 묵상하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예레미야의 삶 한 자락이라도 닮을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하고 기대한다.”

_김근주, <특강 예레미야> 머리말에서

 

예레미야가 이스라엘 사회를 향해 품었던 마음에 공감하며 이 책을 읽기를 제안합니다. 특별히 그의 분노, 애통함, 불안, 절망, 원망과 불평 등 '부정적인 감정들'에 집중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을 한 절이라도 느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의 불의 때문에, 교계의 불합리한 현실 때문에 분노와 절망을 품는 것, 그것은 희망의 전제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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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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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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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경

    1
    7 months 전

    강 다니엘님🌸많이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성소수자가 사회적 약자임을 우리가 너무 잘 압니다. 우리와 같이 그저 연약한 하나님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상처받게 하는 일들이 생기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네요. 무지개는 오색빛깔로 찬란하게 그 색상을 드러내는데 어찌해서 하나님의 창조물인 우리는 무채색이 되려 할까요? ㅠ 잘하신 겁니다. 용기 있는 일 그런 행동 하나님이 기뻐하실 테니까요. 우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 하는게 맞지요. 강 다니엘님의 용기와 정의와 사랑을 향한 표현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 그리고 함께 갑시다.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 맞서지 말고 또렷해지기 위해서 한 길 가길 소망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hihello

    2
    7 months 전

    함께 같은 생각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아직 교회에 다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네요.. 이 글로, 오늘 힘과 위로가 되었듯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실 거라고 생각되어요! 계속 힘내주세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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