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은 5~6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얼마 전 엘론 머스크가 인터뷰를 통해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스페이스X, 테슬라, X 등 전세계 최고의 테크회사들을 동시에 경영하는 그의 말이라 흘려들을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오늘 내용은 앱 사업을 준비 또는 경영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중요한 인사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엘론 머스크, Joe Rogan Experience(JRE) 팟캐스트, 2025년 11월 1일
앱이 사라진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쿠팡이츠, 카카오톡 같이 우리가 쓰고 있는 앱이 말 그대로 증발한다는 게 아닙니다. 머스크가 말하는 건 이겁니다. 지금처럼 사용자가 앱을 직접 열고,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넘기는 방식이 끝난다는 것. 대신 AI 에이전트(= 사용자 대신 알아서 행동하는 AI 비서)가 중간에서 모든 걸 처리합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다고 해볼게요. 지금은?
항공권 앱 켜고 → 숙소 앱 켜고 → 캘린더 앱 켜고 → 지도 앱 켜고 → 앱마다 로그인…
AI 에이전트 시대엔 이렇게 됩니다.
"다음 주 금요일 제주도 가장 싼 숙소 잡아줘."
끝. AI가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하고, 결제까지 합니다. 사용자는 야놀자 앱의 UI를 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야놀자는 AI에게 데이터와 기능을 공급하는 '보이지 않는 기능 제공자' 로 전락합니다. 이게 바로 앱의 소멸입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요?
세 가지 기술이 동시에 준비됐기 때문입니다.
① AI가 앱 기능을 직접 실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신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면서, 외부 서비스의 API(= 앱 기능을 외부에서 호출하는 통로)를 직접 실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말 한마디로 AI가 앱을 대신 조작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겁니다.
② AI가 이제 폰 안에서 돌아갑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AI를 돌리려면 거대한 클라우드 서버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30억~70억 파라미터(= AI 두뇌의 연결 수, 클수록 더 똑똑함) 규모의 모델이 스마트폰 안에서 직접 실행됩니다. 인터넷 없이도, 내 손의 폰이 실시간으로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③ 사람들이 앱에 지쳐있습니다. 현대인은 하루 평균 수십 개 앱을 쓰며 각자 다른 UI를 익혀야 합니다. 이 '디지털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했습니다. 대화 한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는 AI 인터페이스는 그 자연스러운 탈출구입니다.
빅테크들은 이미 전쟁 중입니다
누가 사용자의 '첫 번째 AI 인터페이스' 가 될 것인가 — 이게 지금 실리콘밸리 최대의 전쟁입니다.
애플 — Apple Intelligence & 앱 인텐트 앱 UI 껍데기를 건너뛰고, 시리(Siri)가 앱의 핵심 기능만 직접 호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앱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앱 화면을 볼 필요를 없애는 겁니다. (물론 아직 성능은....국내에선 많이 불편한게 사실입니다)
구글 — Gemini 검색·유튜브·지메일을 제미나이 AI와 결합하고, 아이폰의 기본 AI 엔진 자리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를 "비합리적인 권력 집중"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오픈AI — ChatGPT 에이전트 챗GPT 안에서 쇼핑·예약·결제까지 직접 처리합니다. 검색창이 곧 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세상입니다.
앤스로픽 — MCP(Model Context Protocol)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서비스와 소통하는 표준 언어 'MCP'를 제안했습니다. HTTP가 웹사이트들의 통신 표준이듯, MCP는 AI가 앱·데이터에 접근하는 표준 규격입니다. 앤스로픽은 클로드(Claude)를 만드는 AI 회사입니다. 이 표준이 정착되면 앱 개발보다 MCP 서버(= AI가 호출할 수 있는 기능 단위) 구축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요? 네이버·카카오·토스의 2026 전략
네이버 — '에이전트 N' 전략 최수연 대표는 2026년을 '에이전틱 AI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2026년 1분기 출시 예정인 'AI 쇼핑 에이전트'는 "지난번에 산 로션보다 큰 사이즈, 제형 가벼운 제품 찾아줘"라는 말 한마디로 결제까지 처리합니다. GPU 인프라에만 1조 원 이상을 투자 중입니다.
카카오 — '카나나(Kanana)' 단톡방에서 친구 생일이 언급되면 AI가 알아서 선물을 추천하고 약속 장소를 제안합니다. 독자노선은 포기했고, 대신 구글·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협력 기반 슈퍼 앱' 전략을 구사 중입니다.
토스 — '알아서 해주는 금융 비서' 얼굴 인식 결제 '페이스페이(FacePay)'를 오프라인 매장 100만 곳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조차 없는 '앰비언트(Ambient) 금융' — 앱의 소멸이 화면 밖, 물리적 공간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 앱은 살아남을 수 있나요?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앱 유형별로 생존 가능성을 솔직하게 분류해봤습니다.
🔴 솔직히 위험합니다 — 2~3년 내 직격탄
AI 에이전트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앱들입니다. 정보 검색·비교·예약·단순 반복 작업이 핵심인 경우입니다.
- 항공권·숙소 예약 앱 (스카이스캐너, 야놀자 류) — "가장 싼 거 잡아줘" 한마디면 끝. UI의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 가격 비교 앱 — AI가 실시간으로 더 잘하고, 더 빠릅니다.
- 단순 일정·할 일 관리 앱 — 캘린더, 투두리스트. OS 수준의 AI 에이전트가 흡수합니다.
- 단순 번역·사전 앱 — 이미 상당 부분 대체가 진행 중입니다.
- 공공기관 민원 앱 — 복잡한 UI 없이 AI가 대신 처리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공통점: 사용자가 원하는 게 명확하고, 결과물이 데이터로 정의되는 앱들.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입니다.
🟡 지금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 3~5년, 핵심 기능이 잠식됨
앱 자체가 사라지진 않지만, 핵심 기능이 AI 에이전트에게 흡수당하는 앱들입니다. 무엇을 강화할지 지금 결정해야 합니다.
- 쇼핑 앱 (쿠팡, 무신사 류) — 탐색·비교·결제는 AI가 가져갑니다. 하지만 발견(Discovery)의 즐거움과 브랜드 경험은 남습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 버티는 앱은 위험합니다.
- 배달·음식 앱 — "오늘 뭐 먹을까"는 AI가 추천하고 주문합니다. 하지만 리뷰 생태계와 식당과의 관계는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 금융·뱅킹 앱 — 단순 조회·이체는 AI가 처리합니다. 신뢰와 보안이 핵심인 만큼 규제가 방어막이 되지만, 토스처럼 먼저 에이전트화하는 쪽이 오히려 기회입니다.
- 헬스케어·운동 앱 — 루틴 추천은 AI가 대체하지만, 커뮤니티·코칭·하드웨어 연동은 남습니다.
- 부동산 앱 (직방, 호갱노노 류) — 물건 검색·비교는 AI가 잘합니다. 실거래 데이터와 중개사 네트워크는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공통점: 데이터는 AI가 가져가지만, 관계·신뢰·커뮤니티는 남는 앱들. 어느 쪽을 강화할지가 생존을 가릅니다.
🟢 AI 시대에도 건재합니다 — 오히려 기회일 수 있음
AI 에이전트가 흉내 낼 수 없는 요소가 핵심인 앱들입니다.
- 숏폼·영상 콘텐츠 앱 (유튜브, 틱톡, 릴스) — 보고 즐기는 경험 자체가 목적. 사람들은 직접 보기 전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릅니다.
- 게임 앱 — 몰입과 재미는 대체 불가입니다.
- 크리에이터·커뮤니티 앱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디스코드 류) — 관계 자체가 상품인 앱들. AI가 인간의 관계를 대신하진 못합니다.
- 버티컬 전문 데이터 앱 — 의료 기록, 법률 문서, 특수 산업 데이터처럼 범용 AI가 갖지 못한 독점 데이터를 보유한 앱. AI 시대에 오히려 가치가 올라갑니다.
- 하드웨어 연동 앱 (스마트홈, 헬스 트래커 류) — 물리적 디바이스와 연결된 앱은 AI 에이전트의 백엔드로 흡수되면서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공통점: 감성·관계·독점 데이터·물리적 연결. AI가 아직 복제하지 못한 영역들입니다.
자가진단 한 줄
"우리 앱에서 UI를 없애도 사용자가 여전히 우리를 쓸 이유가 있는가?"
있다면 🟢 : 집중해서 키워보세요.
애매하다면 🟡 : 지금 전략을 바꿀 시간입니다.
없다면? 🔴 : 지금 당장 피벗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지금 뭘 해야 하나요?
① UX에서 AX(에이전트 경험)로 전환하세요
'아름다운 UI'보다 'AI가 이해하기 쉬운 구조화된 데이터'가 핵심이 됩니다. 상품 설명에서 "가볍고 세련된 노트북" 대신 "1.2kg, 알루미늄 합금, 14인치 OLED"처럼 팩트 중심으로 바꾸세요. AI는 형용사보다 수치를 선호합니다.
② LLMO(AI 검색 최적화)를 시작하세요.
구글 SEO를 했듯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우리 서비스를 추천하도록 최적화해야 합니다. schema.org 같은 표준 마크업을 준수하고 API 엔드포인트를 투명하게 공개하세요. "AI야, 이 분야 좋은 서비스 추천해줘"에서 내 서비스가 뜨는 게 목표입니다.
③ "우리는 어떤 API인가?"를 자문하세요
"우리는 어떤 앱인가?"라는 질문을 버리세요. 서비스의 가치가 UI가 아닌 데이터와 실행 능력에 있어야 합니다. 헤드리스(Headless, 화면 없이 기능만 제공하는 구조) 비즈니스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입니다.
④ 버티컬 데이터를 지금 쌓으세요
범용 AI(GPT, 제미나이)가 갖지 못한 특정 산업의 고품질 데이터가 가장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지금 축적하지 않으면 나중에 돈을 줘도 살 수 없습니다.
"기술의 형태는 변해도, 인간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앱의 종말은 가장 본질적인 가치만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했는지에 대한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사실 하나만요.
사용자는 결과만을 원할 것이고, 창업자인 우리는 그 결과를 바쳐야합니다. 그리고 그 형태가 앱인 경우와, 과정이 앱 다운로드일 이유는 점점 없어지겠네요. 좀 더 앞을 보고 사업을 설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