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근 몇 주간 컨디션이 좋지 않아 편지를 한동안 쉬었습니다. 힘을 내어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계절이 넘어가는 사이에는 날씨도 마음도 기운도 널뛰듯 오락가락합니다. 모두 무탈히 환절기를 지나고 계시길 바라며,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지난 주엔 도무지 낫지 않던 헤르페스를 입술 밑에 달고 헬스장에 갔습니다. 트레이너가 제 몰골을 보고선 예정된 운동은 미루고 도수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대충 근육을 몇 번 만져 보더니 오른쪽 날개뼈 쪽 근육이 단단히 뭉쳐 떡이 되었다며 놀라워하더군요. 오른손잡이에 매일 사무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저로서는 사실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그는 이리저리 근육을 눌러가며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이쪽이 아까 그쪽보다 아픈가요,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아프죠, 이쪽은 어때요.
네, 아까보다 더 아픈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참을 만한 것 같은데요.
손도 아프고 서로 마음도 갑갑해지는 그 시간을 겨우 버티고 나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를 너무 모른다는 것을요.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은 가끔 방문하는 병원 진료실에서도 일어납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폐가 밖으로 쏟아질 듯 기침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 앞에만 서면 멀쩡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늘 있습니다. "어제까진 아팠는데.." 하며 띄엄띄엄 증상을 설명하다보면, 아팠던 것에 비해 표현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정말 병원에 올 만큼 아픈 것은 맞는지 의심이 들곤 하는 것입니다.
확신 없이 남에게 나를 설명한 말들. 그 후에 내려진 수많은 처방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려진 처방은 과연 저에게 맞는 것이었을까요?
요즘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뚜렷하게 말할 줄 아는 것이 어른의 조건처럼 여겨지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을 남에게 설명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정확히 이해해주는 일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요즘 무작정 남에게 이해받기를 바라왔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조금 부끄러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나'라고 말하는 그 사람이, 정말 나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2026년 3월 8일
현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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