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 번째 편지입니다. 지난 편지는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이 읽어봤을 거예요. 수많은 무상함 속에서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는 마지막 문장은, 사실 저를 위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기적인(?) 편지를 읽는 마음들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하지만 일말의 반성 없이 오늘은 한층 더 개인적이고, 누군가에게는 불쾌할 수 있을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따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에 잠기는 상황과 공간은 다양한데요. 그곳은 부대끼는 출근길 지하철이 되기도, 고된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복잡한 사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종종 하다 보니 어느새 구체적인 방법까지 계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하면 확실하겠다, 저렇게 하면 좀 애매하겠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다 보면 어쩐지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려서요. 결국 역시 안 되겠다, 로 정리가 되곤 합니다.
징징대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의외로 어떤 용기 같은 것입니다. 상상으로 여러 번 죽고 나니, 요즘엔 무언가를 그냥 해버리기 쉬워졌다는 이야기인데요.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예전엔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며칠씩 붙잡고 고민하다가 결국엔 포기하곤 했습니다. 꼭 없어도 사는 데에 문제 없다는 이유로요. 최근엔 이런 기호 소비의 영역에서 제 자신에게 너그러워졌습니다. 그만 죽어버리면 저만이 기뻐할 소비를 다시는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신년 금전운세에서 지갑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고 했으니 살짝 주의해보겠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도 비슷한 마음이 적용됩니다. 이 편지 또한 동일 선상에 놓여 있는데요.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허접한 쓰기 실력이 탄로 날까 두려워 시작하지 못했던 일. 이제는 조금 상관이 없어졌네요.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 좋아하는 곳에 질리도록 가기. 보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하기. 애정하는 마음 전하기. 모두 죽어버리면 할 수 없을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무작정 저질러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성정은 여전히 그대로지만요. 저질러 놓고 보니 후회되는 것이 많지만 좋은 것도 제법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역시 죽지 않길 잘했지, 하고 혼자 흐뭇해하곤 합니다. 참 이상한 인간이지요.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용기를 내시나요? 그리고 최근엔 무엇에 용기를 냈는지도 궁금합니다.
2026년 2월 1일
현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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