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까지 특별판으로 발송합니다. :)
큰 맘 먹고 미국에 2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에게 2주 여행은 [ 2주 간의 수입 포기 + 2주 간의 지출 ]를 의미하니까요. 게다가 엄마바라기인 아기를 두고 가는 것에도 큰 결심이 필요했어요.
이 결심은 미국🇺🇸이기에 가능했습니다. 전쟁처럼 빠른 템포로 변화하는 AI 시장, 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현장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❶ Beyond AI, Back to Humanity
단순 트렌드일수도 있지만 참가했던 두 컨퍼런스 모두 본질적으로는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AI를 안쓰는 사람들을 쓰게 하려면 다시 ‘사람’에 집중해야 합니다.”
“AI가 정말 똑똑해졌기 때문에, ‘사람’다운 글과 컨텐츠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실은 ‘사람다움’이라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AI를 앞서는 ‘사람다움’이란 정말 깊은 성찰과 고민, 본질을 꿰뚫는 방향 설정 - ICP (Ideal Customer Profile)이 누구인지 정확히 맞추고 그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까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기능과 사용법을 따라가기 바빴다면, 지금부터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건데?’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다시 전략과 본질을 고민하게 된거죠.

❷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첫번째 컨퍼런스 WorkTech에는 앰버서더로 초청되어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HR, Finance 직군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네트워킹을 주저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외국에서는 동양인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어를 잘 할 수 있는지도 상대방에게는 확신이 없으니까요. 하루종일 3-4명과만 대화를 나누고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기껏 와서 왜 네트워킹도 못허냐…’
제 마음을 들여다보았더니, 제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Value)가 없다는 게 컸더라고요. 마케팅이나 데이터 직군이었다면 아는 척할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두번째 컨퍼런스 Ahrefs Evolve에서는 역시 첫째 날에 조금 워밍업을 하고 두번째 날부터 네트워킹을 이어갔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조금 하다보니 꼭 대화에 Value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오히려 사람들은 딱딱한 하루종일의 컨퍼런스의 쉬는 시간 동안 가벼운 농담과 아이스 브레이킹을 더 원하고 있었으니까요.

허물없이 서로에게 말을 거는 현지 사람들을 보며 아이의 교육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애도 나중에 커서 아무한테나 다가가고 말을 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국 교육이 누구나 나대고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그래도 몇가지 소득은 있었습니다. WorkTech 앰버서더 신청도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태블로 앰버서더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Salesforce 본사의 프로덕트 마케터와의 커피챗도 요청하여 만나고 왔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여기저기 문을 두드린 결과 모객 후 세미나도 진행할 수 있었고요.

이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기’의 힘을 x10했다면 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❸ 우리는 정말 작은 우물에 있다.
저희 사촌 오빠는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LA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런 얘기를 했어요.
“미국도 힘들어. 근데 한국에서 똑같이 경쟁하라고 하면 난 못해. 그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 남겠어.”
정말 공감합니다. 한국은 정말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습득하고, 용도를 찾는 것이 정말 빠른 것 같아요. ChatGPT 사용도 비교만 해도 2배 가까이 차이가 나죠.

이 저력은 사회에서의 경쟁심과 배움에 대한 고집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이 경쟁이 !꼭 한국에서!라는 전제가 붙는 것 같아 아쉬워졌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자주 영어를 공부하고,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속한 우물을 넓힐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❹ 이제는 정말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

저는 14년동안 챗바퀴를 굴렸습니다. 지옥철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며 건강을 잃은 적도 있고 멘탈이 무너진 적도 있었어요. (물론 그랬기 때문에 얻은 맷집과 노하우가 있기에 지금의 저도 있겠죠.)
샌디에고 해변 마을에서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제가 최근 1년 동안에도 챗바퀴를 굴리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관성은 정말 무서우니까요. 워라밸과 ‘나 다움’을 찾기 위한 프리랜서 독립이었는데 방향성 없이 여러 일을 받고 있었어요.
시대는 바뀌었고 더 이상 챗바퀴가 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몇 년간 충성한 회사에서는 희망퇴직을 받고, 몇 달간 밤샘하여 만든 프로덕트는 다른 메이저 프로덕트의 업데이트 한 번에 효용성을 잃는 시대이니까요.
내년에는 꼭 시대를 관통하는 나만의 방향성을 찾고, 무조건 부딪히며 기회를 만들고, 방향성과 연결된 작은 활동들을 계획하기로 다짐했습니다.
❺ 시대를 관통하는 방향성이 뭔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네트워킹에서는 수줍은 쫄보였지만, 샌디에고에서 술을 몇 잔하고 나니 모르는 로컬 주민들에게 거침없이(?) 말을 걸 수 있었어요. 서핑, 바다, 파티, 대마가 전부인 사람들에게 AI에 대한 생각을 물었죠.

그들의 대답을 듣고 저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사는 Soulless한 인간들이 만들고 있는 괴물”
저는 그동안 사람들이 AI를 쓰지 않는 이유를 인지도와 난이도에서 찾았어요.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았죠. 누구나 ChatGPT에 대해 알고 누구나 채팅창에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이 말을 듣고 나니 정말 문제는 ‘호감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만들고 있느냐도 중요해보였죠.
가끔은 휴식도 취하고, 삶의 행복을 느끼며, 여러 종류의 사람과 교감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제품 🆚 경쟁 우위와 수익, 그리고 완벽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만든 제품, 어떤 것이 더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 고민에서 떠오른 것은 같은 회사의 광고이지만 호감도가 크게 달랐던 OpenAI의 광고였습니다.
첫번째 광고는 한국 시장만을 위한 광고였는데요. 공감가지 않는 이미지 제작 예시와 프롬프트로 별로 쓰고 싶지 않은 느낌을 자아냈어요.

두번째는 최근 공개된 글로벌 광고로, ‘너무 애쓴 티 나지는 않지만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요리 레시피’를 ChatGPT에 묻는 상황을 보여줘요.
ChatGPT의 답변은 흰색 배경 대신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위에 이어집니다.

저는 두번째 광고에 더 공감할 수 있었는데요.
AI의 기능, 탁월함, 실용성보다 AI가 사람의 연결, AI가 사람다움을 어떻게 더 ‘강화’할 수 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앞으로 컨텐츠를 만들 때 이 부분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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