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되어 "대장내시경"을 두 번이나 한 이유는?

건강검진 잔머리 굴리다가 망했습니다.

2024.01.15 | 조회 2.2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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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대기업 퇴직 후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50대 아저씨의 사적인 레터 서비스

올 해 세번째 글인데 그 중 두 편이 건강 관련된 내용입니다. 요즘 저의 최대 이슈가 건강 문제인데 오늘 그 사연을 공개해 보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중한 병에 걸린 건 아니지만 저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지난 달 1228일 은퇴 후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하였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1~2년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도 정기적으로 검진받았는데, 퇴직한 후에는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특별히 몸이 아픈 곳도 없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5년동안 한 번도 검진을 받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직장 다니면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젊기 때문인지 특별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일단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검사결과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치료관찰을 하라고 한 항목도 그냥 무시하고 살아왔던 거죠. 젊어서 그런 건지 자각증상이 없어서 그런 건지 일부러 병원 다니면서 관리해야 겠다는 생각은 일()도 없었습니다. 자기 몸에 대해 아주 민감한 사람들 제외하곤 주위 대부분 사람들이 대충 그렇게 살아가지 않나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까 건강검진은 거의 형식적인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대충 편하게 받고 때우는게 습관이 되어 퇴직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건강검진을 안 받았습니다. 특히, 대장 내시경 받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라고 하길래 그게 무서워서 이날 평생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안 하고 살았는데 이번에는 작은 딸의 엄청난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대장 내시경 포함 건강검진을 하게 된거죠.

작은 딸이 얼마나 극성이고 제가 얼마나 건강검진 받기 싫어 하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2년전 작은 딸이 서울 쪽 유명 건강검진센터에 아예 예약을 해서 집으로 대장 내시경 하기전에 먹는 관장약이 택배로 왔었는데, 복용 날짜가 다가오자 제가 검진센터에 전화해서 몇 달 연기를 했어요. 딸 에게는 아빠가 자각하고 있는 지병이 있는데 이 걸 치료하고 검진을 받겠다라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억지를 부려서 연기했던 거죠. 다시 시간이 흘러 연기된 날짜가 다가오니까 또다시 2개월인가 연기해서 그 다음 해 2월로 날짜를 잡았어요. 딸에게는 할 말이 없으니까 동네 병원에서 치료중인 근거를 보여주며 건강검진 보다 아빠 지병을 치료하는 게 더 중요 하다고 또다시 이상한 논리를 펼친 거죠. 그 정도 되니까 작은 딸도 약간 포기하더라구요. 살짝 눈치를 보다가 검진센터에 전화해서 예약을 취소하고 관장약도 반송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왜 이렇게 건강검진을 안 받으려고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최근 저희 가족 주변 지인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몇 건 발생해서 제 작은 딸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대폭 증폭되어 건강검진 받으라고 엄청나게 푸쉬 하더라구요. 이번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엄청 잔머리를 굴린 결과, 건강검진을 받되 내가 평소에 다니던 동네 병원에서 받겠다. 거기도 건강검진센터 운영한다 라고 설득해서 그나마 익숙한 동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잔머리 굴리다가 완전 망했습니다. 생전 처음 받은 대장내시경을 1개월도 안되어 두 번이나 받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대장내시경 하면서 용종이 몇 개 발견되어 작은 것은 바로 제거했는데 큰 것은 제거하지 못했다고 큰 병원 가라고 하더라구요. (대장내시경을 몇 년만 일찍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첨언.) 더불어 건강검진 받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심방세동(부정맥) 증상도 발견되었으니 즉시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 받고 치료받으라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데, 겁이 덜컥 나더군요. 용종이야 제거하면 그만이지만 심혈관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진짜 무섭더라구요. 갑자기 낼 모레 죽을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암튼 엄청 거시기 했습니다. 12/28일에 검진받고 일주일후 의사 면담하고 면담하고 집에 오자마자 대학병원에 예약했습니다.

건강검진 면담 날짜로부터 4일 후에 대학병원 2개 관련과에 가서 상담 받고 심장쪽은 이틀 후 정밀검사 및 결과를 보고 치료방향 정하기로 했고 대장내시경은 일주일 후 하기로 한 거죠.

건강검진 받은 날로부터 정확히 21일 후에 또다시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하였고, 이 짧은 기간 동안 대학병원을 오전 오후로 5번이나 갔습니다.

이번주에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별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장약 먹기 싫어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안 했던 것을 지금 에야 후회합니다. 나이 먹어 가니까 여기저기 고장 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음주 문화도 개선하고 담배도 끊어 볼 까 합니다. 원래 병은 널리 소문 내라고 했지만 제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제 개인사를 글로 쓴 이유를 여러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특히, 젊으신 분들은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젊음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건강검진은 반드시 주기적으로 정성껏 받으시고 그 결과를 철저히 피드백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만 하시면 21일동안 대장 내시경 두 번 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습니다.

너무 글이 길어 진 것 같습니다. 항상 두서 없는 제 글을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너무 춥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일들만 생기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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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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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unghae의 프로필 이미지

    seunghae

    0
    almost 2 years 전

    거누파파님 힘든 과정을 두번이나 하신다니 고생이 많으시겠네요,,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ㄴ 답글 (1)
  • 스파클의 프로필 이미지

    스파클

    0
    almost 2 years 전

    저도 56세에 퇴직해서 4년만에 지난달 27일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고장난데가 많아 왜래로 추가검사 뻔질나게 다니고 있습니다. 미리 챙길걸 하고 후회막급입니다. 모쪼록 아무 이상 없이 검사 잘 받으시길 바라고 올해는 담배 술 줄이는 약속도 지키는 거누파파님 되시길 바랍니다.

    ㄴ 답글 (1)
  • 지니의 프로필 이미지

    지니

    0
    almos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히용이당의 프로필 이미지

    히용이당

    0
    almos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여울의 프로필 이미지

    여울

    0
    almost 2 years 전

    에구 고생이 많으시네요. 술도 줄이시고 담배는 무조건 끊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번에 제 친척 형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담배를 못 끊으신 걸 후회 많이 하시더라구요

    ㄴ 답글 (1)
  • 조혠의 프로필 이미지

    조혠

    0
    almost 2 years 전

    영상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댓글 남겨봅니다. 이번에 검진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건강검진은 미리미리 받아 병을 조기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매일 받기 싫다고 저랑 투닥투닥하는 일이 많은데 아버님은 이번 기회에 느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 건강검진도 꾸준히 받으시고 몸관리 잘해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쓰다보니 글재주가 없어 두서없이 쓴 거 같지만 제 마음은 전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건강 챙기시고 가족과 행복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ㄴ 답글 (1)
  • 우당탕탕의 프로필 이미지

    우당탕탕

    0
    almost 2 years 전

    위대하신 거누파파님께서 이 글을 쓰시며 흥분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ㅎㅎㅎ; 건강은 챙기면 챙길수록 나한테 가장 좋은 일 같습니다. 위대하신 충무공 거누파파님께서 건강하셔야 구독자분들에게도 많은 웃음과 사랑 주실거 같으니!! 무조건 건강해 지시길 간곡하게 부탁 드리옵나이다. 언제나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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