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누파파 올 해 농사 폭망한 이유는?

상치를 사 먹어야 하나? ㅠ.ㅠ

2023.07.24 | 조회 1.69K |
1
|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의 프로필 이미지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대기업 퇴직 후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50대 아저씨의 사적인 레터 서비스

오늘 오전에 비가 오지 않아 모처럼 식구들과 (아내+강아지 건우) 산책 겸 주말농장에 갔습니다. 작년에 딸과 부인의 반 강제로 주말농장을 시작하였는데, 거의 저 혼자만의 리그가 되어 버리더군요. 잡초와의 전쟁, 끼니때 되면 상치 따 오라는 부인의 명령, 아침 저녁으로 물주기 등등. 그래도 내 손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식구들과 맛있게,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 나름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올 해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주말농장 모집 플랑카드를 보고도 어영부영 하다가 부인한테 딱 걸려 욕을 한 바가지 먹고 주말농장 계약하였습니다.

저는 고향이 농촌이지만 전문적으로 농사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집 부근의 텃 밭은 어머니께서 전적으로 운영하시고 저는 단지 땅을 파라 하면 팠고 고추 따오라면 따오는 등 시키는 일만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상경하여 학업에 매진한 관계로 농사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작년 주말농장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농장주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관련 유투브 검색하여 월별로 심어야 하는 작물 등을 학습했지만, 관리가 조금만 복잡한 작물은 무조건 배제하고 오로지 상치 등 쌈 채소류, 쑥갓, 고추, 방울토마토 만 심었습니다.

처음 계약하고 남들 밭을 보니까 검정 비닐이 씌워져 있어 그게 뭔지 몰라 농장주인분께 물어봤더니, 여러 고랑 하는 사람들이 풀 메기 힘들어서 그거 씌운다고, 저는 한 고랑만 하니까 안 해도 된다 길래 귀찮은 작업 안 해서 다행이다 여기면서 종묘상에서 사온 모종들을 심고 열심히 물주니까 금새 자라서 식탁을 풍성하게 하더라구요. 근데 조금 지나니까 풀이 자라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의욕적으로 열심히 제초작업 했는데, 며칠만 지나면 금방 또 자라니까 참 힘들더라구요. 오죽하면 내년엔 주말농장 안 할 거라고 다짐했겠습니까?

작년엔 상치가 자라도 수확하는 방법을 몰라 대충 땄었는데 이게 다 방법이 있더라구요. 특히, 쑥갓이 금새 키가 커져서 수확해야 하는데 상치처럼 딸 수도 없고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 물어보고서야 겨우 쑥갓을 수확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수확시기를 놓쳐 한 개도 먹지 못했구요. 그래도 동네 후배에게도 인심 베풀고 누님에게도 각종 야채 가져다주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 밭은 배추, , 고구마, 옥수수, 콩 등 작물도 화려하고 관리도 아주 잘되어 엄청 풍요로워 보이는데, 우리 밭은 너무 초라해서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 작년이었습니다. 내년에 하게 되면 올 해 경험을 바탕으로 잘 해야지 다짐도 하곤 했습니다.

요즘 장마로 인하여 채소류 가격이 폭등했다 길래 우리는 웃으면서 여러가지 수확 좀 하려고 주말농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수확할 게 없는 겁니다. 왜 채소 값이 폭등 한 지 제 밭을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봄에 심은 쌈 종류 야채는 이미 그 수명을 다해 지난 달에 새롭게 심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수확하지 못했을 정도로 별로 자라지 않고, 그나마 장마에 녹아버려서 밭을 갈아 엎어야 될 정도고, 올 해 야심 차게 심은 가지, 파프리카는 열매가 말라 비틀어져 있고 고추도 마찬가지, 작년에 방울토마토 실패를 거울 삼아 올 해는 가지 치기 등 엄청 신경 썼는데도 완전 맛이 갔고 전체 밭의 3분지 1 정도 심은 미나리, 처음 시도한 감자 등은 잡초와 뒤섞여 뭐가 감자고 뭐가 풀인지 모를 정도로 답답하더라구요. 물론 봄 상치 등은 몇 차례 수확하여 잘 먹었지만 오늘은 상치를 사 먹어야 할 정도로 망했습니다. 부인은 여름 상치 심을 때 비료 뿌렸는지 바로 팩 폭격 들어오는데 내가 그런 거 알면 전문가죠. 그냥 봄 상치 뽑고 그 자리에 바로 여름 상치 심었는데, 심기만 하면 알아서 잘 자랄 줄 알았는데 이럴 줄 몰랐네요.

장마 끝나면 밭 전체를 갈아 엎고 뭔가 다시 심어야 겠어요.

오늘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농사 잣는 분들에게 다시한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생기네요. 전에는 돈 내고 사 먹으니까 아무 생각이 없었고, 농산물 피해 뉴스가 나오면 그러려니 했는데, 직접 흙을 만지고 풀을 메니까 고마운 마음과 겸손함을 경험하게 되네요.

7~8월에 심어서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주말농장 고수분들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항상 건강하시고 비싸더라도 야채 많이 먹읍시다. 감사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봄바람의 프로필 이미지

    봄바람

    0
    over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 2025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대기업 퇴직 후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50대 아저씨의 사적인 레터 서비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