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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채 '합죽선', 그 정교한 아름다움 속으로

교하가 소개하는 우리 전통문화, '부채' 이야기입니다.

2024.10.20 | 조회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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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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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상징하는 공예품, '부채'

 선풍기나 에어컨이 있는 요즘에도 부채의 쓸모는 작지 않다. 햇빛을 가리거나 뜨거운 얼굴을 식히는 등의 목적으로 잘만 쓰인다. 부채는 아주 먼 옛날부터 사용되었다. '다호리 붓 유물'로 잘 알려진 다호리 유적지에서도 칠漆을 한 부채가 발견되었고, 고구려 고분군 벽화에서도 부채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뮤지엄-칠 부채 자루, 다호리의 부채유물과 유사.
이뮤지엄-칠 부채 자루, 다호리의 부채유물과 유사.

 고려의 역사서 <삼국사기>에도 부채가 언급된다.

우리 태조를 추대하여 즉위하였다. 견훤은 이 말을 듣고 그 해 8월에 일길찬(一吉湌) 민극(閔筐)을 파견하여 이를 하례하고 드디어는 공작선(孔雀扇)과 지리산 죽전(竹箭)을 보냈다.

《삼국사기》

 그런데 '삼국사기'에 언급된 부채(선扇)는 지금처럼 접고 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공작선은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의 '단선'(접지 못하는 부채)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공작선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공작선

 단선은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접고 펼 수 있는 쥘부채, '접선'이 등장하게 된다. 접선의 등장은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고려인들은 한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는데 접었다 폈다 하는 신기한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이외에도 최남선의 고사통 등 옛 기록을 통해 접선의 유래를 알 수 있다.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 김동식 장인이 직접 만든 합죽선을 보이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 김동식 장인이 직접 만든 합죽선을 보이고 있다.
접선의 구조
접선의 구조

 조선시대에 이르면 접선을 만드는 기술력이 보다 완숙해진다. 특히 대껍질 두 장을 붙여서 속살을 만드는 '합죽선'이 등장하는데, 이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양식이다.

 우리나라는 대나무를 기를 수 있는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대나무가 더운 날씨나 습도 때문에 무르지 않고 단단하게 자란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얇은 대껍질로도 부채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방식은 유연성, 내구도, 장식성 등의 측면에서 유리함을 가진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는 마치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듯 합죽선을 들고 다녔다. 합죽선의 제작은 점점 성행하여서, 통영의 통제영과 전주의 선자청에 담당 장인을 두고 생산하기도 했고,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사용에 제한이 있기도 했다.

손잡이(선두)의 모양이 스님의 머리와 같이 둥글다고 해서 '승두선'
손잡이(선두)의 모양이 스님의 머리와 같이 둥글다고 해서 '승두선'

 전국에서 쓰이고 만들어진 부채는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쇠퇴했으나, 명맥은 끊기지 않아서 현재까지 제작되고 있다. 부채를 만드는 장인과 기술은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종목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일부 지방에서도 선자장 종목을 시도무형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합죽선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부채문화는 갑자기 등장한게 아니다. 대나무 생장의 북방한계선이 있다는 지리적 특징, 선자청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전승, 더운 여름이 있는 기후여건,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담양의 향토 등 다양한 요소들이 거듭 축적되며 비로소 '부채문화'가 생겼다.

 전통공예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이, 전통공예나 전통문화를 살펴볼 때 그 안에 담긴 맥락을 이해하길 바란다. 이해, 그리고 사유 속에서 각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깨닫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앎의 도파민'이 독자 여러분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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