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워케이션 중이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책방 투어에 나섰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제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의 중고서점이었다. 가기 전에는 평범한 중고서점을 예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공간이 펼쳐졌다.
같이 간 아내가 말했다. "나중에 당신 서재도 이렇게 중고로 오픈하면 어때?" 나는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치며 팔지 않을 거라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언젠가 내 책들도 이런 미래를 맞이할 것 같았다. 책이 나에게서 잠시 쉬다가 다시 여행을 떠나는 모습. 그 생각이 왠지 기대되기도 했다.

건물 1층 전체가 책방이었다. 아마도 원래 로비였을 공간에 책을 빼곡히 쌓아 만든 듯했다. 바로 옆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에도 책이 놓여 있었다. 알고 보니 위층에서는 숙박업을 운영하고 계셨다.

헌책방의 재미는 여러 가지다. 오래된 책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책이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발견하는 순간이 특히 반갑다. "나도 이 책 있는데, 재미있게 봤는데" 하며 과거를 떠올리곤 한다. 가끔 책 첫 페이지에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며 남긴 메시지를 발견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책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그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도 헌책방만의 묘미다.
계산 방식도 흥미로웠다. 키오스크 없는, 오래된 스타일의 무인책방이었다. 정찰제로 어린이 책은 2,000원, 어른 책은 4,000원. 통장으로 입금하고 아래 장부에 스스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어떤 책들이 팔렸는지 장부를 뒤적이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는 넘버 쓰리가 두렵다"를 골랐다. '신부님의 책'이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넘버 쓰리'가 누군지 궁금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기에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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