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오면 대부분 사람들은 제주시를 벗어나 관광지로 향하지만, 나는 유독 도시의 분위기가 좋다. 그럴꺼면 왜 제주에 오냐고 물으면 그건 사실 나도 명확히 대답하기 어렵다. 숙소 근처에 작은 책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잠시 시간을 내서 가봤다. 주택가 골목 사이에 자리한 그곳은 오래된 집을 개조한 듯했다. 문 옆 간판에는 'Selected book shop'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천장이 낮고 아담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입구 쪽 책장부터 천천히 살펴보았다. 벽면에는 제주 북페어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제주는 독립출판이 꽤 활발한 모양이다. 책장을 둘러보니 정말 독립출판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신기했던 건 근처 카페 주인이 지은 책도 있다는 것이었다. 뭔가 작가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요즘에는 에세이를 나도 모르게 많이 읽는 것 같다. 뭔가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이 궁금해져서 그런 것 같다. 타인이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어떤 언어로 풀어내는지 보는 게 흥미롭다. 책장 사이에서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술에세이라고 하니 내용도 보지 않고 구매해버렸다.
대학에서 사진동아리를 했는데, 나는 늘 기교와 이론에만 의존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잘 찍는데 나는 구도며 노출값이며 계산하느라 바빴다. 뭔가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그 너머에 있어야 할 무언가는 늘 빈 채로 남아있었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지 관찰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과 느낌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자연스레 끌렸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