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모르는 돈이 들어왔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내 돈이 아니니 빨리 돌려줘야겠다는 생각부터 들 겁니다. 실제로 돈을 잘못 보낸 사람이라면 얼마나 불안할까 싶어서,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로 곧바로 보내주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돈을 돌려주려는 마음보다 어떤 방법으로 돌려주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입금된 돈을 써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전화를 건 사람이 알려준 계좌로 직접 보내서도 안 됩니다. 모르는 돈은 그대로 둔 채 은행에 먼저 알리고, 은행을 통해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조심해야 할까요?
그 돈을 보낸 사람이 단순히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한 송금인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속여 여러분의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한 뒤, 자신이 착오송금을 한 사람인 것처럼 접근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상대방의 말만 믿고 다른 계좌로 돈을 보내는 순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여러분의 통장을 거쳐 범죄 조직으로 흘러갑니다. 며칠 뒤 실제 피해자가 신고하면 가장 먼저 확인되는 계좌는 범인의 계좌가 아니라 여러분의 계좌입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보도된 여러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개인정보와 일부 상황을 바꾸어 재구성했습니다.
A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10년째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공사대금을 받아야 해서 홈페이지와 명함에 계좌번호를 공개해 두었습니다.
2024년 8월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가족과 식사를 하던 A씨의 휴대전화에 입금 알림이 떴습니다.
“○○은행 입금 1,000,000원.”
처음에는 공사대금이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입금자 이름을 확인해 보니 거래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었기 때문에 월요일에 은행에 확인해 보기로 하고 넘어갔습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1원이 들어왔습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이 표시되는 자리에는 전화번호처럼 보이는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는 다시 1원이 입금됐습니다. 이번에는 보내는 사람 이름 대신 “월요일신고”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A씨는 불안해졌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입금자명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이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했다며 1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A씨는 단순한 착오송금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방에게 계좌번호를 받아 100만 원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그 계좌가 처음 돈을 보낸 사람의 계좌인지, 다른 사람의 계좌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약 두 시간 뒤, 은행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고객님의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의심 계좌로 신고되어 지급정지됐습니다.”
A씨는 스미싱을 의심해 문자에 적힌 링크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직접 은행 앱을 열어보니 이체 가능 금액이 0원으로 표시됐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자 A씨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계좌에는 직원 급여와 자재비로 사용해야 할 공사대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돈이 있어도 이체할 수 없게 되자 회사 운영부터 막혔습니다.
얼마 뒤 경찰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A씨 계좌로 들어왔다가 다른 계좌로 빠져나간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서야 자신이 돌려준 100만 원이 어디에서 온 돈인지 알게 됐습니다. 처음 A씨 계좌로 돈을 보낸 사람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피해자였습니다.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A씨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돈을 보내게 했습니다. 돈이 들어오자 조직원은 착오송금을 한 사람인 것처럼 A씨에게 접근했고, 자신들이 관리하는 계좌로 돈을 다시 보내게 한 겁니다.
돈의 흐름만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 A씨 계좌 → 범죄 조직이 알려준 계좌
A씨가 범행을 알고 돈을 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돈을 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사기 공범이 되거나 전과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라는 사실을 알면서 도왔는지, 적어도 범죄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송금했는지는 별도로 확인돼야 합니다.
다만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피해금이 A씨 계좌를 거쳐 다른 계좌로 이동한 사실부터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A씨는 상대방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왜 다른 계좌로 보냈는지, 상대방과 원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닌지를 자료로 설명해야 했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기입니다.
A씨가 겪은 수법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의 계좌로 보낸 뒤, 그 사람이 범인 측 계좌로 다시 보내게 하는 방식입니다. 범인은 자신의 계좌로 바로 피해금을 받지 않고, 중간에 평범한 사람의 계좌를 끼워 넣어 돈의 흐름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요즘 ‘통장협박’이라고 불리는 수법은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범인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자영업자, 중고거래 판매자처럼 계좌번호가 공개된 사람을 찾습니다. 그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금 가운데 일부를 보내고, 실제 피해자가 지급정지를 신청하게 만듭니다. 계좌가 묶이면 범인이 연락해 “돈을 주면 신고를 취소해 주겠다”거나 “합의금을 보내면 계좌를 풀어주겠다”고 협박합니다.
두 수법은 모두 모르는 돈이 입금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범인의 목적은 다릅니다.
- 첫 번째 수법은 여러분을 거쳐 피해금을 빼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 통장협박은 계좌가 묶인 다급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차이를 알아야 대응도 달라집니다. 잘못 보낸 돈이라며 반환을 요구하면 은행을 통해 처리해야 합니다. 계좌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면 협박에 응하지 말고 그 대화를 보관해야 합니다.
사기범에게는 지급정지를 풀 권한이 없습니다. 계좌의 지급정지와 해제는 금융회사와 금융감독원이 법에 따라 처리합니다. 범인에게 합의금을 보낸다고 계좌가 정상화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한 번 돈을 보내면 다른 명목으로 더 많은 돈을 요구할 가능성만 커집니다.
은행은 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계좌부터 막을까요?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신고가 늦어질수록 여러 계좌로 흩어지고 현금으로 빠져나갑니다. 피해자가 신고했는데도 은행이 먼저 사실관계를 조사하느라 시간을 보낸다면, 확인이 끝났을 때는 돌려줄 돈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구제 신청이나 지급정지 요청이 들어오면 금융회사가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의 거래를 먼저 막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급정지는 유죄판결이 아닙니다. 계좌 명의인을 범인으로 확정하는 절차도 아닙니다. 피해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먼저 멈춰 세우는 금융상의 조치입니다.
문제는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도 그 조치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월급통장이 묶이면 생활비를 보낼 수 없고, 사업용 계좌가 묶이면 직원 급여와 거래처 대금도 지급하기 어려워집니다. 돈을 빼앗기지 않았는데도 일상이 멈추는 겁니다.
이런 통장협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24년 8월 28일부터 법이 바뀌었습니다. 계좌 명의인이 협박 문자나 정상적인 거래내역처럼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 범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면, 금융회사는 종전처럼 환급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좌에 들어온 보이스피싱 피해금까지 곧바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장협박임을 소명하더라도 실제 피해금으로 보이는 금액은 계속 묶어두고, 그 돈과 관계없는 나머지 금액부터 풀어주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모르는 돈이 들어왔다면 이렇게 처리하세요.
1.입금된 돈을 사용하거나 다른 계좌로 옮기지 마세요.
모르는 돈은 내 통장에 찍혔다고 해서 내 돈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착오송금된 사실을 알면서 인출하거나 소비하면 부당이득 반환 문제를 넘어 횡령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입금된 금액만큼은 그대로 남겨두세요. 생활비나 사업자금이 함께 들어 있는 계좌라면 그 돈과 섞여 움직이지 않도록 거래를 잠시 멈추고 은행의 안내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입금자명에 적힌 전화번호로 먼저 연락하지 마세요.
범인은 1원을 보내면서 입금자명에 전화번호나 메신저 아이디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 번호로 연락하면 범인이 알려주는 계좌로 송금을 유도하거나,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신원과 연락처는 내가 확인할 일이 아닙니다. 돈이 들어온 금융회사의 공식 고객센터나 영업점에 연락해 “알 수 없는 입금이 들어왔으니 착오송금 반환 절차를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3.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로 직접 보내지 마세요.
실제로 돈을 잘못 보낸 사람이라도 먼저 자신의 은행에 착오송금 반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을 통해 수취인에게 반환 의사를 확인합니다. 반환에 동의한다면 은행이 안내하는 공식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됩니다.
전화나 문자로 연락한 사람이 “급하니 이 계좌로 먼저 보내 달라”고 재촉하더라도 따르지 마세요. 최초 송금인과 반환받을 계좌의 명의가 다르다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4. 입금과 연락에 관한 자료를 모두 보관하세요.
입금 시각, 금액, 입금자명, 상대방의 전화번호, 문자와 메신저 대화, 통화기록을 저장해 두세요. 은행에 신고한 날짜와 접수번호도 함께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계좌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면 그 메시지는 통장협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삭제하거나 차단부터 하지 말고 먼저 캡처해 두세요.
5. 협박이나 수상한 송금 요구가 있다면 경찰에도 신고하세요.
모르는 돈이 한 번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경찰서부터 갈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은행에 알리고 공식 반환 절차를 확인하면 됩니다.
그러나 계좌 정지를 언급하며 돈을 요구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보내라고 하거나, 반복해서 1원을 보내며 연락을 강요한다면 사기나 공갈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때는 112에 신고하고, 접수 내용과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보관하세요.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된 경우에는 사건사고사실확인원 등 발급 가능한 서류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면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지급정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범인이 “내가 신고를 취소해 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하면 일단 보내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범인과 흥정하기 전에 은행에서 정확한 상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지급정지된 계좌가 어느 계좌인지, 어떤 거래 때문에 정지됐는지,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가 있었는지, 본인이 전자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됐는지를 확인하세요. 지급정지된 계좌 하나의 문제인지, 인터넷뱅킹 등 다른 금융거래까지 제한된 상태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그다음 금융회사에 이의제기를 해야 합니다. 현행법상 계좌 명의인은 지급정지나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이뤄진 때부터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의제기는 “나는 범인이 아닙니다”라는 말만 적는 절차가 아닙니다. 계좌가 왜 공개돼 있었는지, 문제 된 입금자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 평소 어떤 용도로 사용한 계좌인지, 범인이 어떤 말로 접근했는지를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다음 자료를 가능한 범위에서 준비해 보세요.
1.문제 된 입금내역과 전후 거래내역
2. 상대방의 문자, 메신저 대화와 통화기록
3. 계좌번호를 공개한 이유를 보여주는 홈페이지, 판매 게시글, 명함
4. 사업용 계좌라면 세금계산서, 거래계약서, 직원 급여와 거래처 지급내역
5. 급여통장이라면 급여 입금, 공과금과 카드대금 납부내역
6. 은행에 이상 입금을 신고한 기록과 경찰 신고자료
이 자료들은 해당 계좌가 평소 정상적으로 사용됐고, 문제 된 입금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소송이 필요한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면 계좌가 곧바로 풀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분쟁 중인 피해금에 대한 지급정지가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청구를 해야 하는지, 어느 금액의 해제를 구할 수 있는지는 입금 경위와 피해구제 신청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돈을 돌려주는 데도 안전한 순서가 있습니다
모르는 돈이 입금됐을 때 가장 위험한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돈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연락해 온 사람의 말만 믿고 직접 보내는 것입니다.
돈을 돌려주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돌려줄지를 혼자 결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은행이 최초 송금인과 반환받을 계좌를 확인하도록 맡기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A씨처럼 좋은 마음으로 돈을 돌려준 사람도 계좌의 흐름만 보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옮긴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건드리지 않고 곧바로 은행에 신고했다면, 범죄 조직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훨씬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통장에 모르는 돈이 들어왔다면 기억하세요.
사용하지 말고, 직접 연락하지 말고,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로 보내지 마세요. 먼저 은행에 알리고 공식 반환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이미 계좌가 묶였다면 범인에게 돈을 보내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입금내역과 연락 내용을 보관하고, 금융회사에 이의제기할 자료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알고 있으면 막을 수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온라인 판매나 자영업을 하면서 계좌번호를 공개해 둔 분이 있다면 이 글을 공유해 주세요.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사건·사고와 유익한 법률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해결하는 변호사 송현영 채널을 구독해 두시면 새로운 영상을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