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수화물을 좋아한다. 건강한 식습관은 결코!! 아니지만, 즉석 떡볶이를 먹은 뒤에는 밥을 볶아야 완벽해진다고 생각하며 삼겹살 집에서도 고기보다는 된장찌개에 밥을 먹어야 허한 기분이 채워지는 타입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곡물류와 구황작물에도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철이 쫌 들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푸성귀도 열심히 먹고 단백질도 나름대로 챙긴다. 사실 뱃고래가 많이 적어져서 많이 먹지 못하게 된 것도 한 몫 한다.(과식하면 바로 신체에 응징 당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짜 입맛 땡겨 하는 건 탄수화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입맛이 근사하지 못해서 슬프다.
지난 주말, 엄마는 시흥에 산다는 사촌 언니네 밭에 가서 고구마를 조금 캐왔다. 갓 캐온 호박 고구마는 아직 숙성되지 않아 폭폭한 맛이 나름대로 별미였다. 전리품 같은 호박 고구마를 한 소쿠리 쪘는데 가족들이 하나씩 집어 먹다 보니 곧 동이 났다. 엄마는 고구마가 맛있다고, 보관이 어려울까 봐 많이 못 캐왔다고 아쉬워했다. 식도락에 큰 흥미가 없는 엄마가 유독 좋아하는 음식이 고구마와 감자다.
엄마 어렸을 적에는 집에 고구마를 정말 산처럼 쌓아놓고 먹었단다. 별다른 간식이 없어서 맨날 그것만 먹었다. 새벽 같이 일어나면 생 고구마를 깎아 먹고, 점심 밥을 먹은 다음에는 고구마를 쪄 먹고, 저녁에는 군고구마에 동치미 걸쳐 야무지게 먹었단다. 듣기만 해도 목이 켁 막히는 거 같아서 “그렇게 맨날 먹는데 안 질렸어?“ 물으니 ”난 정말 하나도 안 질리고 맨날 맛있었는데.“ 한다. 다른 형제들의 사정은 어땠을지 모를 일이지만.
여전히 고구마를 좋아하는, 게 중에서도 고구마에 김장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고구마 순을 쭉쭉 벗기며 하는 말을 들으며 막 웃었다. 나도 고구마를 아주 좋아하는 1인이지만, 저 뚝심 있는 여자에게는 견주면 쨉도 안 될 것 같아서. 옆에서 동생은 <감자도리> 주제가 멜로디에 끼워 맞춘 ‘구마구마구마구마 고구마숙이’ 노래를 끝도 없이 불러 제낀다. 중요한 건, 노랗게 껍질 터진 고구마를 생각하면 다가올 겨울나기도 무섭지 않다는 즐거운 사실 아니겠는가.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안녕!
- 당신의 친구, Hai
의견을 남겨주세요
째니
다음글이 궁금해져요 더 알고 싶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