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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100 니트만큼만 불편한

[하이파이브] 서른일곱 번째 편지

2023.11.22 | 조회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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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옷으로 행거가 채워진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었다. 나는 니트를 몇 벌 가지고 있는데 구제로 구매한 니트들은 울이 많이 섞여 있어서 튼튼한 대신에 다소 꺼끌거리는 감촉을 감수해야 한다. 10분에 한 번씩은 목덜미를 매만지게 된다. 긁적긁적. 스칠 때마다 털이 묻어나는 니트도 간혹 있다. 그런 옷을 입은 날엔 열심히 돌돌이를 밀어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두껍고 무거운 겨울 옷을 짊어지고 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파자마로 갈아입으면 세상의 무게를 내던진 것처럼 개운하다.

먼지처럼 자글자글한 불편들은 그 속에서 벗어난 후에야 진정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 사이에서 가만히 때로는 웃으며 경청하는 시늉을 하다가, 마침내 홀로 되어 지하철에 탑승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한숨이 턱 하고 터져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럴 땐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핸드폰도 들여다보지 않고 가만히 실려간다. 

반면에 좋은 친구들과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노는 때도 있다. 맛있는 음식에 곁들여 속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술도 마시면서 한껏 가뿐해질 수 있다. 나를 까슬거리며 쿡쿡 찌르지 않는, 너그럽고 가벼운 순간들이 있기에 일상의 균형이 얼추 맞아진다. 

내일도 나는 눈을 감은 채 무슨 요일인지 헤아리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출근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문 밖에는 사소하지만 불편하게 만드는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못 견디게 따가울 땐 목이나 긁적거릴 수밖에. 그러나 이런 뻣뻣한 낮이 있기에, 여러 번 세탁해 부드러워진 이불에 푹 파묻힐 수 있는 밤이 더욱 폭신하게 느껴지는 거라고 위안하기도 한다. 흠. 내일도 얼른 퇴근하고 싶다.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 당신의 친구,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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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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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째니의 프로필 이미지

    째니

    2
    about 2 years 전

    나는 당신에게 극세사와 같은 안식처였을까 아니면 목뒤의 따끔따끔한 라벨텍이었을까

    ㄴ 답글 (1)
  • 세니의 프로필 이미지

    세니

    2
    about 2 years 전

    그져 긁적긁적한 하루들이 있죠 편안한 하루하루들로 가득 찼음 좋겠어요. 우리 모두 그렇게 될거랍니다~ 얼른 퇴근하고 푹 쉬길 하이파이브님! ⸜( •ᴗ•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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