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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서 오늘 행복해지기

[하이파이브] 서른여섯 번째 편지

2023.11.12 | 조회 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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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붕어빵의 계절이 시작됐다. 천 원에 5개를 살 수 있었던 예전 시세의 붕어빵을 찾아보기는 무척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붕어빵 포장마차에는 줄이 끊이는 법이 없다. 종이봉투에 든 따끈따끈한 붕어빵의 온기는 매서운 추위를 포근한 낭만인 척 잠시간 속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나는 붕어빵을 먹을 때 머리부터 먹는다. 바삭바삭한 꼬리 부분을 좋아해서, 아껴 두었다가 마지막에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고 좋아하는 것을 고대하며 미루는 건 내 오랜 버릇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젠가 나와 정반대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음식은 모름지기 첫입이 제일 맛있는 법이고, 배가 부르면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부분을 먼저 먹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일리 있는 말이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늘내일 열심히 일해서 겨우내 따뜻하게 지내는 개미와 욜로를 즐기다가 발발 떠는 신세가 되는 베짱이의 우화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를 재미있게 지내지 않으면 먼 훗날에도 즐거워지는 방법을 영영 잊어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행복도 요령을 터득해야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어떤 소중한 것들은 미루면 사라지거나 상해버린다. 때로는 내 마음이 변하기도 한다. 아껴 쓰던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뒤늦게 발견하는 것처럼, 미적거리다 기대하던 영화를 영영 커다란 스크린으론 볼 수 없어지는 것처럼, 무화과 디저트가 시즌 아웃되는 것을 아쉽게 지켜보는 것처럼, 너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 어색해진 친구의 메신저 프로필을 괜히 눌러만 보는 것처럼….

그래서 요즘은 좋아하는 것은 미루지 않고 당장 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지금부터 부지런하게 재밌어 버리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부터.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안녕!

 

- 당신의 친구,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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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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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니의 프로필 이미지

    세니

    2
    about 2 years 전

    우리 모두 지금 고개들면 볼 수 있는 하늘과 별빛을 만끽하자구요! 좋은 글 고마워요 하이파이브님 ♧

    ㄴ 답글
  • 째니의 프로필 이미지

    째니

    1
    about 2 years 전

    저는 붕어빵을 먹을 때 머리가 우선이냐 꼬리가 우선이냐가 크게 중요치 않지만, 입에 넣으면 반드시 두 입 만에 해치우는 편이에요 그러면 머리냐 꼬리냐. 구분할 필요 없이 행복한 팥의 시간을 입속에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죠.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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