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독자들의 투고 문의를 받는다. 자신의 책을 우리 회사에서 출간하고 싶다는 것이다. 투고된 원고를 보게 될 때도 있는데 대부분의 원고는 주제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럭저럭 평범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살아온 인생을 책으로 쓰면 몇 권짜리 대하 장편이 나올 거라는 어른들의 넋두리 역시, 달리 생각하면 내 인생이기에 나에게만은 유달리 특별한 서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 아닐지.
들여다보면 다들 엇비슷하게 사는구나 싶다. 모두가 인생의 단 하나 뿐인 주인공인 것처럼,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NPC이기도 하다. 무탈한 하루를 바꿔 부르면 별일 없는 하루. 오늘이 어제 같고, 달력을 바꿔 달아도 설렘은 잠시 뿐 일상은 늘 그랬듯이 관성을 되찾는다.
올해로 나는 서른이 되었어야 했다. 이제 곧 서른인데, 하는 농담도 실컷 해놓았는데 만 나이가 시행되어서 얼결에 유예 기간이 생겼다. 그러나 사실 이미 스물을 경험해서 알고 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고 마치 게임에서 레벨 업을 하듯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새로운 인생 2막이 펼쳐지진 않는다. 나이를 먹는 일은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는 것보다는,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거대한 원을 따라 걷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신년을 맞아 새로운 목표를 여러 가지 세웠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고, 미래를 위해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때로는 너무 아득해서 딱 질려버릴 것만 같은 긴 여정을 좀 더 재밌게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결심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작심해야지, 생각하며 올해의 첫 주말을 보낸다. 흐르는 구름도 세고 민들레도 들여다 보면서 둥글둥글 잘 굴러가 보아야지.
2024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 당신의 친구,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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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니
오늘은 음악까지 추천해주시는군요 너무 좋아요 지구가 이번 주기에도 무사히 태양을 한바퀴 돌아서 다시 이자리로 오기를 바랍니다!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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