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를 매는 방식

2025.12.11 | 조회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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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를 매는 방식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찬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리니 외투 속으로 칭칭 감은 목도리가 느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목도리가 잘 보이도록 외투 바깥으로 매고 다녔다. 그때는 목도리의 색깔과 무늬가 중요했다. 지금은 피부에 닿는 느낌을 더 신경 쓰게 됐다. 목도리를 먼저 두르고 그 위에 외투를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트를 입으면 깃 안쪽의 목도리가 폴라티 같아 보이고, 점퍼를 입으면 목도리 위로 끝까지 채운 지퍼가 불룩 튀어나온다. 내게 목도리는 더 이상 패션 소품이 아니라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틈새를 막아주는 문풍지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목도리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슬쩍 울적해졌다. 피부와 외투 사이 빈 공간을 견고하게 채워야만 겨울바람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노화의 방증인 것 같아서다. 단순히 해가 간다고 생각하던 것을 나이를 먹는다고 느끼게 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해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낸 것 같았다. 이미 사라져버린 시간에 미련을 가질수록 더 공허해질 뿐이었다. 그래서 허공을 더듬기보다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생각이 방향을 틀었다. 왜 나이 들면 안 되는 것인가. 곰곰이 다시 떠올려보니, 지난날의 어느 시점을 찍어보라고, 그 시절로 되돌려주겠다고 해도 돌아가고 싶은 때는 딱히 없다. 사회적으로 큰 인물은 못 되었지만, 노후준비가 탄탄하게 될 만큼 큰돈을 벌지도 못했지만, 갈수록 나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태어난 이래로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풍요롭고 안정적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생에서 겪은 실수와 실패의 데이터까지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제는 내가 쌓아온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노련하게 이용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전성기는 오히려 지금부터가 아닐까.

-안나

 

 

 

 


📖감상 한마디

 

 

일상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소재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끌어낸 점이 좋았습니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렸다목을 움츠리니 칭칭 감은 목도리가 느껴졌다같은 묘사적 표현, 그리고 목도리를 두른 모습을 나타낸 비유적 표현들로 인해 그 모습과 느낌이 제대로 전해져 한층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 덕분에 목도리를 두를 때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인연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SSY

 

 

단순한 습관의 변화로 인생의 큰 전환점을 가져온 것을 목도리 매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표현한 부분이 창의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이 듦'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나이 듦의 슬픔과 우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두운 감정들을 끌어안고 삶의 방식을 재정비하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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