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숲
나는 숲 속에 살고 있다.
초록이 우거진 이 숲에는 서로 다른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안에서 나는 얇고 작은 몸통과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들은 부러질 듯 얇은 내 가지 위에 앉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나의 가냘픈 잎들은 파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내 옆에 있는 나무는 높고 두꺼우며, 무성한 잎을 가지고 있다.
그 잎은 크고 둔탁한 소리를 내어, 내 소리를 묻어버린다.
괜스레 그 나무를 쳐다본다. 햇빛이 나에게 오기도 전에 다 뺏어가버리는 나무.
나는 온전히 햇빛을 맞이하고 싶어 오늘도 조금씩 올라가보지만
도저히 그 키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대체 언제까지, 어디까지 높아져야하는걸까.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여름날,
눈 깜짝할 사이에 벼락같은 번개가 옆에 있던 나무를 때렸다.
다들 숨죽이던 밤에 혼자 너무 고개를 내밀었던 탓일까.
그 나무는 밑둥만 남은, 숲에서 가장 낮은 나무가 되었다.
그럼에도 한 줌의 한숨도 내쉬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바닥에 붙어버린 덕에,
다람쥐나 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이 쉬기에 딱이라며 좋아했다.
그 뒤로 수많은 낮과 밤이 지나,
나는 몸이 두꺼워지고 하늘에 가장 가까운 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내 옆에 아주 가냘픈 한 녀석이 자라고 있었다.
햇빛을 더 받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위로 올라오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내가 준 그늘에서 편안히 쉬고 있다.
내 몸이 온통 비에 젖을 때도, 햇볕이 나의 몸을 뜨겁게 쪼아댈 때에도
그 나무는 한없이 여유로웠다.
이렇게 보니, 살기 쉬운 나무가, 또 버릴 나무가 하나도 없다.
-해온
📖감상 한마디
짧은 글 곳곳에 빽빽하게 숨어있는 재미와 감동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읽은 글이었습니다. ‘파스락 거리는 소리’, ‘번개가 ~때렸다’, ‘햇볕이 ~쪼아댈 때에도’ 처럼 여러 가지 감각을 나타내는 표현에서 생동감이 느껴졌고, ‘한 줌의 한숨’처럼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표현을 만난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버릴 나무가 하나도 없다’는 마지막 문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에 빗대어 우리 모두가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안나
비유와 묘사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동화 같은, 그림책 같은 잔잔한 여운이 가슴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비교하는 표현들과 감각적인 묘사들 덕분에 시각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을 다 읽고나서 제목에 적힌 ‘비교’라는 단어가 이중적인 의미로 다시 읽히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SSY
숲속의 나무들을 통해 삶과 관계, 존재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낸 점이 돋보인 글이었습니다. 연약한 나무가 무성한 나무와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모습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인 “살기 쉬운 나무도 버릴 나무도 없다”는 비교와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의 다양성과 각자의 가치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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