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의 귀신
새벽 3시. 어린 시절의 나에겐 귀신을 만날지도 모르는 시간이었다. 요즘의 나에겐 잡념들이 악귀처럼 들러붙는 시간이다.
매일 괴로운 세 시를 맞이하는 건 아니다. 가끔 호르몬 변화와 생활 패턴의 붕괴가 절묘하게 맞닿는 날, 잠 들 타이밍을 놓치면 만나게 된다. 뒤척거리는 와중에 자야한다는 강박이 느껴져 시계를 보면 3시 언저리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갖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내 삶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까’, ‘방충망을 닫아놨는데 도대체 날개 달린 개미는 어디에서 들어오는 거지?’, ‘내일은 복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덜 들렸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생각들이 밀려들고, 급기야 내 몸을 꽁꽁 묶는다. 그렇게 앓다가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
어젯밤이 그런 날이었다. 식초가 들어간 듯 시린 눈을 간신히 떴다. 어김없이 근육통으로 쑤시는 팔을 양 손을 교차해 꽉 잡았다. 슬픈 일이 없는데도 마음이 괜히 아렸다. 신체의 통증보다 마음의 통증이 몸을 더 가라앉게 했다. 침대에 누운 채 그냥 좀 울어볼까 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양 발을 바닥에 디딘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일어서 냉장고 앞으로 걸어갔다. 다듬어둔 샐러리를 꺼내 거실 소파에 앉았다.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며 샐러리를 우적우적 씹었다. 십여 분이 지났을까, 조금씩 몸에 에너지가 퍼지면서 정신이 맑아졌다. 습관이 나를 건져 올린 시간이었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실 천장엔 개미가 보이지 않았고, 현관 앞 복도는 고요했다. 기분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 같았다. 공간을 채우듯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세수를 한 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빈 한글창을 띄워놓고 좋아하는 책을 펼치며 글 쓸 준비를 했다. 책상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집중했다. 자연스레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잡념은 곧 사라질 악령이었다. 하마터먼 새벽 세 시의 귀신에게 속을 뻔! 잠들지 못한 밤을 보내고 맞는 아침의 기분은 가짜라는 걸 한 번 더 새겼다. 이것마저 습관이 되도록.
📄Before
새벽 세 시의 귀신
새벽 세 시. 어린 시절의 나에겐 귀신을 만날지도 모르는 시간이었다. 요즘의 나에겐 갖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악귀처럼 들러붙는 시간이다.
매일 괴로운 세 시를 맞이하는 건 아니다. 가끔 호르몬 변화와 생활패턴의 붕괴가 절묘하게 맞닿는 날, 잠 들 타이밍을 놓치면 만나게 된다. 뒤척거리는 와중에 자야한다는 강박이 느껴져 시계를 보면 3시 언저리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종류의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어젯밤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내 삶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까’, ‘방충망을 닫아놨는데 도대체 날개 달린 개미는 어디에서 들어오는 거지?’, ‘내일은 복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덜 들렸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의 미래와 외부의 작용 등,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그 단상들은 급기야 내 몸을 꽁꽁 묶었다. 그렇게 앓다가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식초가 들어간 듯 시린 눈을 간신히 떴다. 양 손을 교차해 근육통으로 쑤시는 팔을 꽉 쥐었다. 슬픈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괜히 아렸다. 신체의 통증보다 마음의 통증이 몸을 더 가라앉게 했다. 침대에 누운 채 그냥 좀 울어볼까 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양 발을 바닥에 디딘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일어서 냉장고 앞으로 걸어갔다. 다듬어둔 샐러리를 꺼내 거실 소파에 앉았다.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며 샐러리를 우적우적 씹었다. 십여 분이 지났을까, 조금씩 몸에 에너지가 퍼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습관이 나를 건져 올린 시간이었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실 천장엔 개미가 보이지 않았고, 현관 앞 복도는 고요했다. 기분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 같았다. 공간을 채우듯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세수를 한 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빈 한글창을 띄워놓고 좋아하는 책을 펼치며 글 쓸 준비를 했다. 책상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집중했다. 자연스레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잠들지 못한 밤을 보내고 맞는 아침의 기분은 가짜라는 걸 한 번 더 새겼다. 이것마저 습관이 되도록. 잡념은 곧 사라질 악령이었다. 하마터먼 새벽 세 시의 귀신에게 속을 뻔!
✏️피드백
제목과 본문의 ‘3시의’ 표기가 달라 어느 때 숫자를 쓸지, 어느 때 한글을 쓸지 구분했으면 한다. 그러면 글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문단에서는 ‘좋아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반복돼 다른 수식어로 바꿔 다채로운 감각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쓰면 좋겠다.
-안나
누구나 고민할 만한 주제의 글인 것 같아 공감하며 읽었다. 다만 첫 문단과 두 번째 문단의 내용이 이어지는 것 같아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전체적인 구성은 기-승-전-결 중 기-승-전으로 끝나는 글 같은데, 분량이나 내용 전개를 다시 한번 신경쓰고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광락
혼란스러운 마음이 글에서 느껴졌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열되어있어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문장 간의 연결성이 부족해 글의 쟁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새벽 세 시', '습관이 되도록', '귀신에게 속을 뻔!'과 같은 강조점들이 여러 곳에 들어가 있지만, 더 적절하게 사용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예를들어, 마지막 문단에서 '습관이 되도록'을 사용함으로써 마지막 문장의 '속을 뻔'의 사용이 재미가 덜해졌다고 생각된다.
-해온
새벽 3시의 불면과 잡념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악귀'나 '귀신'으로 비유한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만, 세 번째 단락에서 ‘잡념 부분’이 뒤섞이고 산만해지면서 글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샐러리 씹는 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반면, 머릿속에서 잡념이 어떻게 쫓겨나고, 샐러리와는 무슨 관계가 있으며, 왜 중요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에도, 샐러리를 10분 동안 씹고 갑자기 정신이 맑아져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부분에서는 마치 해피엔딩으로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조비온
‘새벽 세시’ vs ‘새벽3시’, 이중적인 의미부여나 암시, 복선 같은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한글보다 숫자가 더 빨리 잘 읽히기 때문에 더 좋고 강한 표현이다. 그리고 글의 구성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문단을 나누는 게 더 효과적일지,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어떤 건지를 고려해서 다시 잘 정리하면 좋겠다.(수정 글 참고) 마지막 문단에서도 핵심이 되는 문장을 뒤로 빼서 임팩트와 여운을 주는 식으로 끝내는 게 좋다.
-SSY
흡입력과 설득력 있는 글의 전개와 구성
참고>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13047.html
의견을 남겨주세요
레지나
매주 오는 뉴스레터 관심있게 보고 있는 구독자입니다. 이번 글에 오타가 계속 맘에 걸리는데, 아무도 피드백을 안 주신 것 같아 댓글 남깁니다. 셀러리는 ‘celery‘로 영문 표기법에 따라 ’ㅔ‘로 쓰셔야 합니다. ‘샐러리’가 아닌 ‘셀러리’로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