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괜찮을 거예요

2025.10.23 | 조회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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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괜찮을 거예요

 

의사에게 진심으로 죽고 싶다고 했다. 의사는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내가 죽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을 사는 게 허무하고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인다고 했다. 묵묵히 얘기를 듣던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는 게 많은지 물었다. 나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죽고 싶다는 기분이 가라앉을지 증폭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의사는 잠자코 내 얘기를 듣다가 병이 강한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 그렇게 약이 하나 더 추가됐다. 약이 늘어난 게 달갑지는 않았지만 다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이나마 기분이 안정될 거라고 기대했다.

나의 기분은 때에 따라 달라지고 그에 따라 약도 바뀌었다. 그렇게 기분이 약간씩 안정되기도 했고 별 반응이 없기도 했다. 이번 약을 먹은 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약 덕분인지, 최근에 하게 된 새로운 일에 적응이 된 건지 나름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아직은 벅찬 듯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하다. 삶에 충실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든 살아보니 살아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에 순응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좌절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상처도 잘 받지 않고 두려움도 잘 느끼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는 나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걸까. 혼자만의 시간을 잘 쓰는 방법을 알아가고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히 하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그런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 어쩌면 연애에 대한 약간의 환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태껏 고백하는 족족 차이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환상도 깨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증명하고 싶다.

죽고 싶다는 갈망은 살고 싶다는 외침일 수도 있다. 무의미한 인생을 어떻게든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싶다는 간절함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아주 많다. 어릴 때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보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를 더 생각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상만 좇았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당장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느냐 누가 함께 하느냐를 잘 알고 거기 집중하려고 한다. 애써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 소박하지만 나에게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해졌다. 그 옆에 누군가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오광락

 

 

 

 

 


📖감상 한마디

 

 

소설 같은 도입부 덕분에 첫 문단부터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담담하게 회고하는 내용을 따라가며 제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죽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아주 많다고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마음을 다잡고 고유한 생을 살아보자고 하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습니다.                                                       

-안나

 

 

첫 문단의 문장 간 연결도 좋고 문장들도 간결하게 잘 다듬어져 있어 한번에 후루룩 읽혔습니다. 그리고 의사와의 대화를 기술할 때 술어들에 변화를 주어, 읽는 사람이 속도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읽으며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담담하고 솔직한 표현들이 오히려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읽고나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느낌이 남아 좋았습니다.

-SSY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갈까? 이 글을 읽는 내내 나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살기 싫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로 돌아가 그 충동의 이유를 들춰보니 역설적이게도 내가 나를 너무 아꼈기 때문에 그 불만이 나에게로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읽어내려간 많은 문장들에서 희망을 느꼈고, 밝은 미래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하며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증명하고 싶다'는 문장에서는 이미 자신을 믿고 또 자신이 갖고 있는 빛을 아는 사람이 느껴졌습니다. 터널 끝 환한 빛에서 밝게 웃는 그날이 멀지 않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해봅니다.

-해온

 

 

이 글은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무력감과 저항 사이에서 스스로에게 길을 묻고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담담하게 표현해 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구절들을 통해, 나 역시 한때 몸부림쳤고 이제 조금은 성숙한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질문들은 내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여행길에 함께 가는 그 친구를 잊지 말라고 말해주는 글이었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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