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벌거숭이
마지못해 나섰던 출근길, 회사 건물로 들어가려다 말고 발걸음을 돌렸다. 거대한 그림자 같은 빌딩을 등지고 올려다 본 하늘에 해가 도장을 찍은 듯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가 떠 있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무단결근으로 해고당할지언정 내가 당장 걷고 싶은 길을 내가 정할 수 있다. 출근하는 무리들을 거슬러 걷다보니 묘하게 우쭐해졌다.
호기롭게 회사를 떠난 지 한 달, 나는 지금 내 방에 누워있다. 동그란 천장등은 갓 속에 죽어있는 날벌레들로 인해 거무죽죽하게 번져보였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는 여전히 하늘 위에서 명확하게 빛을 내고 있다. 세상을 밝히고 있다. 나만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있다.
여전히 내가 선택한 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선택의 전후에 숙고와 책임이 자리해야 한다는 걸 배우는 데 비싼 값을 지불하는 중이다.
-안나
📖감상 한마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담은 글이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문장들의 표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늘에 해가 ~ 빛나고 있었다.’, ‘내가 당장 ~ 정할 수 있다.’, ‘출근하는 무리들 ~ 우쭐해졌다.’, ‘동그란 천장등은 ~ 번져 보였다.’와 같이 일상적일 수 있는 느낌을 좀 더 확장하고 색다르게 나타낸 것 같습니다. 글을 통해 나의 선택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오광락
날카롭고 강한 단어들이 없음에도 마음에 큰 울림을 준 글이라 좋았습니다. ‘마지못해’와 ‘호기롭게’, ‘도장을 찍은 듯 선명하게 빛나는 해’와 ‘거무죽죽하게 번져보이는 동그란 천장등’ 등 댓구처럼 비교되는 표현들이 돋보여 읽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화룡점정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제목인 ‘천둥벌거숭이’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SSY
자유와 선택, 그에 따르는 현실적인 책임의 무게를 깊이 있게 전해주는 글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문단에서는 억눌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 같아 통쾌함이 느껴졌는데,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책임의 중함을 더 잘 알기에 매번 선택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이고 있는 제 자신을 보고있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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