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마르크스 그리고 청춘
학창 시절 나는 세상이 답답하다고 느꼈다. 많은 문제들을 무시하는 풍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연스레 정치와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들을 읽으며 위안을 삼았다. 그 중에서도 니체와 마르크스의 저서를 제일 좋아했다. 그들의 책은 분명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철학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정치는 세상을 어떻게 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알려 주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 알게 된 친구는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자주 서로가 알아가는 세상에 대해 소통했다. 하나 둘 공유할수록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날은 철학자가, 어느 날은 혁명가가 되어 있었다. 비록 현실은 비루할지라도 고양되는 기분으로 가득 찼다. 나의 청춘은 그렇게 채워졌고 온당한 대우와 의식에 대해 알아간다고 믿었다. 그러다보면 진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꿈이 생기고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가 되었다. 당연히 정치와 철학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 친구와도 좋지 않은 이유로 절연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게 아쉽지만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어른이 된 것 같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는 자조 섞인 말을 이어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은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정치와 철학책을 읽어볼까 한다.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그때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광락
📖감상 한마디
글을 읽고 나니 청춘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두 문단의 지적인 성장과 감정적 교류를 통해 고양되는 부분에서는 저도 함께 힘을 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특히 ‘어느 날은 철학자가, 어느 날은 혁명가가 되어 있었다.’라는 문장에서 그 감정이 가장 고조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문단을 읽으면서 감정의 낙폭을 더욱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인 후 다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져 그 불씨를 크게 지펴보라고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안나
군더더기 없이 잘 다듬어진 짧은 문장들이 쭉쭉 이어지고, 각 문장들 간의 연결도 좋아서 속도감 있게 잘 읽혔습니다. 수식어가 많거나 화려한 표현들 대신 솔직하면서도 적절한 단어들을 잘 골라 써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장황하게 늘어질 수 있는 내용들을 절제된 문장으로 정리해낸 점이 돋보이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철학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정치는 세상을 어떻게 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알려 주었다’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SSY
글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되어, 그 내면 여정을 따라 저도 함께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젊은 시절 뜨겁게 타오르는 이상과 차가운 현실의 삶 사이의 간극을 담담히 그려내며 공감하게 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특히 비유와 시적인 표현들 덕분에 당시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는 구절은 그런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꿈 많던 그 때의 그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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