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사나운 바람소리를 기다렸다.
맹렬한 천둥소리를 기다렸다.
쓸쓸한 고독을 깨줄 소리를 기다렸다.
나는 내 방 안에서 안전했지만
마음은 벌판에 서 있었다.
몸은 들판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앓고 있었다.
귀를 찢는 바람소리가,
심장을 때리는 천둥소리가 들려오자 안심했지만
여전히 나는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소리로 복잡해진 마음을 버텨내는 힘을 오늘의 노동이라 합리화하며
내일은 땅을 뚫을 듯 더 세찬 비가 내리길 조용히 빌었다.
-안나
📖감상 한마디
시적인 리듬감을 가지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강렬한 표현과 간결한 문장으로 읽는 즐거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중적인 사람의 심리가 잘 드러났다고 느꼈는데, 특히 마지막 문장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되지만 그 고통 또한 살아가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오광락
내 안의 싸움을 내전이라고 표현한 발상이 좋았습니다. 충돌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댓구처럼 반대되는 단어들로 묘사한 점이 글의 묘미로 느껴졌습니다. 아주 가벼울 수도 있는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깊이있는 내용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글이었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인 것 같습니다.
-SSY
문장이 간결하고 짧으면서도 동적이고 청각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내면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되는 감정을 잘 표현한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안전한 내 방'과 '벌판에 서 있는 마음'처럼 서로 모순된 상태를 나란히 배치해 읽는 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심리 상태를 구체적인 자연현상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한번쯤은 격렬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갈망이 있지만 알 수 없는 모험으로 인해 겪을 현실적 고통보다는 덜 두렵고 익숙한 내면의 고통을 선택하고는 타인의 격렬한 삶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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