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나보다
가을이 오나 보다.
얼굴을 따갑게 비추는 햇볕을 선선한 가을 바람이 설설 쓸어낸다.
누군가 한껏 그려 놓은 것 같은 하늘의 그림도 함께 쓸려간다.
늦은 저녁녘까지 엥엥 거리고 울던 매미를 밀쳐내고
그 자리에서 찌륵찌륵 풀벌레가 노래를 한다.
가을이 오나 보다.
세상은 여전히 초록으로 빛나고 있지만,
곳곳이 다른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가지 끝 잎사귀부터 조금씩 노랗게, 빨갛게 변해가며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어 간다.
마음 속에 오래 묻어둔 알록달록한 감정들도 따라 피어난다.
가을이 오나 보다.
진하게 퍼져 나오는 커피 향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쌉싸름함과 함께 코끝에 맺힌다.
잔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열기는 바람결의 서늘함과 부딪히며,
가만히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그러면 나는 방향조차 모른 채 발길 닿는 대로 가을을 마중하러 걸어 나선다.
그래, 가을이 오나 보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 잠결에 걷어찼던 이불을 다시 끌어안는다.
옆에 누운 사람에게 온기 한 귀퉁이를 내어주며 마음이 소로록 풀어지는 그 순간,
알 듯 모를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진짜 가을이 왔나 보다.
-조비온

📖감상 한마디
가을 그 자체를 표현했다고 할 정도로 빼어난 관찰력에 감탄했습니다. ‘가을이 오나 보다’로 시작하는 문단들이 가을이 오는 설렘을 양껏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감성을 끌어올리는 글귀들이 감정을 동요시키는 듯합니다. 이 글을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을을 좀 더 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오광락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우리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일상의 소재들로 묘사해낸 점이 돋보이는 글이었습니다. ‘설설’이나 ‘소로록’ 같은 자신만의 새로운 표현들도 크게 튀지 않고 그 느낌을 오히려 잘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댓구 형식으로 문단의 첫 시작을 ‘가을이 오나 보다’로 이어가다 마지막에 ‘그래, 가을이 오나 보다’, ‘진짜 가을이 왔나 보다’로 변화를 준 것도 좋았습니다.
-SSY
계절의 정취를 빌려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얼굴을 따갑게 비추는 햇볕을 가을바람이 설설 쓸어낸다’와 ‘옆에 누운 사람에게 온기 한 귀퉁이를 내어주며’ 같은 표현들이 인상 깊었어요. 이 부분을 읽으며 뜨거웠던 온도가 부드러운 온기로 변하는 듯하기도 했습니다. 포근하게 여운을 남긴 부분이라 좋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형식의 문단을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느낌을 표현해, 짧은 글이지만 다채롭게 느껴졌습니다.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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