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인지 외근 중인지

2026.10.08 | 조회 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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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중인지 외근 중인지

 

오늘도 지하철을 타자마자 앉을 수 있었다. 앉은 김에 책이라도 보면 좋겠지만, 20분 남짓의 짧은 출근길만큼은 그냥 편하게 가고 싶었다. 손에 쥐고 있던 폰으로 SNS를 둘러봤다.

 

스토리를 빠르게 옆으로 넘기다가 다양한 체형의 모델이 찍은 속옷 광고를 봤다. 무의식적으로 넘겼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와 화면을 캡처했다. 이 회사에 다니며 생긴 능력이라면 지하철에서 여성 속옷 광고를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갤러리엔 저장해둔 여성 속옷 광고와 화보가 즐비하다. 타깃층이 비슷한 레깅스, 다이어트 식품 광고도 적지 않게 저장되어 있다. 색다른 느낌의 광고도 빼놓지 않고 저장한다. 그러다보면 유사한 다른 광고가 연달아 뜬다. 광고를 눌러 쇼핑몰 구경도 슬쩍 한다. 이렇게 한 번 들어가면 내가 일한 만큼 알고리즘도 열심히 일해준다. 일, 일이라고? 갑자기 억울해졌다.

 

편하게 출근하려고 SNS에 들어갔는데 휴식같은 친구들의 스토리는 대충 넘기고 광고만 열심히 봤다. SNS를 열자마자 보인 대표의 메시지는 모르는 척했으면서 문간에 은근히 발을 들여놓듯 일을 하고 있었다. 화면을 끄고 눈을 감으려고 보니 벌써 내릴 곳이다.

 

지하철을 좀 더 오래 탄다면 다른 걸 할 수 있었을까? 짧아서 좋았던 출근길이었는데 오히려 쉬지도 못한 채 이미 일을 시작한 기분이다. 더 피곤해진 정신을 붙들고 회사로 향했다.

-박현경

 

 

 

 


📖감상 한마디

 

 

일상의 작은 경험을 현실의 애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짧은 출근길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특히 머릿속이 항상 일에 사로잡혀있는 요즘의 직장인들에게 공감으로 인한 위로를 주는 글이었습니다. 진솔함이 돋보이고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안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어, 첫 문장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짧은 문장들이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속도감 있게 전해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보여준 점입니다. '갤러리에 가득 찬 속옷 광고', '대표 메시지는 모르는 척했으면서 문간에 은근히 발 들여놓은 것처럼'과 같은 생생한 묘사는 독자의 상상을 자극해, 출근 전부터 소진되어 버린 피로감을 훨씬 더 깊이 체감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조비온

 

 

제목처럼 출근길이 외근길이 되어버린 상황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예시들과 표현들로 풀어내어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세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인해 그 상황과 생각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소하고 소소한 소재가 오히려 더 크게 우리의 마음에 파고드는 힘이 있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한 글이었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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