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사진
‘순간을 포착하다.’
과연 시간을 잠시나마 멈춰서 담을 수 있을까?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는 두 번 세 번 곱씹고 싶은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 잠깐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회사의 내 책상 모니터 앞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붙어있다. 한 장은 일하다 자연스럽게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내가 한껏 예쁘게 꾸미고 온 날 직장동료가 찍어준 사진이다. 일을 하다 보면 한 번씩 사진 속 나와 눈이 마주친다. 멈춰있는 그날의 표정과 모습은 나를 끌어당겨 사진을 찍던 그 순간으로 데려간다. 그때의 장면은 동영상처럼 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폴라로이드를 찍을 때의 주변의 말들과 내 감정까지 떠오른다.
나는 한 때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었다. 어렴풋 아주 어릴 적, 대나무 숲에서 아빠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나를 들어 올렸을 때 안간힘을 다해 그 품을 빠져나오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순간을 잡아두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해온
📖감상 한마디
시간을 멈춰서 사진 한 장에 담는다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진엔 찍은 순간의 상황과 분위기, 감정이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다시 꺼내보는 날의 날씨나 나의 기분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 그 작은 행복 때문에 사진 찍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고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나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자신을 기록하기 위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록은 나의 인생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표현되어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꼭 특별한 순간이 아닐지라도 포착되는 순간 특별함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요. 폴라로이드라는 더욱 특별한 기기로부터 나온 사진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을 잡아둔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어 순간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오광락
글을 읽으면서, 얇은 사진의 표면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입체적인 추억과 기억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멈춰 있는 사진 한 장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 날의 분위기와 오감으로 느꼈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만들고, 머릿속에서 동영상처럼 재생된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디지털 사진에 비해 색감이나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반복이나 수정 없이 단 한 번의 셔터로 순간의 솔직한 감정을 실물로 남기는 폴라로이드 사진만이 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글이었습니다.
-조비온
폴라로이드 사진 하나로 순간을 포착해서 담아둔다는 생각과 그 표현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글로 삶의 좋은 순간들을 붙잡아둔다’는 표현이 있는데, 사람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더 강하고 오래 기억한다고 하니, 소소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도구로 사진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이제 기억력이 세월의 흐름에 점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라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과 짤막한 글로 기록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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