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배터리
나는 저혈압이 있다. 그래서 밥을 잘 챙겨먹지 않거나 몸이 힘들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실제로 너무 먹은 게 없는 날이면 눈앞이 흐릿해진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내리는 처방이 있다. 아주 달달한 초코바 한 개.
진한 밀크 초콜릿으로 덮여있는 초코바. 아몬드가 바삭하게 씹히고 캬라멜이 진득하니 이빨에 끼는 초코바. 한 입 콰작 하고 깨물면 달콤함이라는 단어가 내 혀에서 맴돈다. 그렇게 당이 한가득 내 몸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메마른 땅이 비가 온 뒤 촉촉해지듯, 비어있던 몸에 에너지가 가득 찬다.
처방전을 들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허겁지겁 먹은 초코바는, 순간적으로 몸 안에 연료를 가득 채워준다. 그렇게 채워둔 에너지가 마치 보조충전기 마냥 집에 갈 때까지 버텨낼 힘을 준다. 나의 배터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준비되어있다.
나는 오늘도 초코바를 처방했다.
-해온
📖감상 한마디
초코바의 달달함이 전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인생을 자신의 방식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긍정의 시그널이 아주 잘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마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겠지만 모두 잘 살아가길 바라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오광락
보조배터리와 초코바를 연결시킨 발상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듯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내가 내린 처방으로 편의점에 간다는 표현도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가 평소에 인식을 못할 뿐, 나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보조배터리는 가까이에 언제 어디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의 배터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준비되어있다.’는 문장이 찡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SSY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끼니를 잘 못 챙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저도 몸이 무거워지고 식은 땀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리며 많은 공감을 한 글이었습니다. 두 번째 문단에서는 초코바의 단 맛이 에너지로 바뀌어 온몸으로 퍼지는 과정을 잘 묘사해 초코바를 먹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좋았습니다. ‘나는 오늘도 초코바를 처방했다’는 마지막 문장은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한편 위트가 느껴졌습니다. 보조배터리 덕분에 기운을 얻은 줄 알았는데 결국 글을 쓴 이 날도 초코바를 처방해야 했구나 싶어서요. 글 구석구석 공감도 하고 대화도 하듯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안나
초코바라는 간식을 먹으며 자신의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회복시키는 것을 ‘보조배터리’나 ‘연료’에 비유한 부분이 새로웠습니다. 더불어,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거나, 힘이 들어 쓰러질 것 같은 순간마다 초코바 하나를 스스로에게 처방해주는 부분에서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여 애틋했습니다. 그리고 ‘콰작'이라는 표현에서는 마치 큰 소리로 과자!라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졌고, ‘바삭’하게 깨물어 먹는 듯한 생생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글을 읽는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조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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