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을 휘감는 인간의 굴레
무더운 여름이 왔다. 여름에 관한 영화라고 하면 단연코 공포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는 낯설고 기괴하면서도 철학적 물음까지 던져 주는 조금은 색다른 공포영화다. 낭만이라는 탈을 쓴 공포를 선사한다.
가족을 잃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빠져있는 주인공 대니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게 된 스웨덴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얘기인데, 대니의 침울한 마음과, 공포영화라면 떠오르는 어두운 톤과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장면이 아주 밝고 화사하게 묘사된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원색으로 꾸며진 마을은 질서정연하게 돌아간다. 마치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에 나도 저런 곳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가운데 소리와 장면 전환을 적절히 배치한 편집 방식으로 긴장감을 돋구고, 마을 사람들의 특이한 행동들은 시종일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잔인한 장면들을 묘사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뒤틀린 사고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람은 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컸던 영화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굴레를 곱씹게 되었다. 진정한 소속감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 공동체를 위해서 살인도 가능한 것인가. 완벽하게 체화된 공동체의 의식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드러나는 지점을 포착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갖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답을 찾기 어려워 공포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결국 주인공 대니가 점점 마을 사람들과 동화되어 갈수록 그들의 규율을 이해하게 되는 나 스스로가 한번 더 소름 끼치고 놀라웠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 마을 안에서 대니가 진정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던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도 마지막 그녀의 미소는 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버렸다.
-오광락
▶미드소마 Midsommar (2019) - 감독 아리 에스터, 주연 플로렌스 퓨
📖감상 한마디
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물으면 같은 답을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 즐거운 것,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르니까요. 확실한 건, 간접적이더라도 규율을 강제하는 마을에서 진짜 행복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속한 곳이, 내가 추구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안나
공포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선택의 상황, 답을 찾지 못해 헤매는 과정이 그 어떤 공포보다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공감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생기네요.
-SSY
공포영화와 거리두기를 한 지 꽤나 오래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화에 나올 것 같다는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의 벽을 두드렸나 봅니다. 괜히 담 넘어 한번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단순한 스토리에 집중하는 게 아닌 동화같은 장소, 그리고 편집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굳게 닫혔던 벽을 흔들어댑니다. 더 나아가서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라니. 감정보다 생각을 따라가며 보고 싶어지네요. 좀 더 강한 햇살이 내리쪄 등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 때 즈음, 슬쩍 틀어봐야겠습니다.
-해온
‘이쯤 되면 공포 영화 한편 정도는 볼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접하게 된 글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 속에 숨은 잔인함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공포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공포는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괴리감이라는 리뷰를 읽고 나니, 올해 내가 볼 공포영화는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미드 소마’.
-조비온
🚨'함께 쓰는 하루' 구독하기: https://maily.so/hamkkeheyo
📩'함께 쓰는 하루' 관련 문의: foulandfairday@gmail.com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