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하루가 끝나갈 무렵, 화장대 서랍을 연다. 뒤죽박죽 섞인 화장품들 사이를 뒤적이며 라이터를 꺼낸다. '치이익~ 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초에 불을 붙인다. 이 5초 남짓한 순간이 나에게는 큰 위로의 시간이다.
매일 빡빡한 하루를 살고 있는 나는 아침이 되면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만큼 늦잠을 잔다. 미루다 미루다 도저히 미룰 수 없을 때쯤 리모컨으로 불을 켠다. 그리고는 지난 밤의 어둠과 대비되는 형광등 빛에 눈이 부셔 한껏 인상을 찌푸린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달래며 침대에서 겨우 빠져나오면 이번엔 돌덩이가 달라붙은 듯 버거운 다리를 하나씩 화장실로 옮긴다. 그렇게 도착한 화장실에서 지난밤의 여운을 깨끗이 씻고 나면 출근하기 위한 전초전이 끝난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고른 후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정신없이 뛰쳐나와 항상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9시부터 7시까지 꼼짝없이 회사에 묶여 직장인의 일상을 살다가, 해가 지고 하늘이 깜깜해지면 이미 지칠 때로 지쳐버린 몸을 버스에 옮겨 싣고 집으로 온다. 늦은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샤워까지 하고 나면 어지럽혀진 방을 치우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어느새 12시. 하루종일 정신없이 산 나는 위로를 받고 싶다. 그럴 때 나는 향초를 켠다.
라이터의 딸깍 소리와 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 쌉쌀하지만 달콤한 향을 맡으며 아른거리는 촛불을 잠시 바라본다. 어떤 날은 5분, 또 어떤 날은 1시간. 초를 끄는 시간은 정해두지 않는다. 초심에 불을 붙이고 1분도 안 돼서 바로 입바람을 불어 꺼버릴 때도 있다. 나는 그냥 그 잠깐이 좋다. 바쁜 하루 중에도 내가 나를 잊지 않았다고 보여주는 의식 같다.
하루 끝에,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는 나만의 가장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Before
소확행
하루가 끝나갈 무렵 화장대 서랍을 연다. 뒤죽박죽 섞인 화장품들 사이로 뒤적이며 라이터를 꺼낸다. 치이익 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초에 불을 붙인다. 이 5초 남짓한 시간이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나의 하루는 바쁘다. 아침이 되면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만큼 늦잠을 잔다. 미루다 미루다 도저히 미룰 수 없을 때쯤 리모컨으로 불을 켠다. 지난 밤의 어둠과 대비되는 형광등 빛에 눈이 부셔 한껏 인상을 찌푸린다. 천 근 만 근 한 몸을 달래며 침대에서 나온다. 침대에서 겨우 일어서면 돌덩이가 달라붙은 듯 무거운 다리를 하나씩 화장실로 옮긴다. 그렇게 도착한 화장실에서 지난밤의 여운을 깨끗이 씻고 나면 출근하기 위한 전초전이 끝난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고른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정신없이 나와 항상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회사로 출근한다. 9시부터 7시까지 꼼짝없이 회사에 묶여 직장인의 일상을 산다. 해가 지고 하늘이 깜깜해지면 이미 지칠 때로 지쳐버린 몸을 버스에 옮겨 실고 집으로 온다. 집에 오면 7시 반. 나는 늦은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운동을 한다. 샤워까지 하고 나면 어지럽혀진 방을 치우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렇게 빡빡한 하루를 살다 보면 어느새 12시가 되어있다. 하루종일 정신없이 산 나는 위로를 받고 싶다. 그럴 때 나는 향초를 켠다. 그러면 나는, 마치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여행을 가 질투가 났지만 돌아와서 나를 생각했다며 건네주는 기념품을 받는 기분이다.
라이터의 딸깍 소리와 가스가 나오는 소리. 쌉쌀하지만 달콤한 향을 맡으며 아른거리는 촛불을 잠시 바라본다. 어떤 날은 5분, 또 어떤 날은 1시간. 초를 끄는 시간은 정해두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초심에 불을 붙이고 1분도 안 돼서 바로 입바람을 불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그냥 그 잠깐이 좋다. 바쁜 하루 중에도 내가 나를 잊지 않았다고 보여주는 의식 같다.
하루 끝에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는 나만의 가장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피드백
두 번째 문단의 첫 문장인 ‘나의 하루는 바쁘다’가 뜬금없이 느껴진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운동이나 독서, 글쓰기 같이 보상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아닌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느라 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향초를 켜는 글쓴이의 마음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안나
향초를 켜는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해서 일상을 누리는 모습이 제목인 ‘소확행’의 주제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내용의 글이었고, 첫 문단의 시작도 깔끔하게 느껴졌다. 다만 두 번째 문단의 문장들이 아쉬웠다. 조금 더 정리하고 다듬어서 자신의 일상을 잘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긴 만큼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 나는’부터 세 번째 문단으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분위기의 반전을 더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광락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향초를 켜 자신을 위로하고 챙기는 ‘소확행’이라는 주제에는 큰 공감이 됐다. 그러나, 반복되는 단어들이나 문장의 단순 나열,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자리한 많은 수식어, 접속어 생략으로 인해 논리적 연결고리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문단 전체를 한번에 읽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조비온
첫 문단 두 번째 문장에서 ‘화장품들 사이로 뒤적이며’가 아니라 ‘사이를 뒤적이며’ 혹은 ‘뒤적이며’를 빼고 그냥 ‘화장품들 사이로 라이터를 꺼낸다’가 맞는 표현이다. 두 번째 문단의 문장들이 뚝뚝 끊어진 느낌이라 서로 연결할 문장끼리는 한 문장으로 합치고, 강조를 위해 분리한 문장들 사이에는 적절한 접속부사를 넣어주는 게 좋다. 그리고 소리를 묘사한 부분에는 작은 따옴표를 붙여주면 임팩트를 주며 오감을 자극하게 된다. 또, 첫 문장의 ‘하루가 끝나갈 무렵’과 마지막 문장인 ‘하루 끝에’ 다음에 쉼표를 넣어주면 글의 처음과 마무리를 댓구처럼 연결시킬 수 있다.
-SSY
참고> 글쓰기로 평범한 일상을 빛나게 하는 법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01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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