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기록
숨을 쉴 수 없어 잠에서 깨는 날들이 있었다. 원인은 명확했다. 업무에서 오는 불안함이었다. 업무에 적응하면 나아질 거라 믿었지만, 해가 갈수록 압박은 커져만 갔다. 회피하듯 회사를 옮겨보아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를 켰다. 한동안 불안을 글로 적어보려 했지만 폭주하는 불안을 손으로 쓰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손으로 쓸 수 없다면 영상으로 남기자고 생각했다. 화면을 보며 걱정거리를 하나씩 말했다. 생각보다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막상 말로 꺼내고보니 나를 불안하게 하는 고민 중 정말 심각한 문제는 거의 없었다. 나의 고민을 작게 쪼개 보았다. 수정하지 못한 회사 소개서와 같이 내일 출근해서 하면 되는 일과,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지와 같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로 나뉘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했을 뿐인데 불안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오늘 밤 함께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영상을 확인하려다가 첫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화면 속엔 자세가 구부정하고 얼굴빛이 어두운 사람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영상 일기를 남길 때면 영상 중간쯤의 내 모습을 확인하며 내 상황을 가늠했다. 걱정들이 어깨를 누를 때면 억지로 허리와 어깨를 펴고 어렵지 않은 것들이라고 나를 다독였다. 영상 일기를 찍기 시작하면서 내 안의 문제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면서 영상의 분량은 조금씩 짧아졌고, 카메라를 켜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고 미래는 불안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불안에 잠 못 이룰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지금 당장 할 수 있어? 아니라면 일단 자!”
-박현경
📖감상 한마디
불안을 해소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나게 된 글이었습니다. 내밀한 고민을 밖으로 쏟아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은 글쓰기와 비슷하지만, 나의 표정과 자세까지 살필 수 있다는 점은 영상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불안을 더 빠르게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글을 읽으면서 자기 안의 불안을 발견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지나, 불안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덜어낼수록 영상 분량이 짧아진 것처럼 ‘일단 자!’라는 간명한 결론에 도달한 모습이 경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안나
불안은 언제나 자신을 괴롭히고는 합니다. 게다가 다스리기는 또 어렵습니다. 그 과정을 간단 명료하고 통쾌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비교적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어서 더욱 잘 읽혔습니다. 불안이 완전히 잡히지는 않더라도 끝내 뚫고 나아가려는 자세가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잘 드러나서 좋았고, 자신에게 얘기하듯 대사로 끝내서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오광락
문장들이 대체적으로 간결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져있어서 잘 읽혔습니다. 그리고 예시와 표현들이 구체적이면서도 적절해서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원인 모를 불안과 실체 없는 걱정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명쾌한 위로와 해답을 주는 것 같은 마지막 문장이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SSY
*지난주 발송 오류로 인해 레터가 전달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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