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지만 낭만 있던 영화로부터
영화는 강한 설득력을 가진 매체라고 생각한다. 연기와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에 동화된다. 상황에 맞는 시각적인 장치들로 인해 몰입된다. 절묘하게 흘러가는 음악은 감정을 돋운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영화를 보면서 자주 감탄해 왔다. 나도 제작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영화 제작 워크숍을 통해 첫 기회를 얻었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카메라 작동까지 쉬운 게 없었다. 시나리오의 경우 인물의 설정과 행동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인물을 먼저 풀어나가야 하는지 상황을 먼저 풀어나가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카메라는 어찌어찌 작동시켰지만 카메라의 구도를 보는 게 힘들었다. 구도와 설정 사이에 무엇을 먼저 강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다. 우여곡절끝에 제작에 돌입했지만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표현해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의도적으로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느 부분을 빼야 하는지 가늠하기 애매했다. 찍어야 할 장소를 구하는 것도 막막했다. 막상 촬영하러 가면 제약이 많아 당황스러운 일들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편집을 할 때는 더 찍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걸 체감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래도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각자의 영화를 만드는 것에 진심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들 친해졌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작품도 함께 챙기려고 했다. 서로 격려하고 아낌없이 도왔다. 쉽지 않았지만 모두가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만들어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진심을 다해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잘 몰라서 더 용감하고 즐거웠던 날들이었다.
그 이후 영상과 관련된 일들을 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 낸 적은 없다. 지금은 아예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종종 그때가 생각나고 후회는 없다. 직접 시도해봤고 내 꿈이 추억으로 남았기에 괜찮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갈지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두근거리며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았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오롯이 한 곳만 바라봤던 그 순간을.
-오광락
📖감상 한마디
제목에서부터 꿈을 향한 풋풋한 마음과 낭만이 잘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어 마치 저도 함께 참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제가 가졌던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선지 글쓴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박현경
애쓰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었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동화된다’, ‘몰입된다’, ‘감정을 돋운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감각적인 느낌을 살리고, 제작 과정에서의 힘든 부분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감이 안 잡혔다’, ‘헷갈리기도 했다’, ‘어려웠다’ 등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만난 문장은 읽는 사람의 추억도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해, 저도 함께 ‘형편없는’ 무언가를 만들었지만 ‘오롯이 한 곳만 바라봤던 순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안나
이 글은 영화라는 매체에 매료되었던 순수한 동경에서 시작해, 치열했던 제작 현장을 거쳐, 그 경험을 추억 삼아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시키기까지, 그 감정선에 맞춰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잘 읽혔습니다. 특히 담백한 단어와 짧고 명확한 문장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 호흡에 마지막 문장까지 다다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읽고나서, 젊기에 가능한 ‘청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그린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비온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면서 가슴을 울리는 제목이 우선 눈길을 끌었고,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고나서 다시한번 제목을 떠올리며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영화의 매력을 짧지만 적절한 단어들로 표현해낸 점이 돋보였고, 꿈꿔왔던 일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제는 꿈과는 멀어진 현실의 씁쓸함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가서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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