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무엇이든

2025.07.31 | 조회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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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무엇이든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운 날이었다. 기름칠이 필요한 묵은 기계가 된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 기계가 들어찬 공간은 폐공장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것은 한창 움직여야 할 기계도, 기계가 놓인 공간도 낭비하는 것이다. 다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동력을 얻기 위해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생각에 애써 몸을 일으켜 햇볕을 쬐러 집을 나섰다. 충전하고 돌아와 열심히 기계를 돌리겠노라 다짐하면서.

초여름 한낮의 만물에는 생기가 돌았다. 연녹색 잎을 뿜어대며 위세를 과시하는 나무들, 이리저리 얽힌 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내는 들꽃들, 자기 영역에서 까치를 몰아내는 까마귀, 사람이 들고 있는 뻥튀기를 빼앗으려는 비둘기... 모든 것이 활발하고 진취적이었다. 열정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을 느끼며 보도블록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다가왔다. 말갛고 순수한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 그들을 향해 있지도 않은 내 자식을 보는 양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생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자가 축복의 마음을 짜내어 지은 표정. 이런 표정을 짓고 거울을 본 적이 없어서 내 표정이 얼마나 거룩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를 지나쳐가던 아이가 눈을 마주치자 젤리 같은 말랑한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C”.

상상도 못한 대사였다. 두 글자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황급히 가리며 생각했다. 조선시대 어린이들은 담배도 피웠다는데, 욕설쯤이야. 그럴 수 있지. 그러자 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 어린이의 참신함과 파격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흑백 화면으로 상영되는 신파극 같던 날이 해학과 자조가 섞인 코미디로 바뀌었다. 조금 가벼워진 나는 당위로 가득 차 행동을 강요하던 몇 분 전의 나를 발로 차버렸다. 그 아이처럼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애쓰는 걸 멈추기로 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낡아도 된다. 그렇게 하고 싶다. 내 마음이다.

 

 

 

 


 

📄Before

 

누구든, 무엇이든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운 날이었다. 기름칠이 필요한 묵은 기계가 된 것 같았다. 작동하지 않는 기계가 들어찬 공간은 폐공장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것은 한창 움직여야 할 기계도, 기계를 담은 공간도 낭비하는 것이다. 다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만히 누워서는 동력을 얻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럴 땐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 생산적인 일이 아닌가. 나는 애써 움직이려고 햇볕을 쬐러 집을 나섰다. 충전하고 돌아와 열심히 공장을 돌리겠노라 다짐하면서.

초여름 한낮의 만물에는 생기가 돌았다. 연녹색 잎을 뿜어대며 위세를 과시하는 나무들, 이리저리 얽힌 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내는 들꽃들, 자기 영역에서 까치를 몰아내는 까마귀, 사람이 들고 있는 뻥튀기를 빼앗으려는 비둘기... 모든 것이 활발하고 진취적이었다. 열정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을 느끼며 보도블록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초등학교 3학년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다가왔다. 말갛고 순수한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이 귀여운 참새들 같았다. 그 아이들을 보며 있지도 않은 내 자식을 보는 양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생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자가 축복의 마음을 짜내어 지은 표정. 이런 표정을 짓고 거울을 본 적이 없어서 내 표정이 얼마나 거룩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를 지나쳐가던 아이가 눈을 마주치자 젤리 같은 말랑한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C.

상상도 못한 대사였다. 두 글자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황급히 가리며 생각했다. 조선시대 어린이들은 담배도 피웠다는데, 욕설쯤이야. 그럴 수 있지. 그러자 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 어린이의 참신함과 파격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흑백 화면으로 상영되는 신파극 같던 날이 해학과 자조가 섞인 코미디가 되었다. 조금 가벼워진 나는 당위로 가득 차 행동을 강요하던 몇 분 전의 나를 발로 차버렸다. 애쓰는 걸 멈추기로 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방금 전에 마추졌던 아이를 떠올렸다. 사회적 지위에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인 그 아이를. 나는 그 아이처럼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작동을 멈춘 이대로 한동안 누워있기로 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낡아도 된다. 그렇게 하고 싶다. 내 마음이다.

 

 

 

 


 

✏️피드백

 

 

첫 문단에 이렇게 ~ 낭비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가독성이 좋지 못하고 흐름상 빠져도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조가 약한 글인 것 같다. 그저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글로 보인다. 특히 2번째 문단과 3번째 문단으로 넘어갈 때 ‘C이라는 문장으로 전환을 유도한 듯 보이지만 문단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기승전결에서 가장 중요한 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진다.

-오광락

 

 

일상의 작은 사건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려는 이야기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승과 전의 흐름이 아쉽다. 이 부분 역시 좀 더 명확하게 구분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더 세밀하게 다듬으면 선명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안나

 

 

세밀한 묘사가 문장들을 생동감 넘치게 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결과 승-전 간의 연결고리가 좀 더 명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기에서의 기계와 공장 예시가 강렬한 임팩트를 주어 오히려 승과 전에 있는 아이의 이야기가 조금은 덜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기에서는 전달하고 싶은 얘기에 대한 물꼬를 트는 정도의 짧지만 포인트 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문단 간의 명확한 연결이 있다면 훨씬 더 흥미롭게 막힘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해온

 

 

글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사용한 비유와 수식어들이 너무 많이, 과하게 들어가면서 오히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하게 한 것 같다. 그리고 글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첫 문단에 ’기계‘와 ’공간‘, ’공장‘이 뒤섞여 적혀있는데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비유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어 읽는 이에게 혼동을 주면서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SSY

 

탄탄한 글의 구성, ---결 참고>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130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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