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9월의 두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TOPIC EDITION으로 인사드립니다. 여성의제 관련 기사들을 모아 전해드리는 TOPIC EDITION 이번 호에서는 9월 21일로 예정된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 주최의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를 앞두고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중점적으로 모았습니다.
이 시위 외에도 9월 6일에는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등 144곳이 연합해 긴급 집회를 열었고, 서울여성회 등이 꾸린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공동행동은 13일부터 27일까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 말하기 대회’를 이어갑니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10대 청소년이 절대 다수인 딥페이크 성범죄의 특성을 분석한 BBC 기사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법원의 관대한 판결, 이를 보도하는 기자윤리와 언론환경,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여성들의 국제 연대에 대한 기사들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이 외에 국가정보원 직원과 여성 기자들에 대한 성희롱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해임 징계 소식,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아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진 소식, 지난해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된 법인카드 규모가 6천억원이 넘는다는 소식 등을 준비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서부터 룸살롱 접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에 대한 성착취로 굴러가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새삼 깨닫게 만드는 기사들인데요, 이들 기사를 통해 여성들이 이 같은 폭력에 어떻게 대응하며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겠습니다. 시위에 참석하시는 분들 모두 안전하게 다녀오시고 뉴스 헐리버리는 다음 호에서 깊이와 관점이 있는 심층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21일 혜화역서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 열린다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 만든놈 판놈 본놈 모조리 처벌하라’가 오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다.
이번 집회는 지난해 11월 서울 소재 여자대학교를 중심으로 결성된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주최한다.
공동행동은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는 새롭지 않다. 여성들은 수십 년간 남초 커뮤니티, 단톡방 등에 얼굴과 신상이 박제되어 성희롱, 모욕의 대상이 되고 협박, 스토킹, 성폭행 등 범죄 피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그 심각성을 축소했고 피해를 방관했다”며 “그 결과 여성이 학교, 직장, 길거리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고 있고, 전국의 여성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되지는 않았는지 불안함에 떨고 일상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여성 대상 성착취는 어떤 방식으로든 허용될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을 것을 촉구할 때”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검은색 옷을 입고 개인 물병과 1인 방석을 갖고 참석할 것을 당부했다.
(신다인, 여성신문, 24.09.04)
딥페이크 ‘셀프 구제’에 이어…집회 나서고, 머리 맞대는 여성들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 기술)를 활용한 성범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긴급 집회가 6일 저녁 7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직접 성범죄 대화방을 찾아 나서고 행동 수칙을 공유하는 등 ‘자력구제’에 나선데 이어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모여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전국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등 144곳은 6일 저녁 7시 서울 보신각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일상을 쟁취하자!’는 주제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소라넷, 웹하드 카르텔, 텔레그램 성착취 등 디지털성범죄가 잇따랐지만 정부 대응은 미비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주장(윤석열 대통령)했다”며 “현 정부의 반여성인권적 기조에 따라 여성 정책이 심각하게 퇴행한 한편, 온라인 남성 문화가 플랫폼의 수익 구조와 디지털 기술을 타고 이번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서울 소재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오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를 연다. ‘만든 놈, 판 놈, 본 놈 모조리 처벌하라’는 구호 아래, 불법합성물을 비롯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판매·소지한 이들 모두 처벌하는 제도 마련을 정부·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다. 공동행동은 “엔(n)번방 사건 당시 딥페이크 뿐 아니라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단체방이 수백 개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국가가 그 심각성을 축소하고 피해를 방관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은 2018년 불법촬영 문제에 항의하는 수만 명의 여성들이 모여 시위를 벌인 장소다.
서울여성회 등이 꾸린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공동행동’은 13일부터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지난달 30일 열었던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 말하기 대회’를 이어간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10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일상을 위협하는 사이버 생태계의 여성주의적 전환을 위하여’란 긴급 집담회를 열어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에 대한 법 제도적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한다.
(정인선, 한겨레, 24.09.05)
한국 학교를 집어삼킨 '딥페이크 음란물' 사태를 들여다보다
그로부터 2일 전, ‘한겨레’의 고나린 기자는 엄청난 특종 기사 하나를 발표했다.
최근 한국 경찰이 국내 주요 대학 2곳의 딥페이크 음란물 조직을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고 기자는 이러한 일이 더 많이 벌어지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에 고 기자는 SNS 세계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메시지 앱 ‘텔레그램’에서 특정 여성을 동시에 아는지 확인하고, 함께 아는 여성이 있으면 이 여성의 사진을 서로 공유해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몇 초 만에 가짜 음란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대화방 수십 곳을 발견했다.
고 기자는 BBC에 “몇분마다 자신이 아는 여성 지인의 사진을 올리고 딥페이크로 합성해달라는 요청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고 기자는 이러한 대화방이 대학생들만 노린 게 아니었으며, 특정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화방도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정 개인 학생의 딥페이크 이미지가 다량으로 제작되면 개인별 대화방이 생성되기도 했다. 광범위하게 ‘능욕방’ 혹은 ‘겹지인방’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엄격한 가입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중략)
고 기자는 “어찌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지 충격받았다”면서 “회원 수가 2000명이 넘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 학생들이 모인 대화방을 발견했을 때 가장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고 기자의 기사가 공개된 이후, 여성 권리 운동가들 또한 텔레그램을 샅샅이 뒤지며 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말이 되기 전까지 전국의 학교 및 대학교 500여 곳이 표적이 됐음이 알려졌다. 실제 피해자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상당수가 한국 법상 성관계 동의 연령인 만16세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가해자로 의심되는 이들 중 상당수도 10대 청소년이다. (중략)
한편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텔레그램이 있다. 당국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특정 콘텐츠의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다른 공개적인 웹사이트들과 달리,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비공개 메시지 앱이다.
사용자는 익명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비밀’ 모드로 대화방을 설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화 내용은 흔적도 없이 빠르게 삭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는 범죄 행위가 크게 성행하게 됐다.
(진 맥켄지 & 최리현, BBC뉴스 코리아, 24.09.03)
"반성해서, 조잡해서, 음란하진 않아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너무 관대한 법원
A씨는 2020년 10월 전 여자친구 얼굴 사진을 나체의 남녀가 성관계하는 영상에 오려 붙인 것을 비롯해 총 52회에 걸쳐 11명에 대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또 이 같은 합성물을 16차례에 걸쳐 피해자 실명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퍼뜨렸다. 범행 대상은 전 여자친구, 대학 동기나 선·후배, 친구의 전 여자친구 등이었다. 그는 휴대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98개를 소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A씨에게 내린 처벌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4년에 불과했다. A씨가 수사단계부터 ①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②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고 ③피해자들과 합의했으며 ④가족들과의 유대관계가 잘 유지돼 재범 가능성도 낮다는 점이 고려됐다. 피해자들이 성적으로 흥분해 눈을 위로 치켜뜬 것처럼 편집한 합성물에 대해서는 "⑤사회통념을 가진 일반인이 봤을 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중략)
최근 벌어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보면 10대 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가담하고, 주변 지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판결문상에서도 피고인이 미성년 또는 갓 성년이 된 점이 언급되거나, 이전에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재판부가 이 같은 '피고인의 사정'을 적극적으로 참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갓 성년이 된 어린 나이', '범행 당시 소년이었고, 판결 시점에도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교적 어린 나이', '아직 15세 초범이라 앞으로 행동거지를 고쳐나갈 시간과 가능성이 꽤 남았고' 등의 문구가 적시됐다. 피고인들의 나이가 어린 만큼, 부모가 '강한 선도 의지'를 표명한 점이 인정되기도 했다.
가해자의 나이가 비교적 어리거나 초범이라 법원이 형을 감경해주는 등 갱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서도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감경 요소다. 그러나 딥페이크 성범죄 특성상 나이가 어리거나 젊은 가해자가 자신의 또래나 사회적 지인을 범행 상대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가해자의 사정만 감안하는 판결이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가해자가 처벌로 인해 학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형량 감경 요소로 언급하는 등 가해자의 사정만 고려하는 판결은 고질적인 문제"라면서 "그만큼 피해자가 학업을 못하게 되는 사정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현주, 한국일보, 24.09.15)
딥페이크 성폭력에 대처하는 뉴스룸의 자세
최근 딥페이크를 취재·보도한 기자들은 삼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범행 양상을 목도하는 데서 오는 충격, ‘기자 합성방’ 등 여성 기자를 타깃으로 한 공격과 더불어 이것을 기사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서 오는 고민까지 수반됐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범행 현장을 목도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 일차적이었다. 딥페이크의 여러 양상을 다각도로 보도한 박상혁 프레시안 기자는 “가해 장면을 보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남성인 박 기자는 “남성 가해자들이 하는 대화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성착취물의 폭력성, 여성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 모습과 더불어 동료 여성 기자들이 성착취 당하는 장면을 보는 데서 오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여성 기자들로서는 당연히 ‘기자 합성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22만 명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을 최초 보도한 박고은 한겨레 기자는 “그들의 가해 수준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대로 ‘위축’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네, 그래서 계속 취재는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들 고민의 종착지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기사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있었다. ‘어린 남자애들의 장난’이라거나 ‘그래봤자 가상 아니냐’라는 얘기를 듣는 딥페이크 성폭력의 실상을 독자,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피해자들에 ‘2차 가해’가 되지 않기 위해 표현을 정제하고 고르는 한편으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줘야 대중들이 심각성을 인식하리라는 판단이 자주 교차했다.
‘기자 합성방’의 존재를 단독 보도한 정지혜 세계일보 기자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다루는 데 있어 ‘기사’라는 형식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기사라는 게 형식이나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정해져 있으니까 이걸(딥페이크 성범죄)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언어가 정제되고, 이미지가 재가공되는 과정에서 심각성이 어쩔 수 없이 축소되는구나… 그런 것들이 딜레마처럼 느껴졌어요.” (중략)
뉴스룸 내 환경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주 자주, 기자가 자신이 다루는 이슈의 화제성을 따라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함께 침잠하는 모습을 본다. 딥페이크 성범죄처럼 가시화에 어려움이 따르고 선정성 여부가 고민되는 이슈는, 더욱이 취재 기자를 고립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데스크와 뉴스룸을 설득하는 데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상황을 가장 먼저 ‘직시’한 이들일 수 있다. 우리의 언론 환경은 이들 기자를 잘 보호해왔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나아가 함께 고민해왔는지, 이번 일을 기화로 치열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슬기, 미디어오늘, 24.09.11)
“韓 여성운동에 깊은 영향…‘딥페이크 사태’ 국제적 연대는 당연”
“한국 여고생 2명이 도움을 요청하려고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 사태’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온라인으로 알리고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중국 정부가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그렇다는 것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에 슬픈 기분이 들었죠.”
영국 런던에서 한국의 텔레그램 딥페이크 포르노 성범죄를 규탄하는 시위를 주최한 중국인 여성주의자 나나(Nana)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딥페이크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의 심정을 이렇게 서술했다. 그가 언급한 ‘슬픔’은 단순히 수많은 여성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고통에 무감한 국가와 사회 시스템 하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연민과 동질감이 슬픔의 근원에 있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느낀 나나는 곧장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주영한국대사관까지 행진하는 시위를 계획했다. 서너명의 한국인 활동가 정도가 함께할 거란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어, 단 며칠 만에 한·중·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 출신 여성 100여명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저녁 거리에 모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사건 직후 해외에서 처음 열리는 집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중략)
한국의 여성주의는 중국에서 이미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이들은 입 모아 말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한 ‘불편한 용기’(2018) 시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 여성들이 여러 시위 현장에서 부른 ‘다시 만난 세계’는 중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여성주의자들도 다 알고 노래할 만큼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한국 여성들이 물결을 일으킨 ‘4B 운동’이었다. ‘아닐 비(非)’라는 한자와 알파벳 ‘B’가 동음어라는 점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인 4B는 남성과의 성관계·출산·연애·결혼이라는 4가지 과업을 수행하지 않는 삶의 형태를 의미한다.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따르는 생애 과업으로 여겨지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움직임이 집단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금껏 유례가 없었다.
나나는 4B 운동을 처음 알았을 때 “대놓고 정부에 대항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개인 차원으로 일종의 대항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는 점에서 인상깊었다”며 “국가가 여성을 출산 기계로 도구화하는 것에 개인이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이어서 소개한 것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크게 유행했다는 ‘보이 소버(boy sober)’ 트렌드다.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을 뜻하는 ‘소버’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 유행은 서양 Z세대 여성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취약해지지 않기 위해 남자를 끊는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이 유행에 큰 영향을 준 것이 한국의 4B 운동, 미국의 낙태 금지 판결 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나는 “어린 여성들이 남성에 연연하는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삶과 공간을 누리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정지혜, 세계일보, 27.09.18)
‘여성 기자 성희롱 문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해임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과 여성 기자들에 대해 성희롱 대화를 나눴는지 진상 조사를 받았던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해임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포상징계위원회를 열어 논설위원 이아무개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지난달 21일 관련 보도가 나온 지 3주 만에 이뤄진 징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12일 징계 의결 뒤) 19일까지가 이의신청 기한이었다. 징계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재심 절차를 밟게 되고, 신청하지 않으면 이대로 해임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진상 조사와 함께 이씨를 직무 배제했고, 지난 2일 처음 포상징계위원회를 열었으나 징계 여부나 수위 등을 확정하진 않았다. 이후 ‘외부 기관’에 추가 조사를 의뢰했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징계를 의결했다. (중략)
보도가 나온 뒤 조선일보의 후속 조처가 늦어지자, 내부에서는 구성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지난달 발행한 ‘조선노보’에는 “조선일보는 여기자에게 안전한 직장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가해자 1인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조직 문화를 뼛속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문제”, “회사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대응이 없다면 우리 모두 침묵으로 동의한 셈”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실렸다.
(박강수, 한겨레, 24.09.20)
‘부산 돌려차기’ 생존자 손배 승소…법원 “가해자 1억 지급하라”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가혹하게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에게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부산지법 민사3단독 최영 판사는 지난달 26일 피해자 ㄱ씨가 가해자 이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ㄱ씨는 2022년 5월22일 새벽 부산 진구 서면의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10여분간 자신을 쫓아온 이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와 두개내출혈, 발목 아래가 마비되는 영구장해 피해 등을 입었다. 이씨는 강간살인미수죄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ㄱ씨는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가 상대 손해배상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변론에선 사건 직후 기억을 잃은 ㄱ씨에게 수사기관이 성폭력 의심 정황을 알리지 않아 증거 수집 기회를 놓쳤고 디엔에이(DNA) 감정도 부실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중략)
ㄱ씨를 대리한 손보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백경)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피해자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됐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이어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 가해자와 또 법적 공방을 벌이고, 인적사항이 드러날 위험이 있어 이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승소해도 집행 문제가 있어서 손해배상이 꼭 이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그럼에도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민사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한번 더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 한겨레, 24.09.06)
룸살롱 등 유흥업소서 쓴 ‘법카’ 규모, 6천억 원 넘어
지난해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된 법인카드 규모가 6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세청이 오늘(16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은 2022년(5,638억 원)보다 606억 원 늘어난 6,24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법인카드 사용액(176조 5,627억 원)의 0.4% 수준입니다.
유흥업소별로 보면 룸살롱 사용액이 3,40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단란주점(1,313억 원), 요정(802억 원) 등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극장식 식당(544억 원), 나이트클럽(178억 원) 등에서도 법인카드가 사용됐습니다.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0년대 초반 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가, 점차 줄어 2019년 8,609억 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1년 2,120억원까지 줄었다가 엔데믹 이후 다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혜주, KBS뉴스, 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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