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5월 두 번째 뉴스 헐리버리로 돌아온 에디터 소원입니다. 이번 호는 여성의제 관련 기사를 소개해드리는 TOPIC EDITION입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 위원회가 한국의 여성 인권 문제를 심의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입법,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인권 현안이 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국내 30대 그룹에서 여성 사내이사는 3.2%에 불과했습니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기업이 ‘이사회 성 다양성 강화’라는 숙제를 사외이사에 떠넘긴 결과로 풀이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력의 핵심인 중년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상주시에서 도입한 AI아나운서가 여성에게 실력보다 빼어난 외모를 요구하는 비뚤어진 현실의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44년 만에 처음입니다.
스토킹 수법이 진화하는 데 비해 처벌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유족들은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대 여성이 여행지에서 남자 동창의 무차별 폭행을 당한 끝에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고,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살인 미수’ 사건 피해자에게 SNS로 협박 메시지를 보낸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입니다.
인하대 겸임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스승이자 영상촬영·편집업계 선배, 사실상 고용주이기도 했습니다. 여자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JMS 총재 정명석을 돕기 위해 현직 경찰관이 범죄 증거 인멸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층 건물 옥상에서 한 10대 여학생이 투신하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의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일 년여가 지난 현재,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우울증갤러리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2017년 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기소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 여성의 법적 증언이 인정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이란 영화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가 법정에서 8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가 히잡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습니다. 유엔인도주의조정국(OCHA)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사망자 수는 2만4686명이라고 밝히며 전체 사망자 가운데 51.6%가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발표했습니다.
TOPIC EDITION을 발행할 때마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그러나 차별과 폭력 앞에서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들이 있어 마음을 다잡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용기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소원 드림
유엔, 한국 여성인권 검증…차별금지법·여성가족부 폐지 등 쟁점
세계 각국의 여성 인권과 권익 수준을 따지고 개선점을 살피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한국의 여성 인권 문제를 심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민간과 정부 대표단이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13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과 몬테네그로,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브라질, 르완다 등의 여성인권 실태를 심사할 예정이다. 한국은 14일(현지시각) 심의했다.
유엔은 한국 정부가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강간의 정의, 여성 탈북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입법,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다방면의 인권 현안이 심의 대상이 됐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국여단체연합과 여성의 전화, 무지개 행동 등이 참여했다.
유엔에 따르면 민간 대표들은 2022년 5월에 취임한 새 대통령이 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젠더 정책이 후퇴한 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구조적인 차별이 없으며 따라서 부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고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유영혁 기자, 여성신문, 24.05.15)
이사회 ‘성 다양성’ 의무화…30대 그룹, 여성 사외이사만 찔끔 늘어
국내 주요 기업집단의 여성 사내이사 비중이 2년여간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성 다양성의 법적 의무화도 업계의 사내이사 선임 관행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발표를 보면, 최근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이사 787명 중 여성은 25명(3.2%)으로 집계됐다. 738명 중 13명(1.8%)이 여성이었던 2021년 말에 견줘 여성 비중이 1.4%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5월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공정자산 상위 30개 그룹 298개 계열사의 올해 주주총회 결과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다.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 계열사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성 사내이사 수의 ‘제자리걸음’ 현상은 그룹별로 봐도 두드러졌다. 30대 그룹 중에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계열사에 여성 사내이사가 한 명도 없는 그룹은 2021년 말 22곳에서 최근 20곳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포스코그룹 등이 수년째 ‘여성 사내이사 0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1년 말에는 사외이사 789명 중 86명(10.9%)이 여성이었는데, 최근에는 850명 중 174명(20.5%)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꼴에서 5명 중 1명꼴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기업이 ‘이사회 성 다양성 강화’라는 숙제를 사외이사에 떠넘긴 결과로 풀이된다. 2022년 8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의사결정기구의 성별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상시적으로 회사 업무에 임하는 사내이사는 여전히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연 기자, 한겨레, 24.05.08)
‘5인 미만 사업장’의 굴레에 갇힌 ‘중년 여성 노동자’
근로기준법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노동자를 위한 법이지만, 상시 직원이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는 법 조항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고 졸업반 시절부터 거의 평생을 일하며 살아온 이수영씨(57)도 그 벽에 가로막힌 한 명이었다.
일한 기간 대부분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보낸 이씨에게 근로기준법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그는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18세 때 작은 마을금고(현 새마을금고)에 취업했다. 면사무소 구석에 책상 하나 놓고 혼자 일한 이씨는 어느 날, 자기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취업 1년 만에 해고됐다. “그때 내가 뭐라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이사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잘랐어요.” (중략)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을 전전한 이씨는 전태일이 준수하라고 외친 근로기준법에서조차 밀려난 존재였다.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고, 시행령을 통해 일부 조항(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퇴직급여 등)만 예외적으로 적용한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제한, 연장·휴일·야간노동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주요 조항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씨의 처지는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약 250만명. 임금노동자 6~7명 중 1명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한국노총 전략조정본부와 함께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와 경제활동인구조사 8월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했다. 통계마다 제각각인 5인 미만 사업장 현황을 가장 최근 시점으로 보다 정확히 추산하기 위해서다. 분석 가능한 전국사업체조사의 가장 최근 데이터는 2021년, 경제활동인구조사는 2023년이다.
전국사업체조사 기준으로 2021년 5인 미만 사업장 임금노동자는 252만7846명, 전체 임금노동자의 13.4% 수준이다. 이 수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전체 고용 규모에서 1인 자영업자와 사업주 1명을 제외한 수치다. 임금노동자로 집계되지 않는 ‘위장 프리랜서’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씨 같은 중년 여성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력의 핵심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3.3%가 여성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평균 연령은 52.0세로 사업장 규모별 분류(5~9인, 10~29인, 30~99인, 100~299인, 300인 이상) 중 가장 높다. 5인 미만 사업장 남성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0.6세, 여성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0세로 나타났다.
(조해람⸳김지환⸳박채연 기자, 경향신문, 24.05.02)
아나운서는 AI도 '날씬한 20대 여성'이어야 하나...'제이나'가 던진 질문
#. 제주도청은 3월 인공지능(AI) 아나운서 '제이나'를 도입했다. 긴 머리를 가슴까지 늘어뜨린 날씬한 20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늘 몸에 딱 붙는 치마를 입는다. 경북 상주시가 지난달 공개한 AI 아나운서 '수니'도 마찬가지다. 상주 특산품인 곶감을 모티브로 한 마스코트 '수니'를 의인화한 아나운서라는데, 동글동글한 마스코트의 특징은 온데간데없는 가녀린 20대 여성이다.
두 아나운서는 TV에서 자주 보는 '사람 아나운서'와 똑 닮았다. 그런데 AI 아나운서에게조차 여성에게 실력보다 빼어난 외모를 요구하는 비뚤어진 현실의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담아야 하는 걸까. (중략)
제이나는 공개 후 많은 화제를 낳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한 최초의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제주도청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아나운서 채용 대신 AI 개발·운영업체에 사용료 월 60만 원을 내고 제이나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이나는 또 다른 질문도 남긴다. 과학기술은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구현할 수 있음에도 왜 번번이 현실의 성별 고정관념을 답습하는지, 20대 젊은 여성이 필요에 따라 뉴스도 전했다가 노래도 부르는 것이 온당한지 말이다.
(남보라 기자, 한국일보, 24.05.07)
‘5·18 성폭력 피해’ 44년 만에 모인 10명…“잊을 수도, 말할 수도 없던” 상처를 기록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 10명이 처음 만났다. 1980년 이후 44년 만이다. 피해자들 중 일부가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먼저 서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위원회는 이에 화답하며 지난달 28일 피해자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보고 용기를 낸 김선옥씨가 공개 인터뷰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자신의 피해를 증언했다. 김씨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대에 붙잡혀 고문을 받고 석방 전 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고 그의 증언은 그해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발족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사단은 5개월간의 조사 끝에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법적 권한의 한계와 짧은 조사 기간으로 종합적인 피해 실상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위원회는 2020년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기반해 법적 권한을 넓혀 직권 조사를 시작했다. 그결과 1980년 5월 18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 시위·연행·구금·조사 등 과정에서 일부 계엄군이 자행한 강제추행, 강간, 성고문 등 피해 주장 사건 52건 중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건 외에 19건을 조사했고 지난해 12월 그중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조사를 위한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 과거사 성폭력 사건의 종합적인 피해 실상을 규명한 것은 처음이다. (중략)
이날 참여자들은 모두 원 모양으로 앉았다. 모두 평등하게 아픔을 나눠보자는 취지였다. 이다감 상담전문가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라도 말로 ‘아따 애썼다’는 고생했다는 말이죠. 수고하셨어요. 내가 나한테 얼마나 야박했던지요. 가슴에 손을 대볼까요. 자살 시도했던 분도 계시고 죽지 못해 살았다는 분도 계셔요. 뛰고 있는 심장에 손을 대볼까요. 살아도 살지 않은 것 같았다고, 얼마나 소리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먼저 이다감 상담전문가가 두 팔로 몸을 감싸는 ‘나비 포옹’ 자세를 유도하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끄러워서 얼굴 보고 싶지 않다던 분, 뭐가 좋은 일이라고 모이냐고 했던 분, 너무 외로웠고 이 피해를 당한 사람이 나 혼자인 줄 알았다, 함께 하고 싶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싶다고 하셨죠.”
피해자들 앞에는 초록색 원 모양 천 위에 올려진 꽃 ‘작약’과 작은 조각상 ‘여신상’이 있었다. 5월에 피는 작약의 꽃말은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한다’이다. 이 위원은 “여신상은 어떤 피해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의 온전함을 훼손시킬 수 없다는 걸 표현했고 작약은 오늘 끝날 때 정이 깊어가지고 또 만나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1980년 5월 18일 최초 투입된 제7공수여단이 “여성의 옷을 벗기라”는 대대장의 지시를 받고 작전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지시 이후 ‘첫 여성 강제 탈의’ 피해가 발생했다. 도심 시위 진압작전 단계에서 일부 계엄군은 주택가 차량 안에서, 군용트럭으로 이동 후 강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곽봉쇄작전 단계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났다. 일부 계엄군은 도심 외곽으로 여성들을 끌고 가 강간했고 호송 차량 또는 상무대 등 연행 단계에서도 강제추행, 강간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5·18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구금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고문도 있었다.
“만약 3명만 증언했다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함께 증언을 해주셨기에 진상규명을 할 수 있었어요. 52명 중에 거절하신 분들도 많았고 돌아가신 분, 정신병원에 계신 분들, 알츠하이머 때문에 증언할 수 없는 분들이 많았어요. 증언해주신 여러분들이 주인공이고 산 증인이세요.”(이다감 상담전문가)
(임아영 기자, 경향신문, 24.05.02)
'죽어야 끝나나'…수법 진화하는데 스토킹 처벌법은 제자리
JTBC는 스토킹 피해 문제를 집중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스토킹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까지 잃은 24살 이민경, 19살 이효정 씨. 저희가 피해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유족들의 부탁 때문입니다. 똑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중략)
[고 이민경 씨 유족 : 20초 동안 매달려 있는 동안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지난 1월, 24살 이민경 씨는 부산 한 건물 9층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17시간 현관문을 두드리고 350번 넘게 메시지 보내던 전 남자친구가 옆에 있었습니다.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민경 씨 집에 들어왔습니다.
[고 이민경 씨 유족 : 추락하고 자기가 먹던 맥주 캔이랑 자기 슬리퍼랑 챙겨가지고, 유유히 나오면서 그때 119에 신고를…]
지난달 19살 이효정 씨를 때린 전 남자친구도 그랬습니다.
[고 이효정/지난 4월 1일 : 일방적으로 우리 집 비번 뚫고 들어와 나 자는 것 보고 때렸어.]
숨지고서야 스토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 이 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SNS가 보편화되면서 마음먹으면 누구나 개인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정보 공유도 쉽게 가능합니다.
(배승주 기자, JTBC 뉴스, 24.05.03)
"하루아침에 식물인간 된 우리 딸"… 악몽이 된 '동창생 여행'
딸이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 A씨 어머니는 가슴이 철렁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만 해도 멀쩡했던 딸이 졸지에 중환자가 돼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 질문에도 A씨는 부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 그저 “술을 마시고 혼자 넘어졌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딸 행동이 석연치 않았던 A씨 어머니는 함께 여행을 떠난 동창 2명에게 전화했다. 계속 통화가 안 되자 ‘○○(딸) 상태가 심각하다. 나중에 ○○이 세상에 없을 때 원망 소리 들을래? 상황이 짐작 가니 숨길 생각 하지 말고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친구들로부터 진실을 전해 들은 A씨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졌다. A씨는 갈수록 건강이 나날이 나빠져 같은 달 13일 의식을 잃었고 식물인간이 됐다. 폭행당한 지 불과 엿새 만이었다.
A씨 어머니는 B씨를 중상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19일 B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 결과 사건 당일 A씨는 술에 취해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여자 동창과 B씨가 자신을 욕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말다툼에 이어 B씨가 욕설을 섞어 A씨 머리를 밀쳤고, A씨가 저항하자 B씨 폭행 수위가 높아졌다. 옆에 있던 여자 동창이 말려봤지만 B씨는 “너도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라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B씨는 A씨에게 범행하기 반년 전에도 비슷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7월 헤어진 여자 친구(당시 17세)의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정성민)는 지난 2일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중한 상해를 입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B씨는 재판 내내 “폭행한 건 맞지만, 중상해를 입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엔 신체적으로 상당한 격차가 있는 데다 (범행 당시) 성인 여성 2명이 대항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힘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44㎏의 가냘픈 체구인 반면 B씨는 키 178㎝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혜지 기자, 한국일보, 24.05.11)
‘돌려차기 살인미수’ 피해자 SNS로 협박한 20대 남성 재판행
‘부산 돌려차기 살인 미수’ 사건 피해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내 수차례 심한 욕설과 협박을 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8일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정현승)는 전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ㄱ씨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20대 남성 ㄴ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ㄴ씨는 지난해 8월11일부터 10월4일까지 에스엔에스로 피해자 ㄱ씨에게 10회에 걸쳐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이 드는 협박성 메시지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보냈다. 검찰은 ㄴ씨가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2차 가해’를 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피해자 ㄱ씨는 지난해 8월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ㄱ씨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밝힐 때마다, ‘조용히 입 닫고 살아라’, ‘(지금 행동이) 가해자를 부채질하는 걸 명심하라’, ‘내 눈에 띄며 맞는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심한 욕설이 담긴 협박성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은 데 따른 것이다.
(김가윤 기자, 한겨레, 24.05.08)
“저는 인하대 겸임교수 성폭력 피해자”…20㎏ 가방 들고 캠퍼스에 선 이유
“제가 강제추행을 당했는데요. 가해자가 직장 상사는 아닌데 상사 같은 사람이에요. (…) 업계에 소문나서, 생계가 끊기면 어떡하죠?”
지난 1월23일 지은(가명·20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여성 긴급전화 1366’에 전화를 걸었다. 이날 새벽 대학 재학시절 ‘교수님’이자 영상촬영·편집업계 선배, 사실상 그의 고용주인 ㄱ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술에 취해 작업실에서 잠든 지은씨 신체를 ㄱ씨가 만진 것이다.
영상제작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지난 4월말까지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대학 4학년 때 ㄱ씨 수업을 들었던 지은씨는 졸업 뒤 2년여 동안 그의 회사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촬영현장에서 ‘연출팀 막내’, ‘조감독’ 등으로 불리며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해왔다. ㄱ씨가 알선해준 영상촬영·편집 보조 업무로 생계를 꾸리고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는 꿈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이런 ㄱ씨를 경찰에 신고하면 앞으로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을까. 눈앞이 아득했다. 그렇다고 성폭력 피해를 그냥 넘길 순 없었다. 3년 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대학 강단에 선 ㄱ씨를 동경하고 따를 후배들이 떠올랐다. 인하대 겸임교수였던 ㄱ씨는 현장을 볼 기회를 준다며 학생들을 촬영 현장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 “3년 전 내가 꿈에 매몰돼 가해자를 마냥 우러러봤던 것처럼 후배들도 앞뒤 재지 않고 가해자를 따라다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할까 봐 걱정돼 견딜 수가 없었어요.”
(최윤아 기자, 한겨레, 24.05.13)
'정명석 성범죄' 경찰관이 증거인멸 도왔다?‥서울청, 감사 착수
여자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JMS의 정명석 총재.
지난 2022년 정 씨가 수사를 받게 되자, JMS 안에서 대응팀이 가동이 됐는데요.
여기에 현직 경찰관이 속해 있었고, 범죄 증거 인멸에 가담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중략)
"JMS 신도이자 현직 경찰인 '주수호'씨도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 "주씨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보안 수준 차이와 휴대전화 포렌식 대처법 등을 단계적으로 안내했다"는 관계자 진술이 담겨 있습니다.
'주수호'라는 현직 경찰관이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겁니다. (중략)
MBC 취재결과 주씨는 현재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주씨에게 증거 인멸에 가담했는지 묻자,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준 거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자신이 등장하는 JMS 내부 서류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으며, 가명인 주수호는 JMS 신도인 가족이 마음대로 지어 붙인 것이고, 자신은 신도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손구민 기자, MBC 뉴스, 24.05.03)
그때 그 이용자들 떠난 ‘우울증갤러리’ …‘미성년자 성착취’는 그대로
지난해 4월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층 건물 옥상에서 10대 여학생이 투신했다.
그는 목숨을 끊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방송을 켜놓고 이렇게 말했다. “울갤 접으시고, 잘 사셔야 돼요.” ‘울갤’은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을 가리키는 줄임말이었다.
사건 이후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만난 이들 사이에서 자살방조, 성착취, 마약 투약 등 각종 범죄가 일어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주로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경찰은 이 사이트에서 발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경찰 요청을 받고 게시판 ‘일시차단’ 검토에 나섰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은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경향신문은 1년 전 취재한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을 다시 접촉해 ‘사건 이후’를 추적했다. 이들은 우울증갤러리를 떠났거나, 떠나지 못했거나,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이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중략)
일종의 ‘금단현상’을 느끼고 우울증갤러리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한동안 우울증갤러리를 끊었던 C씨(23)는 한 달 전부터 다시 접속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부모님이 이혼 위기에 처하자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린 탓이었다. C씨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우울한 얘기를 해도 남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힘들 때 생각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가 1년 만에 들어가본 우울증갤러리는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없다고 했다. “신기한 게 뭔지 아세요? 예전 이용자들 이름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미성년자한테 만나자고 하거나, 성관계를 하자고 하는 식이죠. 달라진 건 게시글을 신고하면 삭제되는 시간이 조금 빨라졌다는 것밖에 없어요.”
(강은⸳배시은 기자, 경향신문, 24.05.08)
미 영화계 ‘미투 촉발’ 와인스타인 유죄 판결 뒤집은 뉴욕주 대법원…피해자들 “범죄자에 치우친 결정” 분노
2017년 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사진)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피해를 폭로한 배우들은 범죄자에게 치우친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뉴욕주 대법원 판사들은 25일(현지시간) 4 대 3으로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하급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하급심 재판에서 검찰이 와인스타인의 기소 혐의와 관련없는 여성들의 법정 증언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 여성 3명을 증인으로 내세웠는데, 이들이 증언한 피해 사실을 기소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와인스타인 측은 1심 재판에서 이를 문제 삼으며 검찰이 배심원단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은 검찰이 하급심에서 기소장에 적시된 와인스타인의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증언하게 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와인스타인은 뉴욕주에서 새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략)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판사 중 한 명인 매들린 싱가스는 “법원이 향후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여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을 자신의 권력으로 성착취하는 남성들은 오늘 결정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변호인 린지 골드브럼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나서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서은·최혜린 기자, 경향신문, 24.04.28)
"여배우 히잡 안 씌웠다"…이란 유명 감독, 태형에 징역 8년형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이란의 유명 감독인 모하마드 라술로프가 또다시 8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권 변호사인 바바크 파크니아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라술로프 감독이 항소심에서 8년 징역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함께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파크니아 변호사는 라술로프 감독이 그의 공개 성명과 법원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로 공모한 사례"라고 묘사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파크니아 변호사는 가디언에 보낸 별도의 이메일에서 라술로프 감독이 그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거나 히잡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관계 당국의 허락 없이 영화를 만든 혐의도 받았다면서 이로 인해 영화 관계자들이 출국 금지 상태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파크니아 변호사는 전했다.
(김계환 기자, 연합뉴스, 24.05.09)
“가자지구 여성·아동 사망자만 1만2천명 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유엔이 발표한 민간인 사망자 규모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14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인도주의조정국(OCHA)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사망자 수는 2만4686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13일에 보고된 약 3만5천명보다 줄어든 숫자다.
OCHA는 사망자 중 어린이가 7797명, 여성이 4959명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1만2756명, 즉 51.6%가 어린이와 여성인 셈이다.
가디언은 여성과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고 남성 민간인 사망자가 적은 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이 13일에 전체 사망자가 3만5천명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파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적은 숫자는 신원이 완전히 확인된 것이며 많은 숫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혁 기자, 여성신문, 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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