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53 | 연극 편] 우리에게 존엄한 죽음은 外

2024.02.02 | 조회 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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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뉴스레터 허시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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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위클리 허시어터 연극 에디터 이수아입니다. 명절 연휴가 다가오는 주간이네요. 긴 연휴를 좋은 공연과 함께한다면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섯 편의 연극을 준비했습니다. 공연예술창작산실에서 올해의 신작 공연을 올리는 시기여서 관련 공연이 여러 편이고 또 사회적 이슈를 다각도로 접근한 작품들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네요.

아동학대를 주제로 한 극단 생존자프로젝트의 <맆소녀>, 코피노 문제를 다룬 극단 마방진의 <테디 대디 런>, 여성들의 죽음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창작집단 블루하우스의 <The BLUEHOUSE>와 크리에이티브 석영의 <비(BEA)>,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다룬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이상한 나라의, 사라>까지, 다섯 편의 작품이 공연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제작소 쟁이와 뮤직 팩토리 공동제작의 <베사메무쵸>를 통해 꿈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우리 자신의 초상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 현재 공연작 목록과 투어 중인 공연도 준비했으니 놓치지 마세요. 저는 3월 첫째 주에 또 다른 연극 공연 소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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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생존자프로젝트에서 신작 <맆소녀>를 올립니다. 지난해 산울림극장에서 낭독회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생존자프로젝트 공동대표 본주 연출이 대본과 연출을 맡아 아동학대와 방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공연은 직접적인 아동학대보다 방임에 좀 더 무게를 실어 우리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합니다. 소개글에서는 방임을 ‘보호자가 아동을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하거나 아동에게 필요한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로 분명히 명시하고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을 때도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적 조치를 함께 밝혀놓고 있습니다.

공연은 신고 의무자에 해당하는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통합서비스 지원 수행인력’을 주인공으로 극을 전개합니다. 주인공 연영은 인도 무자파르푸르에서 NGO단체 의료캠프 활동 중에 농인 까이를 만나는데요, 까이는 담뱃잎을 수확하는 노동을 하며 니코틴 중독과 거인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에 연영은 난치병 캠페인을 기획하고 아동 후원 활동을 하는 현지 코디네이터 명무의 도움으로 캠페인 활동을 이어가기 시작합니다. 연영 역에는 현채아, 까이 역에는 윤진희, 김한별이 두 배우가 더블캐스팅되었습니다. 현채아, 김한별이 씨는 생존자프로젝트의 2022년 작 <면목동: 기억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습니다.

일시 02.16 ~ 02.25 | 장소 대학로극장 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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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마방진에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테디 대디 런>을 선보이는데요, 한국 남성이 필리핀에 남겨놓은 사생아를 가리키는 코피노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열여섯 살의 한국 소녀 윤서는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아빠를 만나러 갔다가 그곳에서 열다섯 살의 코피노 소녀 니나를 만납니다. 니나는 윤서의 아빠가 위험한 한국 남자 테디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두 소녀는 아빠에 대한 단서를 쥔 테디라는 남자를 찾아 함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아빠를 구하려는 윤서는 곰인형을, 복수를 꿈꾸는 니나는 총을 들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여러 도시를 누비는 동안 아빠의 비밀이 밝혀지는데요, 과연 두 소녀가 만난 비밀은 무엇일까요. 서정완 연출과 이세희 작가가 각각 연출과 대본을 맡았고 윤서 역은 박희정, 니나 역은 정다함 배우가 각각 맡아 무대에 오릅니다.

일시 02.16 ~ 02.25 |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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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블루하우스의 <The BLUEHOUSE>가 세 번째 무대로 돌아옵니다. 지난해 공연의 제목<The Room:In The BlueHouse>를 짧게 줄인 대신 ‘The Last Carnival’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블루하우스라는 신비로운 공간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설정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블루하우스는 이제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이 방문해 자살에 조력을 받는 곳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 완벽한 죽음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곳입니다. 이들에게는 3일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 그 기간 동안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자신들의 꿈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예은 연출에서 길태임 연출로 연출이 바뀌었고 배우진도 다섯 명에서 여덟 명으로 늘었는데, 전원 여성극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일시 02.16 ~ 02.18 | 장소 혜화 여행자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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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석영의 <비(BEA)>가 5년 만에 다시 옵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믹 고든의 작품으로 2010년 런던 소호 극장에서 초연했고 국내 무대에서는 2016년 아시아 첫 라이선스로 초연되었습니다. 젊은 여성의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 초연 당시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매진 행렬을 이뤘습니다. 주인공 비는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만성 체력 저하 증상으로 8년째 침대에 누운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인 엄마 캐서린은 딸을 위해 동성애자 레이를 간병인으로 고용하고, 레이는 타인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에게 공감하며 성심껏 간병합니다. 레이와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된 비는 원하던 자유를 얻기 위해 안락사를 결심합니다. 삼연에선 몇 가지 변화가 있는데요, 초연과 재연의 김광보 연출에서 이준우 연출로 바뀌었고 황정은 작가가 윤색 작가로 새롭게 참여해 현실적인 시각을 더했습니다. 비 역은 이지혜, 김주연 씨가, 캐서린 역은 방은진, 강명주 씨가, 레이 역은 강기둥, 김세환 씨가 맡았습니다.

일시 02.17 ~ 03.24 |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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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제작소 쟁이와 뮤직 팩토리가 공동제작으로 <베사메무쵸>를 올립니다. 제목처럼 멕시코 여성 작곡가 벨라스케스가 1940년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동명 제목의 곡을 모티브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글을 포기하지 않는 무명의 희곡작가 선우가 극본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선우는 지금 자살을 하러 온 여고생과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는 중인데 영 잘 풀리지 않습니다. 마침 아는 연출에게서 연락을 받은 선우는 쓰고 있는 극본을 완성해 보여주기로 하고 글쓰기에 몰두하려 하는데 주변 환경이 도무지 도와주지 않습니다. 옆방에서는 알람이 울리고 주인집 아저씨가 방문하고 스팸문자와 전화가 날아와 글쓰기를 방해합니다. 과연 선우는 이 극본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제목의 힌트는 엄마의 18번 노래가 나의 노래가 되었다는 선우의 고백에 있습니다.

일시 02.20 ~ 02.25 | 장소 R&J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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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상상두목은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사라>를 올립니다. 작가이자 배우인 원인진 작가가 대본을 쓰고 최치언 연출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제목의 이상한 나라는 주인공인 사라 엄마의 조현병을 가리키는 것으로, 극은 엄마의 조현병 때문에 고통받아 온 사라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어느 봄날 조현병이 발병한 엄마는 집을 나가고 사라는 엄마의 부재 속에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정보로 고통을 받습니다. 견디다 못한 사라는 세상의 시선과 수군거림, 손가락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20일치의 항정신성 약물을 입에 털어넣고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원인진 작가는 “사라를 통해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관심 가져주기를, 고통을 이겨낼 지혜를 모아주기를, 같이 울면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라의 고통을 지켜보며 우리가 같이 울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사라 역은 박세은 배우가 맡았고 원인진 작가는 해설자로 무대에 오릅니다.

일시 02.23 ~ 03.03 |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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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프 LG아트센터 U+스테이지 ( ~ 02.08)
  • 템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 ( ~ 02.18)
  • 고도를 기다리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 02.18)
  • 두 여자 스카이시어터 ( ~ 02.25)
  • 썸데이  업스테이지 (~02.29)
  •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국립정동극장 ( ~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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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만 춘천문화예술회관 (02.23 ~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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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여자 그리고 죽음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고전 작품 속 파괴적인 사랑을 파헤친다!

시선 총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기획이다. 그 세 번째 기획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는 공연 현장에서 취재와 비평을 병행해온 저자가 주로 공연 무대에서 활발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작품들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읽은 책이다.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

사랑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결국 이 책에서 내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질문과 이어지는데,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사랑이 그토록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열다섯 편을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어보았다. 고전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도 언급한 책 《여성, 신체, 공간, 폭력》에서 영화 [별들의 고향]을 ‘(대중문화에서) 죽는 여자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 된 작품이라고 쓰며 생략한 질문인 “‘죽은 여자의 시대’는 어디서 기원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한편 이 고전 속 죽음들은 영화와 연극, 오페라와 발레 등으로 현대의 창작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창작되며 재현되는 ‘죽음의 무한순환’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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